산업체 영양사 의무고용 부활 목소리 높아
산업체 영양사 의무고용 부활 목소리 높아
  • 이원식 기자
  • 승인 2011.08.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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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의견수렴 후 공청회·법 개정 추진해야
▲ 산업체 영양사의 의무고용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균형 잡힌 식사와 건강증진을 위해 식수인원 50명 이상 단체급식소에 산업체 영양사 의무고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IMF 이후기업체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산업체 의무고용이 폐지되면서 매년 수천 명씩 배출되는 식품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들의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의무고용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산업체에 근무하는 영양사는 지난 2010년말 기준으로 7,100명을 조금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흔히 산업체 영양사라고 하면 회사의 근로자를 위해 식단 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단 작성만이 아니라 재료 구매, 조리작업 지도, 위생, 배식관리 등으로 업무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이처럼 산업체에서 영양사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수요는 변화가 없이 여전히 정체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체 영양사의 채용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00년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기업체의 영양사 의무고용이 자율화됐기 때문이다. 즉 동법시행령 제1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산업체의 집단급식소 영양사 의무배치가 폐지되면서 직영으로 급식을 운영하는 산업체에서의 영양사 채용 법적기준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것이다.

법 개정 전의 식품위생법시행령은 ‘상시 1회 50인(제조업의 경우 100인) 이상 식사를 제공하는 집단급식소에는 영양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IMF 이후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주겠다는 차원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후 산업체에서는 회사의 경영 수지 개선으로 근로자가 대폭 증가할 경우 일부 공고를 통해 영양사를 채용할 뿐 올바른 식문화를 확립해 궁극적으로 사원들의 건강 증진, 나아가 회사발전에 밑거름을 이루는 영양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 왔다.

근로자 건강 증진·위생관리
영양사 필요 인식 확산


그동안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산업체 단체급식소의 의무 배치가 폐지된 이후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인 근로자에 대한 국민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다.

또 정부가 영양사 의무고용을 폐지했던 당초 의도는 IMF 경제 위기에 따른 기업경쟁력 육성이라는 측면이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현재는 이에 대한 대의적 명분이 약해졌다. 오히려 기업 내에서 급식관리 책임자가 없어진 이후 더 많은 급식 관련 경비들이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의 산업체 영양사는 전문지식을 토대로 단순히 식단을 짜고 영양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급식소라는 독립된 하나의 사업장에서 조직관리, 예산관리, 고객관리, 영업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관리자라는 것에 대해 기업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의무고용 부활, 대안은 없나?
현재 산업체 영양사의 경우 기업의 규모에 따라 근무환경 차이가 큰 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영양사는 “아무래도 대기업이기 때문에 육아휴가, 산전·산후 휴가 등 복리후생에서 좋은 면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한영양사는 “취업 인프라가 확충돼 있지 않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일회성 인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열악한 보수에 직무영역 이외의 업무도 많이 하다 보니 젊은 영양사들의 이직률이 계속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산업체의 영양사 의무고용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선 현장에 영양사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조언과 고충을 충분히 수렴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특히 영양사단체와 여성단체 등이 공청회나 정부 건의 등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전문 여성인력 양성 등의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양사협회 소극적 대응 ‘불만’

한편 대한영양사협회가 이 부분에서 그동안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한 영양사는 “영양사협회가 산업체 의무고용 폐지 이후 취업 인프라 구축이나 기업체의 수요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얼마가 기울였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산업체에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관련 대책이나 방안 마련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양사협회는 산업체 의무고용을 위한 향후 대책과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협회장 출신인 손숙미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이 다른 법안보다도 이 부분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실은 “산업체 의무고용 적용에 대한 법을 개정할 때 영양사의 입장뿐 아니라 산업체의 입장도 반영해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개정안 마련을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답변했다.

건설업체, 영양사 고용 공감대 확산

한편 단체급식소의 영양사 고용과 관련해 건설업체들이 현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인 소위 ‘함바집’에서 영양사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성호 두산건설 경영지원부문 차장은 “최근 산업체 대상의 안전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건설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앞으로 현장식당에서 영양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오고 갔다”며 “영양사를 두고 싶다는 현장식당이 많지만 급식운영에 대한 전반적이고도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해 향후 현장식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교육과 세미나 등을 선행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영양사를 채용하면 고정 인건비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현장식당의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영양사 등 전문 인력 보유와 시설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인력 보유나 시설 규정을 위한 제도 개선은 관련 정부 기관들의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스스로도 이처럼 식품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양사 고용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영양사협회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 급식관련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각 산업체에서 말없이 직무에 애쓰고 있는 영양사들과 신규 인력의 안정적인 고용 창출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관련 단체와 업계, 정부가 다함께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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