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면전 돌입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면전 돌입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1.08.0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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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민주당 등 야 5당‘투표 불참운동 불사’ 표명

 

▲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서울시와 시의회·시교육청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단계 실시안’vs ‘전면 실시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두 가지의 무상급식안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지난 1일 서울시(이하 시)가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 를 공식 발의하자 곧바로 서울시교육청(이하 시교육청)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시와 시교육청은 무상급식을 놓고 전면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그동안 시와 대립각을 세워온 서울시의회(이하 시의회)도 지난 달 19일 주민투표 실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법원에 ‘주민투표 청구수리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 지난달 7월 28일 첫 심리를 가진 바 있다. 특히 시의회 야당 측은 이번 시의 발의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등 법적 조치로 맞설 방침이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주민투표 불참운동까지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등 여·야 모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촉즉발의 입장이다. 현재 시의회 야당 측은 지난달 제기한 소송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아직까지 예측불허다.  

오 시장은 이같은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6일 주민투표 요지 공표 후 이달 1일 주민투표 발의를 강행했고 시는 이달 24일 투표일까지 투표 운동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상급식’은 작년 6.2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로 야당을 압도적 승리로 이끈 공약 중의 하나다. 그같은 상황에서 오 시장은 야당의 공약과는 다른 ‘선별적 무상급식’을 내세우고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시의회 의원의 3/4을 차지하면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오 시장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특히 시의회는 지난해 10월 5일 ‘서울특별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조례’를 발의하고 같은 해 12월 1일 조례안을 본회의에 기습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이같은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서 같은 달 30일 시의회는 무상급식 조례를 재의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시는 ‘전면 무상급식을 위한 조례안’은 무효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교육관 실종’ 무상급식안 vs ‘빚더미’ 무상급식안?

오 시장의 ‘소득하위 50%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안’과 서울시의회와 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소득 구분 없는 100%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안’을 둘러싼 공방은 결국 ‘누구를 위한급식’이며 ‘비용은 누가 대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발의한 지난1일 시교육청은 “오 시장이 주장하는 소득하위 50% 대상의 선별적 무상급식은 학생들과 교육적 관점은 어디에도 없고 이념·정치적 관점과 시장 개인의 정치적 야심만 보인다”며“이번 주민투표는 오 시장 개인의 정치 야심작”이라고 비난했다. 오 시장 안은 어디까지나 전체 학생들을 빈부 두 부류로 갈라 하위 소득 학생들이 상처받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육 관점이 실종된 정치적 결실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전면 실시안은 ‘대선 표몰이’에 급급해 지자체를 빚더미로 내모는 무책임한 복지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되받아치고 있다. 오 시장의 안을 지지하는 측은 “모든 정책 시행에는 ‘예산’제약이 있다”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번 투표에 부쳐진 무상급식 정책도 결코 ‘공짜’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관련 전문가들은 오시장이 주장하는 ‘단계 실시안’의 경우 3,037억원가량이, 시의회와 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전면 실시안’은 4,092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어떤 경우라도 무상급식의 시행에는 예산이 수반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무상급식 실시 비용은 서울의 경우 서울시교육청 50%, 서울시30%, 자치구 20% 비율로 부담하고 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오 시장 안은 재원 관련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 자체 예산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측은 재원의 비현실성 지적에 대해 “어떤 근거로 전면 실시에 4,000억원이 나왔는지 그 근거를 모르겠다”며 “그같은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같은 지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박영선 의원 등이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초·중등 무상급식 국가 차원에서의 의무 지원’을 골자로 발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의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 교육과학기술부는 “재정부문은 2004년경 지방 사무로 이양된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는 발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지자체 여건에 맞게 모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0.19%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태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서울시만 재정자립도 90%를 상회하고 있을 뿐이다. 오 시장 측은 이런 지자체 상황에서 ‘전면실시안’은 지자체를 빚더미로 내모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오 시장 측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시행된 전국학교의 무상급식 실시 현황을 보면 이같은 예산 부족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조리사 등 일선 학교의 인건비나 학교 신설비 등 다른 예산을 줄여가며 돌려 막기로 간신히 무상급식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무상급식의 전면 실시만을 서두를 게 아니라 실시 비용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 등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소득 구분 없이 100% 실시라는 급식안은 당장은 몰라도 향후에는 결국 지자체의 부채 증가나 여타 교육기반 약화라는 부작용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산상의 문제로 비난에 직면한 ‘전면무상급식실시안’과 관련 예산 자체가 문제라면 공립학교에 국한해 실시하는 등 여러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은 투표 참여율에 달려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주민투표법이 명시한 전체 유권자수의 3분의 1(33.3%)을 넘기는 게 최대 관건으로 이를 충족할 경우 오 시장이 주장하는 '단계 실시안'은 무리없이 선택되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언론매체에서 조사한 여론결과에서도 전체 유권자 수의 1/3을 넘길 경우 오 시장이 투표에서 이길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일선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고 정당성을 확보하더라도 현재무상급식을 실시 중인 1~4학년의 70%, 혹은 그 이상의 학생이 당장 급식비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등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어 시행 과정에서 오 시장안이 여론에 밀려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투표로 확보한 정당성을 빌미로 초등학생 5~6학년에 대한 예산집행을 거부할 경우 아이들의 먹을 기회마저 빼앗은 ‘비정한 시장’이라는 비난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한편 시교육청과 시의회의 경우오 시장 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당연히 현재 추진 중인 계획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설령 부결된다 하더라도 당장 예산의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어 향후 행보가 자유스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금 전면전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쟁은 자칫 정치적인 쟁점에 치우쳐 승자도 패자도 없는 소모전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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