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급식소에 대한 법무부의 ‘편견’ 여전 
단체급식소에 대한 법무부의 ‘편견’ 여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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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교정시설 급식소는 단체급식 신고 대상 아니다’ 해석 
단체급식체계 흔들릴 위험 커… 단체급식산업 전담 부처 ‘절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 급식소는 식품위생법(이하 식위법)에서 규정하는 ‘집단급식소(이하 단체급식소)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정부 판단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서울구치소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해 ‘교정시설도 식중독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이 확인된 터라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시설 급식, 신고 대상 아냐?

최강욱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구치소 식중독 사건 이후 법무부(장관 한동훈)에 교정급식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다. 대한급식신문은 최 전 의원이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지난 18일 이후 해당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국내 유일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급식소 모습.
국내 유일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급식소 모습.

법무부는 최 의원실에서 요구한 ‘전국 교정시설의 집단급식소 신고현황’에 대해 지난 7일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법무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제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2조에 따라 교정시설 급식소는 단체급식소 신고 대상이 아니다”며 근거로 2016년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2016년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근무하던 김 모 영양사가 억울하게 법무부 측의 감사 대상이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보호소가 단체급식소로 신고하지 않은 채 급식을 운영한 것이 드러났다. 이에 한 민원인이 법제처에 “교정시설 급식소가 단체급식소로 신고하지 않고 운영한 것은 식위법 위반이 아닌가”라는 요지로 질의를 했고, 법제처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당시 법제처는 “교정시설, 소년원, 외국인보호소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시설로 식위법의 일반적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형집행법에 근거해 ‘수용자급양관리지침’ ‘소년보호기관 급식관리지침’ ‘보호외국인 급식관리규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므로 단체급식소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제처는 교정시설급식소는 식위법의 단체급식소 범위에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식위법에서 규정한 급식 관련 규정에 상응하는 별도 규정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법제처는 입법 목적이 같은 법률이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198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교정시설 급식에 있어서는 형집행법이 식위법보다 특별법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해 교정시설은 단체급식소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해석했다. 

법무부만의 ‘자의적 해석’ 비판

이번 법무부의 답변은 8년 전 유권해석을 근거로 준비된 것이다. 이 같은 법무부의 ‘자의적 해석’이 알려지자 급식업계는 ‘식품위생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발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교정시설 급식소는 공공급식에 대입이 가능한데 이를 단체급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식위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50여 명 이상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서울구치소.
지난 7월 50여 명 이상의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서울구치소.

식위법은 ‘식품으로 인해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건강의 보호·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식품 위생관리 공백을 없애고 안전한 식품이 제공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단체급식소에 대한 법조문이 식위법에 삽입된 것도 같은 목적에서 출발했다. 1962년 식위법 첫 제정 당시도 단체급식소는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위해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단체급식소의 범위를 정의해 일반음식점에 비해 더 세밀하고 까다로운 관리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제처의 이번 유권해석은 식위법 제정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별도 관련 규정이 있어 식위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도 납득이 어렵다. 교정시설뿐만 아니라 학교는 이미 ‘학교급식법’이라는 법령을 비롯해 ‘학교급식 기본방향’ ‘급식위생관리지침’ 등 많은 규정·지침을 갖고 있다. 최근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게 된 유치원도 유치원급식에 대한 법과 지침 등이 존재했으며, 어린이집 역시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급식도 마찬가지다. 장기요양기관으로 등록된 요양병원·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등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의해 운영되고, 장기요양보험법에는 급식 관련 규정은 물론 급식 운영상황을 요양기관 평가기준 중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교정시설의 특수성이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은 애초 급식이 목적이 아닌 ‘교육과 보육’이 목적이며, 교정시설 수준은 아니어도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시설이다. 이는 노인들을 돌보는 목적인 장기요양기관도 유사하다.

한 교정급식 관계자는 “자체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법무부 산하 급식소를 단체급식소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은 식위법 자체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유권해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어떤 근거로 내려졌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나치게 교정시설 위주로 내려진 해석 아닌가 싶다”며 “식위법 입법 취지를 토대로 재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완 입법 요구에도 ‘8년간 방치’

이번 법무부 대응을 접한 급식 관계자들은 시급한 법 조문 정비와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단체급식은 ‘위생’이 가장 중요한 만큼 교정시설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급식소를 식위법에 근거한 위생관리를 받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법제처도 2016년 유권해석을 내릴 때 법령 정비 의견을 덧붙인 바 있다. 당시 법제처는 “식위법상 단체급식소와 형집행법상 교정시설의 급식설비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형집행법에 단체급식소 관련 규정을 제외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두 법률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유권해석 후 8년이나 지난 지금도 형집행법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며, 식위법을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도 여러 차례 담당자가 바뀌면서 당시 유권해석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식약처 관계자는 “단체급식소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급식과 관련 있는 다른 부처와 논의가 필요한데 식약처의 권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단체급식업계에서는 단체급식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법령이 이젠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수부, 식약처 등 단체급식과 연관된 부처가 많은 반면 ‘주무 부처’가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단체급식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이제 중요한 산업이자 분야인 만큼 전담하는 기구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같은 대통령 직속 혹은 총리실 직속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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