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늘어난 식품비에 한숨 돌렸지만 ‘산 넘어 산’
[분석] 늘어난 식품비에 한숨 돌렸지만 ‘산 넘어 산’
  • 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9.22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 ‘2022 학교 및 유치원급식 실시현황’ 발표
급식예산 첫 7조 원 돌파, 식품비 비중 50%대 회복

[대한급식신문=박준재 기자] 전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예산이 처음으로 7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급식의 질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됐던 식품비는 크게 늘어 급식 운영에 숨통이 트였지만, 교육청 예산을 구성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역대 최대규모로 감축된 상황이라 급식 관계자들은 ‘산 넘어 산’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예산, 대체적으로 증가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지난 11일 2022년 3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한 ‘2022 학교급식 실시현황’을 발표했다. 2022년 학교급식 예산은 7조831억 원으로, 2021년(6조 2193억 원)에 비해 8638억 원 증가했다. 

예산 증가분은 대부분이 식품비였다. 7조831억 원 중 식품비는 3조6382억 원(51.4%)으로 2021년보다 6769억 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식품비 규모가 크게 늘면서 그동안 급식 현장에서 우려했던 전체 급식비 중 식품비 비중은 다시 50%를 상회하게 됐다. 2021년에는 전체 급식비 예산 6조2193억 원 중 식품비가 2조9613억 원(47.6%)에 불과했다. 몇 년간 지속적으로 비중이 높아졌던 인건비는 2022년 2조5684억 원으로, 2021년(2조4618억 원)에 비해 1000억 원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교육 당국이 식품비 부족 사태를 인지하고 급식예산 지원을 대폭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점차 정착되어 가는 ‘식품비 및 인건비·운영비’ 분리 지원 체계로 식품비는 교육청이, 인건비·운영비는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 전체 급식비 중 교육청이 부담하는 교육비 특별회계 규모가 2021년 4조2523억 원에서 2022년 4조8443억 원으로 6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자치단체 지원금도 1조5082억 원(2021년)에서 1조7726억 원(2022년)으로 늘었지만, 보호자 부담금은 3077억 원(2021년)에서 2843억 원(2022년)으로 줄었다. 무상급식 확대가 계속 이뤄지면서 학부모의 부담을 자치단체가 맡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리흄’ 탓, 시설비 큰 폭 늘어

또 하나의 유의할 점은 시설·설비비가 크게 늘어난 점이다. 2022년 기준 시설·설비비는 4500억 원으로, 2020년 3300억 원, 2021년은 3825억 원에 비해 지난 3년간 제일 큰 규모다. 이러한 시설·설비비 증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제가 된 ‘조리흄’ 파문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리 종사자 폐암 검진 결과가 하나둘씩 발표됐고,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 확인되면서 환기설비 개선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결과라는 것. 

여기에 올해 3월 교육부는 ‘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3년에만 1799억 원의 환기설비 개선예산을 편성하고,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 조리실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따라서 2023년 시설·설비비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 같은 기조는 2027년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이 당연하다면서도 이에 못지않게 조리기구 및 설비 교체도 중요해 교육 당국이 환기설비에만 ‘올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영양사는 “조리흄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환기설비가 중요하지만, 애초에 조리흄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전기식 주방 도입 및 튀김·볶음요리를 대체할 오븐 보급 확대와 더불어 이를 활용하는 레시피 개발·보급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양교사 늘고, 영양사 줄고

영양교사 숫자는 2022년 6787명으로 2021년(6277명)에 비해 500명 이상 늘어났다. 반면 교육공무직 영양사는 4261명으로 2021년 4536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조리사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조리원은 5만2058명으로 2021년(5만1076명)에 비해 1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먼저 영양교사 규모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수백여 명을 선발한 결과로 보여진다. 특히 2022년 3월 1일자로 임용된 영양교사가 역대 최대인 637명에 달했던 터라 이들 모두가 학교에 배치되고 퇴직한 영양교사 숫자도 감안한 결과다. 그리고 급식시설을 갖춘 학교 숫자가 1만729개인데 반해 배치된 영양(교)사는 1만1158명에 달한다는 것은 2·3식 학교를 중심으로 영양(교)사 2인 배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조리원 숫자 증가 역시 의미가 크다. 전체적으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조리원 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해 일선 교육청이 조리 종사자 배치기준을 계속 개선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영양교사 규모는 당장 내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기조가 공무원 및 교원을 줄이는 것이어서 큰 폭의 영양교사 선발인원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부금 감소로 인해 각 교육청들도 긴축 운영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 막대한 추가예산이 필요한 조리 종사자 추가 배치가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기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원활한 학교급식 운영과 내실 있는 식생활교육을 위해서는 전문가인 영양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동관리라는 이유로 아직 영양사조차 배치하지 않은 학교도 있는데 이는 명백한 학교급식법 위반인 만큼 영양교사 추가 배치를 위해 교육당국이 더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