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기대했는데… ‘그림의 떡’된 케어코디네이터 영양사
[이슈] 기대했는데… ‘그림의 떡’된 케어코디네이터 영양사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22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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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범사업 이후 현재까지 고용된 영양사 ‘달랑 9명’에 불과
현장 “영협, 영양사 고용 확대 노력보다 교육비 수입만 골몰” 비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영양사 직군이 ‘헬스케어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됐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에 영양사 참여가 극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영양사 위상과 전문직으로 고용 확대가 예상됐던 시범사업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가 활동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지난달 31일 제16차 회의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 금액표 개정(안)’ 의결과 함께 시범사업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 중 단체급식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시범사업이다. 건정심은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에 여러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해 올해 12월부터 시범사업 수가 조정 및 환자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질환 관리, 영양사 일인데

복지부는 2019년 1월부터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영양사·간호사)가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해 교육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해왔다. 

연세의료원 영양대사클리닉에서 영양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 : 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 영양대사클리닉에서 영양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사진 : 연세의료원)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병은 수술이나 약물치료 같은 의료적 치료보다 평상시 식사량, 식사 종류, 식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영양사와 간호사에게 그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즉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가 환자에 대한 포괄적 평가 및 케어플랜을 세워 질환, 생활습관 등에 대해 상담 후 주기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환자 개개인을 세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 등 이른바 ‘일차의료기관’이 더 적합하다. 

이처럼 좋은 취지와 전문 영양사로 채용이 확대될 수 있는 사업임에도 영양사 고용 확대 효과는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하 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109개 지역에서 3722개 병·의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케어코디네이터로 고용된 영양사는 단 8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간호사는 105명이 고용돼 활동하고 있었다. 

대한급식신문이 복지부를 통해 추가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말까지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케어코디네이터 영양사는 총 9명으로, 올해 들어 지난 8개월간 1명이 더 증가했다.

영협 관심, 고용보다는 교육비

이처럼 저조한 고용은 병·의원들이 영양사를 고용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복지부는 케어코디네이터 관리에 따라 요양급여에서 일정한 수가를 지급하는데 수가 기준액이 적은 탓에 수가만으로는 영양사 급여를 지급할 수 없어 고용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영양사 고용 확대를 위해 영협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영협은 그것보다 교육비 수입에 더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영양사가 케어코디네이터로 활동하려면 8시간의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의사와 간호사도 마찬가지. 복지부는 2020년부터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간호사는 대한간호사협회, 영양사는 영협에 ‘시범사업 서비스제공자 기본교육’을 맡기고 있다.

이에 영협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3차례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4일 제4기 교육생 모집 공고를 또다시 게시했다. 교육비는 영협 회원은 4만 원, 비회원은 8만 원으로 그간 케어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가진 적지 않은 영양사들이 교육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영양사들이 교육을 수료해도 케어코디네이터로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보다 어렵다는 것. 실제 지난 5년간 의료기관에 채용된 영양사는 9명뿐이다. 이 때문에 영양사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영협은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시범사업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만성질환관리실 관계자는 “지난 5년간의 시범사업 중 영양사협회가 영양사 고용 확대를 위해 공단에 어떤 의견을 제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 영양사는 “상식적으로 영협이 지난 5년간 9명의 영양사만 케어코디네이터로 고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한 후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며 “관계 기관 및 국회에 수가 인상을 요구하거나 의사단체와 협업 등도 있을 텐데 해야 할 업무는 도외시한 채 교육비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정상적인 단체인가”라고 질타했다.

영양사 미래, 영협에 맡겨도 되나

뒤늦게 시범사업의 실상과 문제점을 인지한 영양(교)사들은 “영협은 영양사 직군이 처한 현실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협의 시범사업 제4기 교육 공고를 접한 인천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사 위상과 고용 확대를 위한 기회가 생겼음에도 영협은 이를 외면한 것”이라며 “돈벌이에만 골몰하는 영협의 모습이 더 이상 새롭지는 않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의 영양사는 “현재 유일한 영양사 대표단체이기에 복지부와 개발원 측이 교육 운영을 맡기고 소통하는 것인데, 다수의 영양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 영협은 더 이상 대표단체가 아니다”며 “영양사 권익과 처우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부터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영협 측은 “(시범사업에 영양사 고용 확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영협은 시범사업과 관련해 케어코디네이터 자격에 영양사 포함, 케어코디네이터 고용 시 영양사 단독 채용 허용, 교육 상담료 시범 수가 필수교육자로 영양사 명시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시범사업 지침에 해당 사항들이 반영됐다”며 “향후 시범사업이 영양사 직군의 새로운 취업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는 다소 애매한 해명을 내놨다. 

이후 이어진 ▲지난 5년간의 시범사업 동안의 영양사 채용 현황을 알고 있는지 ▲영협이 진행하는 서비스제공자 기본교육 이수자 현황을 공개해달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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