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늘어나는 ‘잔반’, ‘음식 기부’로 해결될까
[이슈] 늘어나는 ‘잔반’, ‘음식 기부’로 해결될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2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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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학교급식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안’ 상임위 통과
일각, ‘취지·긍정 효과’ 충분… “정착 위해서는 지속 지원 필요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 현장의 영원한 숙제 중 하나인 ‘잔반’을 ‘음식 기부’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어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취지와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하지만, 급식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필히 선행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잔식 기부 조례안 본회의 통과

문승호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이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문 의원은 제안설명에서 “2020년 41억 원, 2021년 85억 원, 2022년 113억 원으로 해마다 많은 잔반 처리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교육청에서는 매년 학교급식 기본방향과 다양한 연구용역을 통해 잔반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에서 ‘학교급식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문승호 의원.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에서 ‘학교급식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문승호 의원.

이번 조례안은 학교급식에서 남은 잔식을 식품 기부단체인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푸드뱅크는 이를 활용해 각 사회복지시설과 도시락으로 소포장한 후 저소득층에 전달하는 구조를 갖는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해서 늘어나는 급식 잔반을 활용해 저소득층을 돕자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이하 경기교육청)은 문 의원의 조례안 발의 이전인 지난 6월부터 급식 잔식과 푸드뱅크를 연결하는 시범사업을 도내 9개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시범학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무엇보다 조리 종사자의 과도한 추가 업무부담 없이 학교마다 유의미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교육청 담당자는 “학교마다 평균 10~20%가량의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며 “무엇보다 학교는 잔식을 부담 없이 처리하고, 저소득층에는 안전하게 조리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 의원도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산 절감, 환경보호, 복지정책 확대라는 ‘1석3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시범사업 과정을 지켜본 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참여 여부를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밀한 논의 필요한 부분 많아

잔식 기부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함께 대대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먼저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급식소 외부 음식 반출’ 등의 문제는 지난 2019년 제정된 ‘식품 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기부법)’에 근거해 해결됐다. 푸드뱅크 설립의 법적 근거이기도 한 식품기부법은 식품 기부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사회복지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어 이번 사업 취지와 맞아떨어진다. 이 식품기부법을 근거로 문 의원과 경기교육청은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의 검토도 마쳤다.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는 ‘책임 소재’는 조례안에 ‘급식소의 면책’ 조항으로 해결했다. 

급식소는 잔식을 푸드뱅크에서 제공한 용기에 넣기만 하고, 수거 및 도시락 포장, 배송까지 모두 푸드뱅크가 맡기로 해 책임소재 논란을 애초에 차단했다. 

남은 문제는 ‘잔식’의 범위다. 경기도 내 고교의 경우 자율배식을 선택하는 학교가 많은데 이미 자율배식대에 제공했던 음식을 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급식 관계자는 “이미 배식대에 오른 음식이라면 원칙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배식대에 남아있는 김치 등을 긁어모아 기부한다면 기부받는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음식 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약처의 지침에 따르면, 단체급식소는 조리 후 2시간을 음식 제공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 이후가 되면 음식이 변질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식 기부는 반드시 급식시간이 끝난 후에 이뤄질 수밖에 없고, 수거 및 소분, 배송을 최대한 단축해도 실제 음식 섭취시간까지는 조리 후 평균 4~5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음식을 제공받는 당사자가 노약자나 장애인이라면 변질된 음식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선행되어야 할 문제 때문에 몇몇 관계자들은 자치단체의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시범사업에서도 지역 푸드뱅크의 여력에 따라 음식을 보관하는 용기가 다르고, 수거 시간도 일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조례안 논의 과정에서 변질 가능성이 제기돼 원칙적으로 혹서기 잔식 기부는 피하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지만, 식약처의 지침까지 논의가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보다 세밀하게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례안은 모든 학교가 잔식 기부에 반드시 참여하라는 것이 아닌, 법적으로 학교에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라며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자치단체의 협조를 위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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