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제 어엿한 ‘공공급식’ 일원된 유치원급식
[분석] 이제 어엿한 ‘공공급식’ 일원된 유치원급식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13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 유치원급식 실시현황’ 분석
총 4527억 원 투입한 유치원급식… 영양교사도 220명 배치
가야 할 길도 멀지만 지난 3년간 거둔 유의미한 성과도 많아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공공급식 분야의 하나로 뒤늦게 합류했지만, 안정적인 급식 관리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었던 유치원급식에 희망이 보인다. 학교급식법이 유치원급식에 본격 적용되면서 학교급식을 모델로 하는 급식 운영체계는 물론, 지지부진했던 유치원 영양교사 배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는 지난달 유치원급식의 현황과 통계 등을 담은 ‘2022 유치원급식 실시현황(이하 실시현황)’을 공개했다. 유치원급식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 통계는 올해 처음 발표됐다. 

실시현황에 따르면, 현재 학교급식법에 따라 급식을 하는 유치원은 전체 8836개 중 7726개였다. 이는 학교급식법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원아 수 50인 미만 사립유치원 1100여 곳을 제외한 수치로, 이들 시설은 학교급식법이 아닌 ‘누리과정(영·유아 공통교육과정)’에 따라 급식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로 발표된 7726개 유치원은 국·공립단설유치원이 556개, 병설유치원이 4357개 그리고 나머지 2813개는 사립유치원이었다. 이 중 초등학교와 같이 급식을 운영하는 병설유치원을 제외한 국·공립단설유치원과 사립유치원 3369개를 대상으로 세부 통계가 작성됐다. 

유치원급식 예산, 4500여 억

먼저 급식을 먹는 원아 수는 1일 평균 44만 명이며, 유치원당 평균 급식 원아 수는 132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아 수는 국·공립단설유치원이 7만5232명인 반면 사립유치원은 36만9708명으로 훨씬 많았다.

유치원급식을 위해 투입된 예산 규모는 45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식품비는 2694억 원으로 전체 급식비에 59.5%를 차지해 학교급식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인건비는 1496억 원(33%), 연료비 및 기타는 176억 원(3.9%), 시설유지비는 30억 원(0.7%)으로 학교급식에 비해 모두 유의미하게 작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리 종사자 현황도 학교와는 사정이 달랐다. 학교는 영양(교)사 1~2인·조리사 1인·다수 조리원으로 구성됐지만, 유치원은 조리사가 조리원보다 많아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3369개에 조리사 3344명이 배치된 반면 조리원은 2805명에 불과했다. 

학교와는 또 다른 급식 환경

유치원은 학교처럼 수백 명 단위로 대규모 급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 상대적으로 조리원 숫자가 적다. 유치원 영양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원아 100명 미만의 유치원은 식품위생법상 단체급식소에 의무 고용해야 하는 조리사 1명을 중심으로 시간제 조리보조인력과 원장 등이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사립유치원에서 두드러진다. 실시현황에 따르면, 국·공립단설유치원 556개에 배치된 조리원은 805명으로 원당 1.5명가량인데 반해 사립유치원 2813개에 배치된 조리원은 2000명으로 원당 0.7명에 불과했다. 

유치원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영양사는 “조리인력이 부족하면 원장은 당연히 영양사에게 ‘조리 보조’를 요구하기 마련”이라며 “영양사 입장에서는 거절이 쉽지 않고 채용조건에 조리 보조를 근무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영양사의 조리업무 참여는 궁극적으로 급식관리와 식생활교육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영양교사 배치 확대 ‘긍정적’

긍정적인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 학교급식법이 적용됐음에도 지지부진했던 유치원 영양교사 배치가 유의미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현황에 따르면, 유치원에 배치된 영양교사는 220명으로 확인된다. 특히 556개 국·공립단설유치원에 130명이 배치됐다. 나머지 90명은 사립유치원에 배치된 영양교사다. 학교급식법 적용 이후 사립유치원이 영양교사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통해 배치된 영양교사들은 1급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임용을 통과한 영양교사로 봐야 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50명, 경기가 67명을 배치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인천(17명), 대구(15명), 전북(14명), 경남(13명) 순으로 배치율이 높았다. 반면 대전(1명), 울산(1명), 광주(3명), 경북(3명) 등은 지역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치율이 낮았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급식 관계자는 “경기교육청은 유치원의 학교급식법 적용 직후부터 유치원 영양교사 정원을 일정 부분 할당해 임용시험을 진행해 왔다”며 “134명을 선발한 2022년도 영양교사 임용시험에서 유치원 영양교사를 상당수 배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단체급식 관계자는 “영양교사 배치 확대와 시설 개선, 체계적인 영·유아 전용 식생활교육 등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지만, 지난 3년간 거둔 유의미한 성과도 많은 게 사실”이라며 “급식 사각지대로 평가받던 유치원급식이 이제 어엿한 ‘공공급식’의 한 분야로 점차 체계를 갖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