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표기, ‘특’에서 ‘달콤’으로 바뀔까
과일 표기, ‘특’에서 ‘달콤’으로 바뀔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0.1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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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감귤·사과 등 5개 품목 정보 표시(안) 정책 제안
소비자가 중시하는 단맛·신맛 정보, 알기 쉽게 표현 변경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기존 과일에 표기했던 ‘특’ 사과, ‘상’ 감귤 대신 ‘새콤달콤’ 사과와 ‘달콤한’ 감귤이라는 표기를 볼 수 있을까. 최근 정부가 새로운 과일 맛 표기 방법을 내놓은 가운데 과일 품질 표기법이 달라지면 과일 출하 시기와 품종만 보고 식자재를 선택해야 하는 영양(교)사들의 고충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이하 농진청)은 감귤과 사과 등 5대 과일 품목에 대한 실증연구를 진행해 당도와 산도 등을 직관적으로 표기하는 ‘품질 표시(안)’을 개발해 정책으로 제안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인공지능으로 감귤을 선별하는 모습.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인공지능으로 감귤을 선별하는 모습.

현행 농산물 등급 분류에서는 크기, 모양, 색깔, 포장 내 고른 정도에 따라 ‘특’ ‘상’ ‘보통’으로 필수 표시하고, 추가로 당도 등을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표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농가, 산지유통센터(APC), 전자상거래 업체 등에서는 자체적으로 만든 표시 방법을 쓰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농진청은 소비자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과학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인자를 토대로 새로운 ‘품질 정보 표시 안’을 만들었다. 농진청은 농산물의 품질을 외부 특성인 색택(색깔), 모양, 형태 등과 내부 특성인 당도, 산도(신맛), 경도(조직감, 아삭함), 수분함량 등으로 나눠 품질인자로 채택했다. 

예를 들어 감귤의 경우 현행 등급 기준은 겉모양에 따라 상자에 특, 상, 보통을 필수로 표기하고, 당도는 ‘브릭스(°Bx)’ 산도(신맛)는 ‘퍼센트(%)’로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를 개선한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먼저 당도는 9~12°Bx까지 4구간으로 나눠 ‘달콤 1’ ‘달콤 2’ ‘달콤 3’ ‘달콤 4’로 표시하고, 산도는 0.5% 이하는 ‘약함’, 0.6~0.8%는 ‘보통’, 0.9~1.1% 이상은 ‘강함’으로 표시했다. 또한 당산비(당도와 산도 비율)는 당도 구간별로 산도 함량을 표시해 ‘새콤’ ‘새콤달콤’ ‘달콤새콤’ ‘달콤’으로 표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을 위해 농진청은 소비자 조사와 과학적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제주 서귀포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출하되는 감귤을 활용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내부 품질인자를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당도(62%)와 당산도(40%)를 1·2순위로 꼽았으며, 담고 싶은 품질 표시정보로 이들 인자를 선택했다.

또한 특과 상으로 구분한 하우스 감귤을 각 400개 이상 분석한 결과, 특의 당산비는 23.0(당도 12.4°Bx, 산도 0.55%), 상의 당산비는 26.3(당도 13.0°Bx, 산도 0.51%)으로 소비자들은 오히려 상등급 감귤을 더 선호했다. 

여기에 더해 맛과 관련된 당도와 산도의 범위를 새콤(A), 새콤달콤(B), 달콤새콤(C), 달콤(D)으로 정해두고, 미각을 간접 측정할 수 있는 ‘전자혀’로 단맛과 신맛을 조사했다. 그 결과, 새콤(A), 새콤달콤(B), 달콤새콤(C), 달콤(D)의 구분이 단맛에서는 유의적으로 달랐고, 신맛도 새콤(A)과 새콤달콤(B), 달콤새콤(C)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든 4개 구간은 모두 기존 기준과 동일한 당도를 품질인자 분석을 통해 구성한 것으로, 점차 지역과 개체 수를 늘려 과학적이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당도와 산도 범위를 설정할 예정이다.

한편 사과는 당도와 아삭함(경도)을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경도와 당산비를 새로 넣는 방안을 마련했다. 특정 수치 이하일 경우 경도를 ‘낮음’이라 표기하고, 당산비는 ‘약함’ ‘보통’ ‘강함’으로 표시하는 안이다. 이외에도 복숭아는 당도에 더해 경도와 당산비를 추가하고, 양파는 매운맛과 단맛을 표시하는 안을 만들었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5개 품목에 대한 품질 등급, 권장 표시사항 개정 등을 담아 담당 부처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검사과에 정책을 제안했다. 또한 올해 말 문을 여는 농산물온라인거래소에서도 이번 안을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홍윤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장은 “소비자 입맛이 다양화됨에 따라 선호하는 품질인자와 당도, 산도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맛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농산물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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