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잔반 과다’라는 지적에 담긴 역설
[기자수첩] ‘잔반 과다’라는 지적에 담긴 역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2.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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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기자
김기연 기자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교는 줄어들고 있는데 왜 음식물쓰레기는 늘어나는 겁니까?”(전남도의회 A의원)
“학교급식 잔반 처리비용이 3년간 146억 원이나 사용됐는데 지나치게 많다고 여깁니다.”(서울시의회 B의원)
“학교급식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이 2년 전보다 79% 증가했습니다. 잔반 처리비용을 줄여 무료 급식소를 지원하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요?”(충북도의회 C의원)

 

매년 의회가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감사장에서는 ‘학교급식’을 주제로 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국회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광역·기초단위 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단골 주제가 된 지 오래다.

학교급식을 대상으로 한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잔반’이다. 잔반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나왔었는데 최근에 특히 많아진 느낌이다. 앞서 언급한 3개 지역 말고도 대부분의 광역의회에서 복수의 의원들이 지적했다.

지적의 요지는 대동소이하다. 학교급식에서 잔반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잔반이 많이 나오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학생들이 ‘안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회의 지적에는 ‘왜 안 먹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안 먹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들이 원하는 메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는 단순하다. 달면서 자극적인 이른바 ‘외식스런’ 메뉴들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의 목적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더 건강한 식자재를 쓰고, 더 건강한 조리법과 건강한 메뉴를 작성한다.

문제는 이러한 학교급식 목적에 충실할수록 학생들의 선호도와 만족도는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잔반은 늘어난다. 그리고 급식 만족도가 낮아지면 교육 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는다. 영양(교)사 입장에서 보면 잔반을 줄이려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급식 목적에 어긋나는 메뉴를 제공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잔반 과다 문제는 영양(교)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학생들의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는 식생활교육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의회의 지적에는 이런 핵심이 빠져 있다. 잔반이 많다는 지적은 어떤 형태로든 급식을 운영하는 영양(교)사들에게 전달될 터인데 이 같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내놓는 의회의 지적과 의견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잇따르는 잔반 지적을 접하며 몇 년 전 이슈가 됐던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국회와 지방의회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발생 통계를 들이밀며 학생들의 단순한 복통까지도 학교급식이 원인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급식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았다. 당시 기자도 식중독 원인균 분석과 전파 과정 등을 입수해 학교급식에 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했었다.

씁쓸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학교급식에 대한 의회의 ‘문제 제기와 트집 잡기’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있을 것임을 잘 안다. 그것이 이미 ‘정치 쟁점화’된 학교급식의 숙명일 것이다. 다만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정보로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의욕과 보람마저 빼앗는 일만은 부디 자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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