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관리감독자 불씨, 아직 안 꺼졌나
산안법 관리감독자 불씨, 아직 안 꺼졌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12.1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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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교육청, 산업안전보건관리규정 개정 후 학교 의견 수렴
강원도영양교사회·학비노조·전교조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강원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 이하 강원교육청)이 일단락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관리감독자를 다시 영양(교)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일선 학교장으로 산안법상 관리감독자가 결정됐음에도 명분도, 근거도 없이 규정을 바꾸려는 것이어서 반발이 거세다.

강원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일선 학교에 ‘산업안전보건관리규정(이하 관리규정) 일부개정안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해 의견을 수렴했다. 취지는 강원도 명칭이 ‘강원특별자치도’로 변경된 것을 관리규정에 반영하고, 안전보건관리조직을 정비하는 동시에 최근 개정된 산안법 시행규칙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강원도 동해교육지원청이 진행한 2023년 2분기 정기 안전보건교육 모습.
지난 8월 강원도 동해교육지원청이 진행한 2023년 2분기 정기 안전보건교육 모습.

강원교육청은 애초 관리규정에 ‘관리감독자는 각 사업장의 기관(학교)장으로 하며, 근로자의 작업복·보호구 관리, 교육, 지도와 위험성 평가, 개선 조치 등의 업무를 맡는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불쑥 이번 개정안에서 ‘각 사업장의 관리감독자는 사업 분야별로 학교(기관)장을 보좌해 근로자를 현장에서 지휘·감독하는 사람을 업무담당자로 지정하여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를 확인·감독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즉 산안법상 존재하지도 않는 직위를 신설하고, ‘근로자를 현장에서 지휘·감독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강원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는 영양(교)사를 업무담당자로 지정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영양(교)사 사회에서는 “온갖 노력을 다해 간신히 관리감독자라는 멍에를 벗었는데 강원교육청이 또다시 납득하기 어려운 시도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몇 달 전 충남지역에서 후드 청소를 위해 조리대 위에 올라갔던 조리 종사자에게 안전모를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이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 사례가 재조명되면서 비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당시 충청남도교육청과 학교 측에서는 해당 학교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태도를 보여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번 강원교육청의 시도가 충남지역과 같이 산안법과 관련한 사고나 산업재해 등이 생길 경우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강원지부와 강원도영양교사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는 지난달 잇따라 강원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강한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 강원지역 영양(교)사들도 강원교육청 홈페이지에 300여 개의 글을 게시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은해 전교조 강원지부 영양교육위원장은 “관리감독자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명확하게 정리가 끝났는데 왜 자꾸 들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급식실 종사자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은 영양(교)사가 아닌 교육감, 학교장에게 있는 만큼 규정 개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식 관계자들의 비판이 거세자 강원교육청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문제가 되는 규정 2개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삭제하는 조항은 관리감독자가 ’업무담당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제6조 2항과 각 지역 교육장을 ’안전보건책임자‘를 지정하는 제6조의 2(안전보건책임자)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산안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면서 관련업무 처리요청 및 회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각 학교마다 담당자가 달라 혼란이 빚어지고 있어 업무처리 담당자만이라도 일원화하자는 의도”였다며 “현장의 의견을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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