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의 수산물 사용실태
학교급식의 수산물 사용실태
  • 설동훈 기자
  • 승인 2011.09.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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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삼치 등 대중 어종에 국한사용

 

 

‘삼치살 감자조림, 건새우 호두조림, 오징어 부추무침, 낙지미역국, 해물완자랑산적, 미역귀실채자반, 해물된장찌개, 대구알매운탕, 오징어볼’서울의 한 초등학교 9월 식단에 구성된 수산물 메뉴들이다.

또 다른 인천의 한 초등학교 9월 식단에는 ‘동태전, 파슬리가자미살 강정, 삼치살 소금구이, 오삼불고기, 오징어덮밥, 김치해물전, 연어살구이’등의 수산물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수협중앙회(이하 수협)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수산물의 사용량이 해마다 감소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난 것에 비해 각급 학교의 식단을 살펴보면 수산물 사용 빈도가 감소한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학교급식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식단 구성시 주1회 정도 주 메뉴로 불리는 독립적인 반찬으로 수산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금년의 경우 구제역과 AI파동으로 육류공급이 원활치 못해 예년에 비해 식단 구성에서 수산물 메뉴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증가한 상태라는게 영양(교)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급식식단에서 수산물메뉴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현재 학교급식에 주로 사용되는 수산물의 종류는 고등어를 비롯해 삼치와 동태, 오징어, 꽃게, 새우, 갈치 등 다양한 수산물이 아닌 소수의 대중적인 어종에 불과하다.

실례로 수협이 발간한 ‘학교급식의 수산물 공급 확대 필요성 및 지원방안’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내 소재 20여개 초등학교의 급식 식단을 1년간 조사한 결과, 급식에 사용되는 어종은 삼치와 고등어, 명태, 가자미, 임연수어, 갈치 등 6∼7개 어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어종 중에 제한적으로 일부 대중적인 어종만이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산물가격 상승에 따른 예산 부족, 조리방법의 다양성 부재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수산물의 가격 자체가 육류와 대비해볼 때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일부 어종의 경우 오히려 비싼 편이어서 한정된 예산으로 시행하는 학교급식에서 다양한 어종을 식단에 반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자연저가 어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조리방법의 경우도 조림이나 구이 등 알려진 조리방법 외에 새로운 조리법에 대한 레시피 등이 부족한 편이어서 기존의 조리법으로 조리가 가능한 수산물을 선택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수산물은 제품의 형태에 따라 크게 원상태에서 절단한 제품과 생선을 반으로 가른 반포, 가시를 제거한 살코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개 학교에서는 식단에 구성된 메뉴의 종류에 따라 이들 수산물을 각기 조리용도가 편리한 제품으로 주문, 공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가시를 제거한 생선은 급식실에서 조리가 쉽도록 가공한 제품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 제품을 공급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다수 학생들의 경우 수산물을 기피하는 추세를 보이는데다 특히 가시나 뼈가 있는 생선의 경우 잘 먹지않고 잔반으로 배출되는 사례가 많아 대다수의 영양(교)사들이 가시가 없는 생선을 주문시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생선조림 같은 메뉴의 경우 뼈와 가시가 있는 상태여야 조리시 살이 흐트러지지 않고 모양새를 유지하기 때문에 원상태에서 그대로 절단한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반포의 경우 생선구이 등의 메뉴로 제공할 경우 조리과정이 쉽고 개개인에게 배식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최근 들어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 단체급식팀의 관계자는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수산물의 경우 과거와 달리 제품의 공급시 조리의 편리성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가공한 후 납품을 하고 있다”며 “개개 학교의 경우 조리용도와 메뉴구성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적절히 구매,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일부에서 지적되고 있는 학교급식에서의 수입산 수산물의 사용 증가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산물의 경우 농산물처럼 학교급식에 국내산 사용 의무화가 조례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대부분의 영양(교)사들이 국내산 수산물을 선호하고 발주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급식에 사용되는 수산물의 경우 반드시 국내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은 당장 학부모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어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꺼려지는 부분이 있고 그런 이유로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며 “국내 어획량 감소로 불가피하게 수입산을 사용해야할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한 국내산을 사용하며 국내산 사용이 어려울 경우 해당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제외하거나 대체 식단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급식에서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도 과거에 비해 다양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수산물 메뉴하면 으레 구이와 튀김, 조림 등 단순한 형태에 국한되어 조리되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수산물을 이용한 스프, 커틀렛, 산적, 강정 등 다양한 형태로 급식에 제공되고 있다.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의 다양화는 새로운 레시피의 개발 노력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학교급식시설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몇 년간 개개 학교에 공급된 오븐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븐의 사용 이후 오븐을 이용한 수산물 요리 레시피가 속속 연구되면서 과거에 비해 보다 다양한 수산물 메뉴의 조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많은 영양(교)사들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급식에서 수산물은 육류와 함께 식단구성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실례로 개개 학교의 식단구성표를 살펴보면 매주 식단에서 돼지고기와 쇠고기, 닭고기, 수산물, 계란 등이 순환되듯 매일 주메뉴로 한가지 씩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학교급식에서의 수산물 사용은 향후 빠른 속도로 감소추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적인 수산물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고등어와 삼치, 오징어 등 주요 어종들이 잡히는 연근해 어업의 생산량이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급량 부족현상은 가격 폭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한정된 예산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하는 학교급식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공급부족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수산물 가격은 전적으로 시장상황에 맡긴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며 문제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는 정부가 비축 사업 및 민간수매 지원 등을 통해 수산물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정책을 주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교급식에서 수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청소년들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부분으로 더 이상 현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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