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경찰급식, 구조적 문제 해결부터
부실 경찰급식, 구조적 문제 해결부터
  • 안유신 기자
  • 승인 2023.12.26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급식, 정부 예산 등 지원 없이 일체 경찰 개인 부담
영양사 등 인건비만이라도 지원되어야 적자 운영 벗어나

[대한급식신문=안유신 기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표적인 특정직 공무원을 꼽자면 군인, 경찰관, 소방관일 것이다. 몇 개월 전 현직 소방관들의 열악한 급식 실태가 국정감사와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지적되며 개선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에 군급식 또한 내년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1식 3찬 배식이 아닌 ‘골라 먹는 뷔페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실 논란이 일었던 경찰급식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근본적 구조가 군부대, 소방조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부실 급식으로 논란이 된 모 경찰서의 급식 식판.
최근 부실 급식으로 논란이 된 모 경찰서의 급식 식판.

대한급식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의무경찰제도 폐지 이후 현재 경찰조직 내 급식은 경찰청이나 경찰서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급식소 운영은 영양사와 조리 인력 인건비는 물론 식품비와 운영비까지 모두 급식을 먹는 경찰관들 급여에서 공제해 직영 또는 위탁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급식이 군부대나 소방서와 유사해 보이지만, 일체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된다”며 “실제 구내식당 등 장소 외에 별도 지원이 없고,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을 먹는 경찰 개개인의 급여에서 공제한 금액으로 각종 인건비와 식자재비, 공공요금까지 모두 감당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경찰급식을 두고 현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구조적인 문제와 열악한 운영 등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편과 함께 “이해하기 어렵다”는 편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부실 논란이 됐던 A경찰서 관계자는 식권 강매 부문에 대해 “현재 서울지역 경찰서 31곳 중 28곳은 구내식당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며 “남는 수익금으로 급식소 직원들 인건비와 퇴직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직원 동의하에 5000원 상당의 식권을 한 달에 기본 10매 이상 자율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경우 식수 인원이 100명 내외로 조식과 중식을 운영하지만, 매월 직원들에게 공제하는 8만 원으로 간신히 영양사 1명과 조리원 2명의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어 식품비나 운영비 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경찰청은 경찰서에 비해 조직이 크고, 식수 인원도 많은 편이라 조금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커도 구내식당 운영을 위해 커피숍이나 매점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충당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수 인원이 700여 명인 지방의 B경찰청은 1명의 영양사와 4명의 조리원이 조식부터 석식까지 책임지며, 내근직와 외근직을 고려해 직원들로부터 9만 원에서 10만 원가량을 매월 공제해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 경찰서 간부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게 우선인데, 공공급식임에도 공적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영양사나 조리원의 인건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급식의 질은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