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식기 세척 위탁업, 관리 절실
'수면 아래' 식기 세척 위탁업, 관리 절실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1.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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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세척과 세제로 코팅 벗겨진 식판들, 잔류 세제 '범벅'
실태조사한다던 식약처, 통계는 '부존재', 조사는 '준비 중'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어린이집 영·유아용 식판과 식기 세척을 위탁하는 업체들의 비위생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이들 업체를 법령 등 제도권에 포함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식기 세척 위탁업체의 비위생 실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가 즉시 조사에 나설 것처럼 발표했으나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결과, 아직 실태조사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좌)멜라민 식판으로 식사를 하고 있는 한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우)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 S업체의 세척공장. 특이하게도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식기 세척 위탁, 위생 공백 많아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식기 세척 위탁은 위생과 관리 등에 공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몇 언론매체는 보도를 통해 식판·식기를 수거하고 다시 공급하는 차량에 비위생 실태가 드러나도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식판을 지나치게 자주 세척하거나 강한 세척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식판이 잔류세제로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식기세척기 업체 관계자는 “어린이집을 비롯한 상당수 영·유아급식소에서는 스테인리스보다 폴리카보네이트 또는 멜라닌 소재의 식판 사용이 늘고 있는데 이 식판들은 오래 사용하면 코팅이 벗겨져 눈으로 볼 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며 “강한 세제에 오래 노출될수록 코팅이 더 빨리 벗겨지고, 발생한 균열에는 잔류세제가 쌓인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S업체처럼 상당수 업체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 된다. 업계의 업력이 짧아 프랜차이즈임에도 세밀하게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우려다.

지난 몇 년간 식기 세척 위탁업체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도 이 같은 프랜차이즈 확장 방식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S업체의 어린이집 월간 1인당 식기 세척 가격은 2022년까지 1만 원이었는데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식기 세척 위탁을 시작하면서 제안받은 가격은 2만 원 이상이었다고 전해진다. 학교 식판이 어린이집보다 더 커 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해도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식약처 실태조사, 아직도 '준비 중'

식약처에 대한 비판도 강한 편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식기 세척 위탁업체에 대한 언론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문제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집단급식소 식기 세척 위탁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관리지침을 마련해 위생적으로 관리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급식신문은 이 같은 식약처의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집단급식소 식기 세척 위탁현황'에 대한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자료 요청에 '부존재'라고 답변하며, 해당 사항을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문의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답변으로 미뤄보면 식약처는 애초에 조사 권한도 없는데 언론을 통해 문제점이 지적되자 일단 조사하겠다고 해명자료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 답변에 부존재라면 조사를 언제 시작하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에) 아직 조사를 '준비 중'이며 타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식기에서 문제가 생기자 실태조사를 할 것처럼 해명자료를 내고, 뒤늦게 어린이집에는 권한이 없다는 식약처의 입장을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식기 세척 위탁업체가 식품위생법의 테두리에 들어오도록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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