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현실된 '환기개선공사 업무'
설마 했는데 현실된 '환기개선공사 업무'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2.04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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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노조·경남전교조, 기자회견 열고 경남교육청 행정 비판
학교로 떠넘겨진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개선공사, 교육청이 맡아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전국적으로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공사(이하 환기개선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 이하 경남교육청)이 환기개선공사 업무를 일선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경남교육청이 '경남형 학교급식 환기시설 개선 매뉴얼(이하 경남형 매뉴얼)'을 발표하면서 나왔던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된 모양새다. 

경상남도교육청지방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김기룡, 이하 경남교육청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노경석, 이하 경남전교조)는 지난달 3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교육청의 행정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지난달 30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앞서 경남교육청은 경남형 매뉴얼 발표와 함께 '2023~2026년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시설 개선 중기계획'을 세워 관내 974개 학교를 대상으로 공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경남교육청이 다른 지역 시·도교육청과 다르게 일선 학교에서 모든 환기개선공사를 직접 시행하도록 하고, 계약과 감리·준공까지 맡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타 16개 시·도교육청의 경우 모두 환기개선공사를 교육청·교육지원청이 총괄하고, 학교는 일부 업무만 맡고 있는 것에 반해 경남교육청은 모든 업무를 학교에게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도 내 학교는 설계용역 계약상황과 계약서 사본을 학교가 작성해 교육지원청으로 제출해야 한다. 또한 설계도서 검토 요청도 학교가 공문으로 작성해 교육청·교육지원청 급식담당과 기술지원전담팀의 확인을 거쳐 진행해야 하며, 공사 및 감리의 계약상황 보고 역시 학교의 몫이다.

여기에 준공검사의 주체도 역시 학교가 맡고 있어 학교는 준공검사 입회요청서와 준공검사원, 준공서류를 준비해 교육지원청으로 보고하고 준공을 받아야 한다. 

경남전교조 관계자는 "학교는 교육지원청 급식담당·기술지원팀에 설계용약 계약, 공사, 감리, 착공, 준공, 공사설계 변경에 이르기까지 건건별 모두를 보고해야 한다"며 "심지어 학교에서 설계용역, 감리 대표자에게 역량강화 교육 참석 여부를 직접 묻고, 교육지원청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처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남지역의 한 영양교사도 "환기개선공사 업무를 학교로 떠넘긴 탓에 영양(교)사와 시설 담당자는 엄청난 업무량은 물론 전문성도 없는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건지, 환기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인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김기룡 경남교육청노조 위원장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청의 업무 떠넘기기로 인해 학교 담당자 업무 경감 및 효율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교육청이 직접 환기개선공사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환기개선공사 업무 학교 떠넘기기는 경남교육청과 공무원노동조합공동교섭단이 맺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지적도 더해졌다. 양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단체협약서 제71조에 따르면, '교육감은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시설비는 학교회계전출금으로 예산편성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교육감은 지속적으로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시설비를 학교회계전출금으로 학교로 내려보내는 등 업무를 가중시켜 왔다"며 "이제는 3억 원 이상인 환기개선공사비까지 학교회계로 보내고 있는데 교육감은 단체협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 단체는 현재 학교가 맡고 있는 환기개선공사 시행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재검토하고, 전문가가 배치된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이 시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현재 인력으로 직접 공사를 담당하기 어려워 학교에서 공사를 하도록 할 수 밖에 없다"며 "대신 기술지원 전담팀이 학교를 자주 방문해 전문성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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