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양사 국가시험에 대한 '단상'
[기자수첩] 영양사 국가시험에 대한 '단상'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2.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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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얼마 전 제47회 '영양사 국가시험(이하 영양사국시)'에서 만 70세 만학도와 외국인 유학생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으로 놀랍고 기쁜 소식이었다. 계명문화대학교 식품영양전공에 성인학습자로 입학한 강영옥 씨는 낮에는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밤에는 영양사국시를 공부했다고 한다.

김기연 기자
김기연 기자.

또한 중국에서 유학차 한국에 온 외국인 공링한 씨는 한국어로 이뤄지는 강의를 어려워하면서도 공부에 집중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두 사람의 합격 소식을 접하며 기자는 기쁨과 우려를 동시에 느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중국인임에도 영양사면허에 도전할 만큼 영양사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최근 줄어들고 있는 영양사국시 지원자' 생각이 함께 떠올랐다.

아쉽게도 현재 영양사 직군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못하다. 그 이유는 영양사에 대한 전반적인 처우 수준이 낮은데다 영양사면허 보유자가 너무 많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2021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양사면허 보유자는 14만9050명인데 이 중 '비활동 영양사'가 6만7998명(45.6%)에 달한다. '국가 면허증'이라는 영양사면허를 어렵게 획득하고도 활용하지 않는 영양사면허 취득자가 절반이나 된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식으로 등록된 우리나라 단체급식소는 4만 7000여 개에 불과하다. 수치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일자리는 제한적인데 영양사면허 보유자는 계속 늘고 구인은 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영양사 처우는 낮아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체급식산업은 꾸준히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고, 신규 영양사 또한 계속 시장에 공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정년퇴임 또는 은퇴 연령대인 50대 이상 영양사의 비활동 비율은 2010년 13.6%에서 2020년 37.7%로 크게 늘었다. 고령 영양사들의 퇴직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인력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의견 모두 일리 있다. 하지만 기자가 주목한 지점은 영양사국시 합격률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 시험원(이하 국시원)에서 영양사 국시를 주관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매년 영양사국시 합격자는 평균 4000~4500여 명 선이었다.

물론 중간에 5500 또는 3500여 명이 합격 하는 등 예외였던 때도 간혹 있었으나 전반적인 흐름은 비슷했다. 문제는 대학의 식품영양 관련 학과 폐지로 응시자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합격자 수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히 합격률은 매년 상승했다. 일선 영양사들 사이에서는 응시자가 줄면 합격자도 줄어들어야 할 텐데 합격자 수가 그대로라면 국시원이 시험의 난이도를 낮춘 것 아니냐고 우려해왔다. 그리고 이 같은 난이도 하락은 배출되는 영양사의 자질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다시 영양사 처우 수준을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자료를 찾으면서 기자는 행여나 이번 기자수첩이 '최선을 다한 강영옥·공링한 씨의 노력과 열정을 폄훼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했다. 그럼에도 꼭 짚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영양사국시가 보여주는 지표와 흐름은 그냥 보고 넘겨야 할 것이 결코 아니다. 현재 일선 영양사들이 목놓아 외치는 '영양사 처우 개선'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무엇일지 기자도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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