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식 이슈도 역시 '물가와 조리인력'
병원급식 이슈도 역시 '물가와 조리인력'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2.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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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급여화'된 환자식 단가, 현실화에는 못 미쳐
가시적 성과 기대되는 임상영양사 의무배치 이뤄질 듯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산업이 태동된 후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다지만 요즘처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가 또 있었을까. 단체급식산업의 위상부터 급식 종사자들의 처우까지 급식산업을 둘러싼 내·외부 요인이 요동친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은 후 '고물가'라는 또다른 파도를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대한급식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병원급식을 분석하고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편집자주 -

'치료'가 목적인 병원급식
안타깝게도 '병원밥'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맛없다'라는 평가를 먼저 내린다. 심하면 '형편없다'는 혹평도 일부 나온다. SNS만 찾아봐도 부실하다는 평가와 함께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병원급식의 목적은 학교나 산업체급식과 엄연히 다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되는 치료의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적을 인지한 정부는 2006년 환자식을 '급여화'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 재정에서 식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병원 환자식은 ▲일반식 ▲치료식 ▲경관영양유동식 ▲산모식 ▲멸균식 ▲분유 등 환자의 질환이나 치료 단계를 고려해 제공된다. 지원되는 금액은 병원 규모와 종류별로 구분된다. 이어 2016년부터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가 입원환자 식대 수가를 소비자물가지수와 자동연동시켜 매년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024년 입원환자 식대 수가는 전년 대비 5% 상승했다. 병원 규모별로 살펴보면, 올해 입원환자 식대 수가는 상급종합병원이 5340원, 종합병원은 5110원이며, 병원과 치과병원 등 일반병원은 4860원, 의원급은 4440원이다. 

병원급식은 학교와 산업체 등 타 급식과 달리 급식단가가 다소 높은데, 이는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수에게 효율적인 식사 제공보다는 환자 개인에 맞춘 식사를 제공하면서 영양소 함량을 까다롭게 관리한다. 결국 일반 급식소보다 위생관리가 훨씬 엄격한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일일이 식사를 제공하는 '이동급식' 형태이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당연히 식자재 비용, 시설 및 인건비가 더 소요되고 이는 급식단가에 반영된다.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식대 수가가 5340원이어도 실제 급식단가는 평균 7000원 이상이며 1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급식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일산병원 뉴스레터 '問安')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급식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 

업무 많은 병원급식, 처우는 그닥
올해 병원급식 주요 이슈 역시 여느 단체급식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물가와 조리인력이다.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지만, 급식단가를 함께 올리기는 쉽지 않고, 조리인력 구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입원환자 식대에 '인건비 인상률'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조리인력난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365일 3식을 제공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조리인력의 업무량이 타 급식 분야보다 많을 수밖에 없는데 처우 수준은 일반 급식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업무가 많은 병원급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 따라서 조리인력을 구하려면 더 높은 급여를 줘야 하는데 급식단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에 응한 한 병원 영양사는 "한 가지 메뉴를 대량 조리하는 단체급식과 다르게 병원급식은 일반식, 치료식, 멸균식, 산모식, 경관유동식 등 다양한 종류의 식사를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며 "조리인력 수도 숙련된 인력도 훨씬 많이 필요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조리인력을 대폭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이 영양사와 조리사를 직접 고용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하는 ‘영양사·조리사 가산금’이 있지만,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기준 영양사 가산금은 1식당 620원, 조리사는 570원으로 책정돼 있다. 즉 환자 수가 100명이라면 영양사는 6만2000원, 조리사는 5만7000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또한 환자 수가 100명 이상인 병원이라면 최소한 영양사 2~3인이 필요한데 영양사 가산 기준은 '2인 이상'이라 추가되는 영양사 인건비는 병원 측이 떠안아야 한다. 결국 병원 측은 영양사 추가 고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영양사 업무량 과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병원급식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양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출처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가 영양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임상영양사’ 의무배치 순항
그간 병원급식에 비용과 인력이 전통적인 이슈였다면 올해 새로운 이슈는 '임상영양사 의무배치 기준 제정'이다. 임상영양사는 국민영양관리법에 명시된 국가자격증으로 질병 예방과 관리를 맡는 전문 영양사다. 예를 들면 수술을 마친 환자의 회복 정도를 살피고 이에 맞는 식사량과 회복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수술 환자가 아니어도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관리와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한 임상영양사임에도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의료기관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종합병원과 병원 등 '의료기관'의 범위와 역할을 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에 따르면, '입원시설을 갖춘 종합병원·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 또는 요양병원에는 1명 이상의 영양사를 둔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의료기관은 임상영양사 대신 일반 영양사를 고용해 급식을 제공해 온 것이다. 

영양 관리가 질병의 치료와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을 위주로 임상영양사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종합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서는 그 추세가 더디다. 영양사단체를 중심으로 법률로 배치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큰 실효성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재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배치기준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 의원실 담당 비서관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실례로 30병상당 임상영양사 1명 배치 등 보다 상세한 배치기준 마련 요구까지 나왔다"며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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