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데 아직 요원한 '유보통합 내 학교급식법'
중요한데 아직 요원한 '유보통합 내 학교급식법'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4.03.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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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과 어린이집연합회 대표단 간담회에서도 언급 없어
“급식 운영 주체는 시·도교육감, 교육감협의회가 논의 요구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에 학교급식법 적용의 중요성을 교육 당국도 조금씩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논의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보통합의 중심에 있는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계속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실질적인 급식 운영의 주체인 시·도교육감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12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개최한 '유보통합 재정확보 토론회' 모습.
지난해 12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개최한 '유보통합 재정확보 토론회' 모습.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이하 서울교육청)은 지난 20일 본청에서 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연숙)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 유보통합 추진 계획과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재 정부는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에서 관장해온 영·유아 보육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은 전국 대다수 교육청이 동일하게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상반기 ‘유보통합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국 17개 교육청 중 9개 교육청을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지정하는 등 유보통합 추진 청사진을 구축해 왔다. 그리고 이같이 지정된 선도교육청들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월에 걸쳐 추진단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유보통합 업무 전담팀을 교육청 내 잇따라 구성했다.

이들 전담팀은 복지부의 영·유아 보육사무를 이관받는 동시에 유치원·어린이집과 소통하면서 내년 출범할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모델(이하 통합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이번에 진행한 어린이집연합회 대표단 간담회 역시 이 업무의 연장이다.

이처럼 통합모델 출범이 1년 가량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서울교육청이 추진한 간담회에서는 학교급식법 적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이번 간담회에서도 일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현행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어린이집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학교 무상급식은 시·도교육감 책임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무상급식 예산도 지방자치단체와 부담한다. 실제 학교와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에서 정한 영양관리기준 및 위생관리지침 등을 따르고, 교육감 역시 이에 따라 무상급식비와 함께 급식 종사자 인건비, 시설개선 예산 등을 지원한다.

이와 같이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통합모델 역시 당연히 적용된다고 볼 수 있으나 통합모델은 어린이집을 포함하기 때문에 막대한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 어린이집 시설과 원아 수 자체가 유치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3월 1일 기준 전국 유치원은 8692개인 반면 어린이집은 2만8569개로 집계된다. 원아 수는 2022년 기준 유치원이 55만2812명인 반면 어린이집은 109만5450명으로 2배 가까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모델에 무상급식을 운영하려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구체적인 준비나 논의 없이 갑자기 투입할 수 있는 예산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내년에 적용될 통합모델에 학교급식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가 필요함에도 유보통합 추진의 중심에 있는 교육부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 

유치원급식을 운영해온 현장 영양(교)사들은 시·도교육감들이 나서 교육부에 학교급식법 적용에 대한 논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유치원·학교급식을 운영하는 주체는 시·도교육감으로 통합모델 급식 운영이 파행을 겪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교육감들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의회)가 교육부에 의견을 건의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서울교육청 측은 어느 정도 심각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통합모델에 학교급식법 적용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며 “다만 교육감협의회 안건 제안 등에 대해서는 절차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지금은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 관계자도 “유보통합 추진과정 및 의제 설정은 교육부에서 전담하고 있는 터라 일선 교육청에서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며 “학교급식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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