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가족들의 제주행 일상탈출
급식실 가족들의 제주행 일상탈출
  • 고혜경 인천안산초등학교 조리종사원
  • 승인 2011.10.10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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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

추석을 지나서까지 때늦은 늦더위가 발목을 잡으며 매일 학생들에게 제공될 급식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고 힘들게 했다. 하지만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우리의 가슴을 상큼하게 해주는 여정을 생각하며 힘을 얻곤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언제나 함께하는 우리 급식실 가족들과의 여행이었다.

지난 4월 영양교사 선생님의 제안에 따라 10월 연휴 기간동안 여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저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한 의견을 내는 등 갑론을박이 계속된 끝에 우리 종사원 중 제일 나이가 위인 맏언니가 한 번도 제주도 여행을 해본 적인 없다는 말에 우리 모두 의견을 통일, 제주도로 여행지를 결정했다.

여행 경비가 우리들의 적은 월급으로는 마련하기에 만만치 않아 여행 계획을 세운 이후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경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출발 몇 달 전 미리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을 상상하며 무덥고 힘든 나날 속에서도 날마다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우리 학생들의 급식을 준비 했다. 마음은 이미 제주의 깊고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서있었고 입에서는 ‘제주도의 푸른 밤’이라는 노래가 수시로 나오곤 했다.

우리의 행복에 가득한 마음이 그대로 급식에 전해진 탓일까.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후 급식을 먹는 우리학교 가족들 모두가 급식이 예전보다 훨씬 맛있어 졌다며 보는 사람들마다 한마디 씩 칭찬의 말을 던져주고 이런 칭찬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하고 맡은 바 일에 더욱 충실하게 하는 작용을 했다.

그야 말로 여행계획을 통해 우리 급식실 가족 모두에게 행복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급식을 제공받는 학교 가족들 모두에게 맛있고 정성스런 급식으로 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다림과 설레임 끝에 마침내 제주행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날 교장 선생님의 격려 말씀과 금일봉으로 한층 더 즐거워진 여행은 시작 되었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를 기점으로 제주의 이곳 저 곳을 돌아보고 제주의 올레 코스 중 가장 멋지다는 7코스를 걸었다.

가격과 비교해 아주 푸짐하고 훌륭한 각종 싱싱한 먹을거리들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고,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여덟 여자들의 즐거운 이야기에 제주가 들썩였다.

특히 그동안 가족처럼 끈끈한 정으로 함께 지내면서도 미처 몰랐던 우리 급식실 가족들의 노래 솜씨와 율동은 우리 스스로를 깜짝 놀라게 하고 여행지에서의 자유스러움 속에 오가는 이런저런 속 깊은 이야기에 우리 모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정말 시간이 그대로 머물러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행복한 2박 3일이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겨줄 줄 아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체에서 여행의 행복감은 배가되는 것같다.

이제 우리 급식실 가족들은 달콤했던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학생들에게 사랑의 급식을 제공하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예전보다 더 가까운 동생으로 언니로 서로를 챙기고 함께하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급식실에서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행복한 여행을 제안하고 함께해 준 영양교사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급식 현장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급식의 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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