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회계직 영양사로부터의 전화
부산의 한 회계직 영양사로부터의 전화
  • 이시정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사무처장
  • 승인 2011.12.2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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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칼럼

 

학교회계직 선생님들에게 올 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연초, 한해가 시작되자마자 월급쟁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임금체계가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지난 2년간 공무원 임금이 동결(호봉이 없는 학교회계직원은 사실상 물가상승분 만큼 삭감)될 때는 그 기준을 적용하더니 공무원 기본급 변동으로 임금이 좀 많이 오를 것 같으니까 기존의 임금 기준(회계직 영양사는 9급 1호봉의 21배)을 폐기한 것이다. 당사자들의 의견 한마디 듣지 않고 말이다.

이 사건은 교육기관 구성원의 4분의 1을 그야말로 유령 취급해 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장의 학교회계직 선생님들은 분노했고 그 분노는 ‘물방울소송단’이라는 이름하에 약 7천여 명이 교육감을 상대로 체불임금 소송에 나서는 초유의 일로 발전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 역사상 최초로 학교회계직 노조와 단체 대표들이 교과부 장관과 면담을 했고 2012년부터 영양사에게 지급되던 기술정보수당 등 6가지 수당이 신설됐다. 없던 수당이 신설되는 등 처우개선이 일부 이루진 것은 분명하지만 교과부의 처우개선 발표에는 학교회계직 선생님들의 가장 큰 염원인 호봉제가 빠졌다. 하지만 영양사회를 비롯한 노동조합들의 노력으로 국회교과위에서 호봉제 예산 712억원을 증액했고 현재 예결위원회만 남겨두고 있다.

올 한해는 학교급식의 중요성이 강조된 한 해이기도 했다. 무상급식 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급기야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실시되기도 했다. 앞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상급식의 최종 책임자들이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현실 진단은 매우 부족했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었다고 생각한다.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너무나 큰 격차를 알게 된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얘기하는 마당에 오래 일할수록 임금이 2~3배 차이가 나는 것은 누구도 이해 못한다. 그것도 학교에서.

얼마 전 부산의 모 중학교 회계직 영양사로부터 상담전화를 받았다. 학생과 학부모 설문조사결과 급식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다. 단체급식에 불만이 많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만족의 책임을 비정규직 영양사에게 지워서 생존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출산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강요받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출산장려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면서 다른 곳도 아닌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은 아이도 낳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급식도 교육이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교육이다. 이 중요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심하게 차별하는 것은 너무도 반교육적이다. 학교는 땀과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 현실은 땀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고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천대한다. 우리 아이들이 초, 중, 고 12년 동안 이런 실상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짐해 본다.

올 한해 희망의 씨앗을 전국 곳곳에 뿌린 한해 였다. 내년에는 희망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올 한해 학교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학교회계직 선생님들도 교육 주체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께 “단순히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만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로 새해를 힘차게 맞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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