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과 운영, 학교 현장의 소리 귀 기울여야 …
설립과 운영, 학교 현장의 소리 귀 기울여야 …
  • 공동취재단
  • 승인 2012.02.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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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학교급식의 미래 ‘학교급식지원센터’ 진단

 


③소비자의 시선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급식지원센터)에 대해서 일선 영양(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 등에만 관심이 쏠려 정작 중요한 운영 등에 대한 사안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체급식에 또다른 한 축의 소비자라 할 수 있는 학부모들은 아예 논의에서 제외되어 있기도 하다. 급식지원센터 운영과 관련해 가장 긴밀한 관계에 있으며, 가장 큰 소비자인 영양(교)사들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
.

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급식지원센터)는 식재료 공급과 유통뿐 아니라 식생활 및 친환경 농산물 교육 등 학교급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교 영양(교)사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급식지원센터에 대한 논의는 영양(교)사들 보다 시민단체의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급식지원센터 운영과 친환경 농산물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시민단체와 농민 그리고 이를 공급받는 영양(교)사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내에는 하남과 고양시가, 비슷한 시기에 경북은 포항과 김천에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경기도 광명시가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전국에서 급식지원센터의 설립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센터, 설립 보다 체계적 준비돼야
이같은 현상에 학교 영양(교)사들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논의에 참석한 영양(교)사들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설립에만 신경을 쓸 뿐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설립에 앞서 충분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체계적 준비가 이뤄져야 함에도 설립 시기를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그것에 맞춰 시행하기 위한 논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실질적인 책임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맡는 등 이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기존 납품업체의 선정과 식재료 구매에 있어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책임에 대한 의무가 뒤따르는 등 책임 소재가 명확히 학교에 있었다. 하지만 급식지원센터 운영이 지자체 공무원이 아닌 시민단체 관계자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학교급식에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애매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급식지원센터 설립 이후에 대해서도 영양(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급식지원센터가 운영되면 영양(교)사는 이곳에서 공급하는 식재료만을 사용해야 한다. 거의 모든 농산물이 여기에 포함되며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소스 및 장류 등 공산품도 공급품목에 포함하고 있다. 물론 영양(교)사들의 선택권과 좋은 상품을 나름 보장하기 위해 품평회 등을 개최하고 있지만 일단 선정이 끝나면 최소 30~40여개 학교가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구매할 때 보다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 다양성 배제, 급식 질↓
농산물과 공산품을 함께 공급받고 있는 지역의 한 영양사는 “민간에서 공급을 받을 때는 제품의 질에 대해서 업체와 상의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급되는 제품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 1월 31일 양일선 연세대학교 교수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2011년도 전국 시도 교육청별 학교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도 급식 만족도가 낮은 편으로 나타났었다.

급식의 맛은 모든 영양(교)사들에게 민감한 부분으로 학교급식의 최종 수혜자인 학생들의 입맛은 아이들과 학교마다 동일할 수는 없다. 식재료선택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안양지역에서 이뤄진 식재료 공동구매 시범사업에 참여한 영양(교)사들은 사업결산토론회에서 “공동구매로 인해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선택권을 제한받을 뿐만 아니라 급식의 맛에 대한 불만도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선택권이 배제된 채 소스류, 장류 등의 가공식품 까지 일괄 공급될 경우 일부 학교급식에 대해 부정적인 학생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영양(교)사들의 주장이다.

친환경 농산물 전처리 강화해야
급식지원센터는 지역 내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부족할 경우 타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농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영양(교)사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농민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반 농산물에 비해 가격은 높으면서 벌레 먹은 흔적 등 상태가 불량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받는 입장은 그와 다르다. 한 영양사는 벌레가 많이 먹어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도 반품도 어려웠다며 반품을 위한 전화에서도 “원래 친환경 농산물은 무농약 재배라 그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당장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은 이 문제가 이해와 타협 차원에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친환경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한 영양교사는 “친환경 농산물의 보급 확대를 위해 원물에 대한 납품보다 전처리와 소포장 등의 처리까지 완료해 많이 훼손된 농산물을 사전 제거하고 바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자 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을 책임지며 현장을 지키는 운영자들의 소리를 간과하거나 급식에 최종 수혜자인 학생들의 건강권이 자칫 농민들의 이해관계가 우선돼 급식지원센터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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