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두고 자발적 방사능 감시에 나선 시민들
정부 두고 자발적 방사능 감시에 나선 시민들
  •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 승인 2012.04.06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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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칼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고 1년이 지났지만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여전히 매우 높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일본산 식품을 구매해왔다는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현재의 방사능 검역 체계도 너무 느슨하다는 의견도 대부분이다. 63%는 “일본산 식품 수입에 대한 방사능 검사 절차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일본산 수입 식품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7%로 상당히 높았다.

핵발전소 폭발로 공기와 바다로 유출된 천문학적 규모의 방사성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에도 흘러들어왔다. 지난해 4월말 이후부터 공기 중 방사능 농도는 사고 이전 수치로 낮아졌지만 일본산 식품에서 방사성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정부는 검출된 방사능의 양에 대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의 경우 정부의 평가에 심각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음식물 섭취에 의한 방사능 피폭은 숨을 쉬면서 방사성물질을 흡입하는 것만큼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 분열과 성장이 활발한 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방사능 피폭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도 상식이 됐다. 게다가 수많은 종류의 방사성물질이 자연에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악영향을 남긴다.

식품에서 주요하게 검출되는 세슘이나 스트론튬은 반감기가 30년 내외라서, 25년 전에 일어났던 체르노빌 사고에서와 같이 수십 년 동안 남아있게 된다.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결과가 예상되는 위험이 있으면 이를 미리 예방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임산부가 가급적 엑스레이 촬영을 기피하려는 심리와 마찬가지다. 그나마 치료 목적의 방사선 이용은 발암 위험을 높이더라도 검진이나 치료라는 효용이 더 크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다는 차이가 있다. 방사능의 경우 인간의 오감으로는 감지할 수가 없고, 암이나 백혈병을 비롯한 건강영향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피폭량도 최소화해야 한다.

자발적 방사능 감시에 나선 시민들이 잠자던 정부의 역할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변화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 대부분 아이를 둔 어머니들로 구성된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모임(차일드 세이브)은 스스로 작성한 ‘학교급식 개정 제안서’를 정부와 교육청에 전달하며 안전한 급식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제안서에는 일본산 식재료 쓰지 않기부터 방사능 섭취예방을 위한 구체적 조리법까지 구체적 요구를 담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노출돼왔던 방사능 오염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말 시민 제보자와 환경단체에 의해 알려졌던 노원구 아스팔트 사건이 대표적이었고, 이어 벽지와 접시꽂이와 같은 생활용품에서도 추가로 오염이 확인됐다. 문제는 방사능 방호 책임을 맡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응에 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각종 방사능 사건에 대해 건강영향을 평가하면서 ‘기준치 이하라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만을 반복해왔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방사능 위험을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데 있다. 핵발전소와 방사능을 둘러싼 심리적 불안이 고조됐음에도, 정부는 안전만을 강조했을 뿐 정작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는 완벽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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