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이’ 벗어난 ‘라니’, 조달시장 참여 논란
‘린나이’ 벗어난 ‘라니’, 조달시장 참여 논란
  • 정재석 기자
  • 승인 2012.05.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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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계 “가족 지분 얽혀 부적절” … 라니 “흠집 내기위한 억측일 뿐” 일축

중소업계 ‘가족지분 100%’ 배제해야
린나이라니 ‘법적남남 경쟁관계’ 일축

정부 ‘무늬만 중소기업’ 솎아낼 것

 

▲ 린나이코리아로(좌)부터 계열 분리된 라니(우)의 중소 조달시장 참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급식업계 1위인 아워홈이 최근 한국전력공사 구내식당 운영권 입찰에 참여하면서 중소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 배제 방침에도 범LG가(家)인 아워홈이 계열분리로 ‘나도 중소기업’이란 배짱(?)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LG 오너가인 구자학 회장 자녀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한 중소기업이란 얘기다. 상업용 주방기기 업계에서는 린나이코리아로부터 계열분리한 (주)라니가 ‘무늬만 중소기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아워홈과 같은 맥락이다. 본지는 논란의 쟁점이 무엇이고, 해당 업체들과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 본다.


라니, 조달 참여 문제 있나?

라니가 생산하는 주요제품은 전자레인지, 가스보일러와 같은 생활·계절가전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기가 많다. 이 외에 공공기관을 겨냥한 상업용밥솥(취반기) 2종류가 있다. (주)라니 사명은 설립당시 라니산업에서 2007년 라니세인트웰로, 2011년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라니가 상업용밥솥 조달시장을 뛰어든 시점은 2009년. 당시는 계열분리 전으로, 2008년까지는 린나이코리아 계열인 화인세인트웰이 생산한 제품이 조달시장을 도맡았다. 린나이는 그해 조달시장의 절반이 넘는 55.82%의 성과를 냈다.

라니는 첫해인 2009년 린나이코리아와 함께 상업용밥솥 조달시장에서 각각 28.05%, 23.32%인 51.37%를 점유했다. 2010년에는 린나이코리아가 빠지고, 라니 혼자 56.38%의 계약을 따내 10여 업체가 참여한 조달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조달시장에서 차지하던 린나이코리아 몫을 라니가 가져 간 셈이다.

라니는 중소기업 기본법의 ‘관계회사제도’ 시행을 앞 둔 2010년 3월 린나이코리아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관계회사제도’는 대기업 자회사 등을 중소기업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2009년 법령에 반영, 2011년 1월부터 시행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라니가 린나이코리아로부터 분리됐다고는 하나, 라니의 지분 전체를 린나이코리아 창업주인 강성모 고문 가족이 갖고 있는 만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짙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이들 업체는 라니가 자력으로 부족한 국내시장 판매유통과 AS를 린나이코리아 계열의 전국대리점 일부를 위탁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사례로 꼽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법에는 저촉되지 않더라도 대기업 자회사를 제한한 중소 조달시장에 참여한다는 것은 ‘관계회사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부도덕한 행태라고 업체들은 지적한다. 

A사 관계자는 “당시 린나이코리아가 조달시장에서 빠지면 내수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라니가 그 자리를 꿰찰지는 상상도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B사 관계자는 “2008년 환차손에 따른 경영악화로 린나이코리아에서 입지가 좁아진 강씨 일가의 경영무게가 알짜배기인 국내 조달시장, 즉 라니로 옮겨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린나이코리아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중소기업경쟁제품(상업용밥솥 등 195개)에 포함되지 않는 상업용오븐으로, 라니는 상업용밥솥으로 조달시장에 주력하는 게 아닌가하는 업계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상업용밥솥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은 각종 규제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라니의 조달시장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라니 관계자는 “린나이코리아측과 정식 위탁계약으로 일부 대리점과 AS를 함께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열분리와 함께 린나이코리아와는 일절 교류가 없다”고 밝혔다.

라니의 다른 관계자는 “개인적인 지분이 있고 없고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가족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은 무조건 대기업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린나이와 라니 남남인가?

린나이코리아는 1974년 강성모(現 명예고문)씨가 일본린나이와 합작해 설립했다. 린나이코리아는 40년 가까운 역사답게 국내 가스보일러 업계의 대명사로 불리며 보일러시장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장배경에는 계열사의 맏형인 라니가 있다. 라니는 1978년 강 고문이 개인적으로 투자해 설립한 이후 가스기기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라니는 설립초기부터 가스레인지, 가스온수기, 가스보일러 등 일부품목을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계열분리 전까지 린나이코리아에 공급해 왔다. 현재 라니의 대표이사는 강원우씨로 린나이코리아 설립자인 강 고문의 둘째 아들이다. 2005년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 고문이 45%, 강 고문의 장남 강원석 40%, 차남 강원우 15% 등 가족이 100%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린나이코리아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강원석씨의 라니 지분 40%는 계열분리와 함께 강원우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011년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라니의 지분구조는 대표이사 강원우씨와 친인척이 100%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 

두 회사는 30여년 만에 법적으로 남남이 됐지만 라니의 대표인 원우씨가 강 고문의 아들이고, 또 라니의 지분을 강 고문 가족이 100% 갖고 있는 터라 ‘무늬만 중소기업’이란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니 관계자는 “자력으로 조달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업체들의 모함이다”며 “계열분리 당시 린나이가 갖고 있던 판권, 즉 조달시장 판매계약권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넘겨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회사가 지난해 큰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누구를 돕거나 할 처지가 못되는 상황이다”며 “라니와 과거에는 동반자였지만 지금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린나이코리아의 지분은 일본린나이 97.3%, 일본린나이홀딩스 2.3%, 강원석 공동대표가 0.4%를 갖고 있다. 

라니 조달시장에 목메는 이유

라니는 첫 진출한 조달시장의 28.05% 계약실적에 이어 린나이코리아가 배제된 2010년 라니는 상업용밥솥으로만 조달에서 50억이 넘는 계약을 따냈다. 전체 상업용밥솥 조달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는(56.38%) 규모다. 이는 그 해 라니 전체 매출 254억 가운데 1/5(19.95%)에 육박한다.

또한 다음해인 2011년 라니의 전체 매출이 161억으로 36.5%가 급감해 3억3000여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을 때에도 총 매출에 23.47%를 조달시장을 통해 달성하는 등 비중이 커졌다. 라니가 조달시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이유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라니 관계자는 “계열분리와 함께 린나이코리아에 OEM방식으로 납품하던 물량 전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조달시장에 역점을 둔 것은 당연하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각종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소기업청 법 어떻게 손질하나

정부는 ‘무늬만 중소기업’이란 비판의 목소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분류가 예상되는 일부 기업이 각종 규제를 피해가며 소상공인·중소기업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중소기업청도 ‘관계회사제도’를 손질 중이다. 한마디로, 법적인 남남 외에도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을 솎아낸다는 방침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개정안에는 구체적 내용보다는 큰 틀에서 법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후 시행령에 ‘친인척’ 관계 등 대기업과의 이해관계를 보다 세부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관계회사제도’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으며, 현재 국회 법사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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