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처우 개선 없이 양질의 학교급식 기대 요원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없이 양질의 학교급식 기대 요원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2.06.2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심 전회련 전국영양사분과위원장 심층인터뷰

 

알립니다.

이번 본지의 인터뷰 취지는, 학교 현장에 근무하는 전국 비정규직영양사들의 처우개선 목소리에 초점을 두고 열악한 현실을 조명하고자 기획되었음을 밝힙니다.

최영심 전회련 전국영양사분과 위원장과 김유진 대한영양사협회 전국학교영양사회장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동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김유진 회장은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서면과 전화 인터뷰에도 응하지 못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랫동안 외쳐왔던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의 처우개선 문제가 올해 들어 사회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을 필두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속한 3개의 노조(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비노조)와 여러 단체들은 이제 더 이상 침묵만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너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의 처우개선에 앞장선 최영심 전회련 전국영양사분과위원장<사진>은 “행동 없인 결실도 없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권리 찾기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펴면서도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이중적인 정책이 어떻게 개선돼야할지 최 위원장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양질의 학교급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최 위원장. 초등학교 영양사로 재직하고 있는 최 위원장은 세 아이의 엄마다. 학교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이제 내 아이에게 엄마가 학교에서 일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단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 영양사의 현실이 콘크리트 벽보다 더 단단할 줄은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랬어요.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고된 일과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묵묵히 참았죠. 저도 모르는 사이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더군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경력연수와 상관없이 늘 제자리에 맴도는 급여뿐이었습니다.”

정당한 대우 위해 한목소리 내야
지역 내 같은 처지에 있었던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도 최 위원장과 같은 심정이었다. 모두가 안타까운 심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2000년 중반만 해도 다들 개별적인 목소리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다 2009년 급식실 종사자 10여명이 모여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전회련)이 결성됐어요. 그때는 그저 산발적인 목소리에 불과하다 봤는데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 순간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죠.”

최 위원장은 이제 전국의 모든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이 일어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내 목소리 하나 낸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냐는 식으로요. 하지만 우리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데 누가 우리의 아픔을 알아주겠습니까?”

동일노동과 동일임금이 부당한가?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은 정규직보다 업무가 덜하다든가 업무 책임이 낮다는 식의 규정은 없다. 단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정규직보다 못한 임금에 그들의 경력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학교비정규직 영양사 중 56%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갖춘 이들입니다. 이들은 식단 작성과 식재료 구매는 물론이고 학교 회계의 30~50%에 달하는 회계지출을 담당하고 있어요. 또한 각종 행정적 업무를 도맡는 등 시간외 근무가 다반사지만 그 어떠한 보상도 기대할 수 없죠.”

또 최 위원장은 “무상급식 열풍이 전국을 휩쓰는 바람에 우리들의 현실이 조금이나마 부각될 수 있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노릇이나 무상급식을 논하기 전 학교급식의 원론적인 문제부터 논해야 되지 않겠냐”며 “국가가 무상급식을 위한 비용만큼은 확고히 지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안전하고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는 수고의 손길들을 뒷전 취급하는 건 굉장히 모순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 더 미룰 수 없어
최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과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올해에는 반드시 해결의 답안이 나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정치권 최대 관심사를 앞둔 마당에 여야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문제를 링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모두의 응집된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동안 교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만으로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숨죽여 지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제는 모두가 외쳐야합니다. 현재 전회련 및 여타 노조에 소속된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은 3000명 가량 됩니다만 단지 이들만의 목소리가 돼서는 안 됩니다. 나머지 모든 이들도 힘을 실어주세요.”

처우개선 목소리 오해 없었으면
덧붙여 최 위원장은 현재의 처우개선 문제를 일부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현재 학교비정규직 영양사들의 처우개선을 두고 임용교사를 준비하는 몇몇 후배들은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좁아지는 것이 아니냐고 괜한 오해를 합니다. 일부 영양교사 역시 현재의 입지가 더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서로의 힘만 낭비시키는 우려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 있는 선배님들과 뒤따르는 후배님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선배님들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함께 후배님들의 일자리 창출, 우리의 처우개선 이 세 가지를 한목소리에 담아야 합니다”라며 연대의식을 강조했다. “이렇듯, 작은 파이에서 눈치 보는 입장이 아니라 당당히 큰 파이를 만들어 놓고 노력한 만큼 파이를 가져가게 하는 토대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비정규직 문제는 곧 학생의 권익보호
최 위원장은 작은 변화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드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확신을 하고 있다. 현재 전회련에서 추진하는 호봉제 도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면 언젠가 그토록 갈망하던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실현될 것이란 얘기다.


최 위원장은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란 화두를 내걸고 시행됐습니다. 학교급식이 이러한 측면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권익보호 차원에서라도 경력과 자격이 갖춰진 영양사들에게 합리적인 처우를 해줘야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무상급식의 확대라든지 친환경 급식을 위한 학교급식센터 설립 등은 모두 다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