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도마 항균효과 탁월 … 그러나 맹목적 신뢰 금물!
대나무 도마 항균효과 탁월 … 그러나 맹목적 신뢰 금물!
  • 김상우 기자
  • 승인 2012.06.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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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별로 항균력 천차만별, 개인 위생관리 가장 중요

도마의 재질별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항균효과  

연구자
전남대학교 식품공학과 및 기능성식품 연구센터:문제학, 박근형, 김두운, 김지영, 이형재, 조정용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 식품약품분석과:임현철, 최경철
 

 


항균도마는 정말 식중독균으로부터 뛰어난 항균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의문을 가져볼만한 사항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HACCP 일반화 시행 지침에 따라 항균도마를 사용하고 있다.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위생상의 문제를 고려해 항균도마를 적극 사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아직까지 도마의 재질에 따른 항균력의 평가연구는 거의 수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항균도마들도 항균 가능한 균이 어떤 종류인지 정확한 표시를 하고 있지 않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실정을 감안해 각 재질에 따른 도마들 간의 항균력을 식중독균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실험에 사용된 도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재질이 다른 9가지 품목을 이용했다. 세부적으로는 항균성 도마라 표기된 플라스틱 제품 3종과 항균성 도마라 표기되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 1종, 나무 재질 5종(홍송나무, 고무나무, 편백나무, 박달나무, 대나무)이다. 도마에 사용된 식중독균은 황색포도상구균, 병원성대장균, 비브리오 패혈증균, 콜레라균, 장염비브리오균, 장티푸스균이며 이들을 생육 저지환(Inhibition Zone - 살균된 여과지에 약제농도별 희석액을 적셔 놓고 인위적 온도와 시간에서 저지원의 직경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직경이 클수록 효과가 좋은 것으로 간주됨)과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eal Time PCR - DNA의 원하는 부분을 복제하고 증폭시킬 수 있는 기술로 유전자 발현량을 정량할 수 있는 분석법)의 방식을 사용해 알아봤다.

항균도마, 비브리오균 無반응
생육 저지환의 방식을 사용했을 때 항균처리된 플라스틱 도마 3종은 몇몇 식중독균에게 일정한 항균작용을 보였지만 그 외의 식중독균에는 아무런 항균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제품에 따라 항균력의 차이도 제각각이었으며 식중독을 유발시키는 주요 균인 비브리오 3종(비브리오 패혈증균, 콜레라균, 장염비브리오균)에 대해선 무반응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항균도마가 소수의 식중독균에게만 반응을 보이는 한정적 항균범위에 머물러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따라서 항균도마의 지나친 신뢰는 식중독 유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각 사용자들은 별도의 위생관리를 꼼꼼히 해줄 필요가 있다. 

편백나무 도마, 큰 효과 없어
항균처리가 안 된 도마와 몇몇 나무도마들은 항균처리된 도마들과 비슷한 수준 내지 그보다 약간 미흡한 정도의 항균력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강력한 항균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편백나무 도마가 본 실험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도마 제작 과정에서 항균작용을 가능케 하는 활성성분들이 제거됐거나 소실됐을 가능성, 편백나무가 특정 식중독균들에게만 항균력을 보였을 가능성 등을 가정했으나 편백나무에 포함된 주요 활성성분들이 가열에 쉽게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도마 제작과정이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켰을 것이라 추측했다. 

대나무 도마, 항균력 가장 우수
마지막 실험 대상이었던 대나무 도마는 다른 도마들과 달리 가장 광범위한 항균효과를 자랑했다. 대나무 도마는 6종의 식중독균 중 장염비브리오균과 황색포도상구균에만 항균작용을 보이지 않았을 뿐 나머지 4종의 식중독균들에겐 일정한 항균력을 발휘했다.

이는 대나무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과 유기산(organic acid) 등 다양한 성분들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미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대나무에 함유돼있는 각종 성분들은 식중독균을 비롯한 여러 미생물에 높은 항균력을 가지는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중합효소 연쇄반응, 유의적 차이
중합효소 연쇄반응실험에서도 대나무 도마는 우수성이 입증됐다. 대나무 도마는 병원성대장균에 더 강한 항균력을 보였고 황색포도상구균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대나무 도마는 장염비브리오균에 대한 생육 촉진현상이 일어나는 등 생육 저지환 방식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빚어져 외부 조건에 따라 항균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또한 항균처리된 3종 플라스틱 도마도 생육 저지환 방식보다 몇몇 식중독균에게 더 뛰어난 항균력을 보였고, 나무 도마들도 생육 저지환 방식에서 볼 수 없었던 항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생상 완벽한 도마는 없다
연구진들은 “본 연구가 단 6종의 식중독균만을 적용했기 때문에 각각의 도마들이 가지고 있는 항균력을 모두 평가했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다양한 균들을 적용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전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몇 가지 연구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은 아무리 항균력이 뛰어난 도마일지라도 위생상 완벽하진 못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결국 항균성을 갖는 도마로부터 위생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단체급식과 각 가정에서는 도마 사용 전후 뜨거운 물로 세척하거나 일광 소독을 하는 등 항상 도마의 위생을 신경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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