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벌써 10년,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 송미영 영양사
  • 승인 2012.07.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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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직 영양사의 日記

회계직 영양사의 日記
10년을 일해도 늘 그 자리… 학교급식 최일선에서 학생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내는 회계직 영양사. 그들의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들을 ‘회계직 영양사의 일기’를 통해 들어본다.



송미영 영양사
경기 수원시 매봉중학교

학교영양사 일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때 당시 작은 아이를 키우던 나는 더 늦으면 사회에 다시 설 수 없을 것이란 조바심에 사로잡혀있었다. 영양사 모집공고가 난 곳에 원서를 넣자 며칠 후 면접제의가 왔고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합격 소식이 전해졌다.

기쁜 맘이었지만 적잖게 놀랐다. 급식 시작을 20여일 남겨놓고 부랴부랴 인력을 채용한다는 사실이 의아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정성껏 해주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내 단순했던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학교급식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정규직과 별 차이가 없었던 과다한 업무량은 굉장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특히 나이스 프로그램에 식단 메뉴를 다 채워 넣고 다시 그 메뉴에 들어가 재료별로 기입해나가야 하는 일은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 당시에는 나이스 프로그램 운영교육도 3주 후에나 이뤄져 굉장히 애를 먹었다.

옆 학교에서 귀동냥을 하곤 했다. 그것도 모자라 나이스 운영책자를 밤새 뒤졌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이뿐만 아니다. 영양사들이 해야 하는 일은 급식식자재 관리부터 인력·업체·시설관리 등 그야말로 급식현장의 총책임자 역할을 고스란히 감당해야했다. 한편으론 경험 없는 초보영양사들이 이 많은 일들을 대체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남들과 다르게 월급날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어느새 비정규직 학교영양사란 이름으로 부대낀 세월이 10년에 다다르지만 세후 실수령액 130여만원이 찍히는 통장을 보면 허탈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오랜 세월 기다려왔다면 정부도 이제 학교급식을 위한 인적 자원의 투자를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에겐 변화의 봄이 정녕 찾아올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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