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지적에 공개 채용한 영양사 ‘2년만에 전원해고’
국감 지적에 공개 채용한 영양사 ‘2년만에 전원해고’
  • 이의경 기자
  • 승인 2015.06.01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도적 역할은 못할망정:… 정부 취지 반하는 공공기관 탈법행위

전국 지방경찰청 방범순찰대와 기동대 등 의무경찰(이하 의경)부대 급식을 전담해온 영양사 1기 38명이 오는 6월 30일 자로 전원 해고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2013년 경찰청의 공개채용으로 선발된 인원으로 지난해에도 43명(2기)을 채용했고 올해도 해고 통보한 1기 영양사의 자리를 포함해 공채가 시행될 예정이다.

 

▲ 전·의경들이 비좁은 경찰 버스 안에서 급식으로 제공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_대한급식신문DB

 

무기계약 앞둔 의경부대 영양사 ‘전원 해고’

의경부대에 전담 영양사가 배치된 것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전·의경급식 부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됐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현(민주통합당) 의원이 전국 지방청별 전·의경 급식소의 3년간 식단표를 분석한 결과 전·의경의 1일 급식비는 기본급식비 5280원에 증식비 875원을 합해 6155원이었다. 한 끼로 계산하면 2052원으로 서울시 초등학생 한 끼 급식비인 2580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특히 전·의경의 식사를 책임지는 전국 136개 급식소 중 영양사가 있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식품위생법 제52조에 따르면 ‘1회 50명 이상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집단급식소는 반드시 영양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 전·의경 급식소에는 영양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전·의경 식단은 균형 있는 영양 공급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일반 군복무를 하는 장병과 전·의경은 근무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병역의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식생활에서 부터 확연히 다른 차별을 보였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2013년부터 매년 영양사 1기와 2기를 선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제주지방경찰청까지 의경부대에 영양사를 배치했다.

그러나 이들은 2년 만에 사실상 전원 해고돼 2012년 국감에서 지적한 국회에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無대책에 비정규직 양산에는 앞장 서

특히 해고 통보를 받은 영양사들은 채용 당시 조리 인력도 없고 조리실 환경도 열악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 전환만 믿고 근무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기로 선발된 한 영양사는 “처음 근무 당시 그날 출동하지 않는 의경이 취사를 맡아 주먹구구로 만들던 급식을 영양, 위생 등 하나하나 체계를 만들며 업무를 개선했다”며 “400~500명의 급식 인원을 공동관리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2년 근무 후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 후 경찰공제회에도 가입됐고 직책에 신분이 무기계약직으로 적혀 있었는데 인제 와서 계약종료는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 정년보장에 따른 비용 등 고려사항이 많은데 기간제 근로자에게 맞는 예산만 있을 뿐 무기계약직 채용에 관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예산요청은 해놨으나 관계부처의 정원 기준 등이 연계되어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어 “올해도 영양사 채용계획은 있으나 1기 영양사 계약 종료로 공석이 되는 인원을 포함해 어느 규모로 채용할지 논의 중이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앞서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고 계속 근로한 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인원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

“뽑을 땐 언제고”… 국회 보여주기 행정 ‘비난’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2년 동안 이어온 경우 일정한 평가절차를 거쳐 적격한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전원 계약종료를 통보했다는 것은 애초에 무기계약직 전환을 계획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간제법 및 파견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오히려 정부의 취지에 반하는 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일정 기간 상시적 업무를 이어온 경우 다음에도 계약될 것으로 예상하는 갱신기대권이 있는 만큼 이번 사안은 충분히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양사의 열악한 처우문제에 계속 관심을 두고 의경부대 급식 현황을 조사 중인 임수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전·의경 급식소의 영양사 배치, 위생문제, 집단급식소 신고 여부, 관리감독 현황 등 구체적인 실태 파악을 하고 있다”며 “경찰청에 개선방안을 요구한 상황이고 당 차원에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위원회’에 주요 의제로 채택해 당장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의경부대 영양사의 공동 대책 마련을 연계할 생각이다”며 “기관에 대한 평가, 예산지원 등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기관평가에 강제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중앙행정기관 47곳의 정규직 전환율은 목표치를 웃도는 121%이지만 경찰청의 전환율은 목표치의 27%(3명)로 공공기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