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무항생제’… 소비자 혼란 일으켜
무늬만 ‘무항생제’… 소비자 혼란 일으켜
  • 연승우 기자
  • 승인 2016.0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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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결과, 일반축산물보다 동물용의약품 더 사용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무항생제 축산물도 일반축산물과 마찬가지로 모두 항생제를 사용한다. 다만 무항생제 축산물은 휴약기간 등 동물의약품 사용기준 일부가 일반축산물과 다를 뿐 질병 치료를 위한 항생제 사용은 가능하다.

따라서 무항생제 축산물이 마치 항생제와 전혀 관련없다고 여기는 것은 오해일 뿐이다. 소, 돼지 등이 질병에 걸리거나 거세 등의 인공적인 시술을 한 후에는 병을 치료하거나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한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항생제를 치료 이외 질병예방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무항생제 축산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친환경축산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축산업자들은 사육 밀도가 높은 축사에서 가축을 사육하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낮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료에 넣어 급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폐사율도 감소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아 발육상태가 더 좋아지자 농가들은 앞 다투어 항생제사료를 사용했다.

이처럼 너도나도 항생제사료를 사용하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항생제사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가축은 내성이 생기는 부작용과 함께 축산물 잔류문제까지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모든 축산물에 항생제사료를 사용하지 못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반축산물도 항생제사료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무항생제 축산물과 큰 차이가 없어졌고 오히려 ‘무항생제’라는 명칭으로 인해 일반축산물은 여전히 항생제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항생제 축산물은 일반축산물과 비교해 항생제 투약 시 수의사 처방전을 받도록 한 것과 휴약기간(도축전 항생제 투약 금지기간)을 2배로 한 것만 다를 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축산(유기축산·무항생제축산)은 질병예방 관리를 통해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질병에 걸리거나 수소 거세나 돼지 꼬리 자르기 등의 인공적인 시술 후에는 항생제를 수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하게 하고 휴약기간을 2배 이상 지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항생제 축산물은 동물용의약품을 덜 쓴다?

무항생제 축산물이 오히려 일반축산물보다 항생제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감사에서 감사원이 대구·경북지역의 무항생제 축산농가가 가장 많은 축협 3개를 조사한 결과 A축협의 경우 일반 축산농가가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구입한 동물용의약품 구매비용은 두당 평균 6725원이지만 무항생제 축산농가의 구매비용이 1만1709원으로 2배 가까이 더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B축협의 경우에도 일반 축산농가는 한우 두당 7910원인 반면 무항생제 축산농가는 8569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C축협은 무항생제 축산농가가 두당 1만4037원으로 일반 축산농가 6341원보다 2배가 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동물용의약품 구입 실태를 표본조사한 결과 무항생제 축산물은 관련 법규상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는데 사실상 제약이 없고 일반축산물과 유사한 정도로 동물의약품을 사용하고 있어 무항생제 축산물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가격 조사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1.2~1.5배 정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무항생제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법률 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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