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학생용 ‘특별 도시락’… 급식 선진국은 달랐다
알레르기 학생용 ‘특별 도시락’… 급식 선진국은 달랐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2.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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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학교급식 관계자 코가시·후쿠오카시 연수

조리실 물 사용 최소화 ‘풀드라이시스템’ 눈길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만들어 지역농가에 보급 지체장애 학생 위한 ‘대체식’도 별도 조리 가능 일본은 ‘급식 최고 선진국’이라 불리며 벤치마킹 1순위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일본 급식을 배우기 위해 경기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지난 1월 7일부터 8일까지 일본 학교급식 현장을 둘러봤다. 이번 연수는 지난해 11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관한 ‘친환경학교급식 레시피 오디션’ 수상자들에 대한 부상이었다.

그들이 다녀온 일본 학교급식 현장을 정리해봤다. 1월 7일 방문한 곳은 후쿠오카 현 코가시에 위치한 코가시 학교급식센터(이하 코가시 센터). 부지면적 7003㎡에 건물면적 2845㎡로 1998년에 건립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자체 산하 공사와 같은 개념이다. 코가시 내 8개 총 11개교(초등 8개교, 중등 3개교) 5400여 명의 급식을 코가시 센터에서 한꺼번에 만들어 각 학교로 보급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도시락 또는 각 학교별로 운영, 우리나라와 같이 초·중·고교 전체 학교별로 직영운영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 코가시 학교급식센터 전처리실.


현재 일본은 코가시 센터와 같이 한 곳에서 대량 조리해 각 학교로 보급하는 ‘센터형’ 급식이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각 학교에서 직영으로 조리하는 ‘단독공급형’이 있다. 코가시 센터의 총 직원 수는 40명, 센터장 1명과 영양사 2명 외 조리인원 29명, 배송인원 8명으로 구성됐다.

시설 구성은 사전 작업실, 컷팅실, 조리실, 밥솥실, 세척실이며 주요시설은 대형 가마솥, 튀김·굽기시설, 배송준비시설, 퇴비화시설(리사이클하우스) 등이다. 당시 코가시 센터를 둘러본 수원정보과학고등학교 조윤경 영양교사는 “주방 전체가 풀드라이(Full Dry)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 학교급식 조리실 바닥은 물이 마를 날이 없는 상황인 것과 비교했을 때 아주 놀라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체급식 주방 전문업체 (주)에이치케이 이향서 상무는 “풀드라이시스템이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물을 사용하더라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각종 시설과 기구를 사용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 반찬요리 조리실을 설명하는 안내판. 끓임요리, 볶음요리, 국물요리등 여러 종류의 요리를 하는 조리실로 직경 120cm의 회전국솥 24대가 있으며 솥의 용량은 400ℓ로 한대의 솥으로 한번에 1000인분 급식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한 가지 예로 조리실에서 물을 일체 쓰지 않도록 전처리실에서 모든 손질을 하는 경우도 조리실의 드라이 시스템인 셈이다. 코가시 센터는 학교급식위생관리기준 조례와 대량조리시설위생관리 매뉴얼을 기준으로 운영·관리되고, 운영비는 시예산으로 집행된다.

급식비는 우리와 달리 유료급식으로 초등학교 256엔(약 2620원), 중학교 299엔(약 3060원)이며 인건비 등은 포함되지 않는 순수 식재료비다. 2개월에 1회씩 위원회를 개최해 식단을 최종 결정하는데 주3회는 밥, 주2회는 빵으로 제공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검식 후 보존식도 관리한다.

당시 연수를 다녀온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모두 코가시 센터의 ‘리사이클하우스’를 인상적인 시설로 꼽았다. 설립 당시부터 야채, 과일 껍질 등 음식물 찌거기를 모두 퇴비화 시킬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리사이클하우스를 통해 만들어진 퇴비는 지역 농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1월 8일 방문한 곳은 코가시보다 더 큰 규모(부지면적 1만3177㎡)인 후쿠오카시 학교급식센터(이하 후쿠오카시 센터)로 ‘센터형’ 일본 학교급식의 최첨단을 볼 수 있는 샘플이었다.

앞선 코가시와 다른 점은 ‘식품알레르기 대체식단’을 별도로 조리한다는 것. 일본은 우리보다 10여 년 전부터 식품알레르기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이에 후쿠오카시 센터는 식품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학생을 위한 대체식 마련을 위해 최첨단 조리 시스템을 신축 시 고려했다.

또 지체·지적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대체식도 별도 조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동탄중앙고등학교 이영숙 영양교사는 “대량조리를 하면서도 알레르기 식단과 지체장애아들을 위한 대체식단을 실시하는 모습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나라 학교급식의 미래상을 본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학교급식이 단지 먹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양(교)사가 노력한다는 점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 100명의 조리인원이 26개교 급식을 준비하는 후쿠오카시 학교급식센터 반찬요리 조리실 전경.

 


후쿠오카시 센터는 총 26개교(중학교 21, 특별지원학교 5)의 급식을 제공하며 직원 수는 총 105명이다. 센터장 1명, 영양사 4명, 조리사 100명(정규직 50명, 파트타임 50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영양사 2명은 특정식품(8가지)에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 30명을 위한 알레르기 전담 영양사다.

만약 알레르기 유발 식품이 급식메뉴에 포함된 날은 해당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 도시락’을 조리해 제공한다. 급식비는 물론 유료로 1식에 289엔(2960원)으로 순수한 식재료비만 해당한다. 이밖에 코가시와 달리 급식 만족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때는 센터 영양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시행한다. 

일본 학교급식 이렇습니다

‘식(食)’에 관한 판단력을 길러 건전한 식생활을 체득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자는 취지로 2005년에 제정된 식육기본법(食肉基本法)을 기준으로 한다.

- 노동후생성 주도하에 농림수산성, 문부과학성, 내각부 등이 협력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식생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함.

- 1981년 이후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초기 식생활 개선운동으로 시작함. - 최근 식량자급률 유지 및 농촌 지역 활성화 도모를 위한 지역 농산물 소비로 개념이 바뀌었고, 현재 학교급식의 90% 이상이 지역 생산 채소, 쌀, 과일로 사용함.

- 급식체계는 우리와 같은 개념의 단독공급형과 함께 센터형이 존재함.

※단독공급형 : 교내 개별 조리시설을 설치, 자체적으로 음식을 조리·보급

※센터형 : 공동 조리시설인 지역 학교급식센터를 이용해 급식 제공 (개별 조리시설 미설치 학교의 경우 사용)


- 급식지원은 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 ‘요보호자’와 ‘준보호자’등에게만 적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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