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영양(교)사 왜 필요하나?
이럴거면 영양(교)사 왜 필요하나?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07.25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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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자율급식, 학생들 편식으로 영양불균형만 초래맞춤 교육급식, 인력부족 현장 외면 ‘보여주기 행정’

최근 일선 시·도교육청에서 학생들의 급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잇따라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 현장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뉴선택과 식사량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는 ‘선택 및 자율식단’은 학생들의 편식으로 인한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내놓은 ‘맞춤형 교육급식’은 인원부족 등 현실여건을 도외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편식 부추기는 정책 왜 하나”

교육청은 학생들이 식단과 식사량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경우 급식 만족도를 높이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선택 및 자율급식을 시행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일부 메뉴에만 편식하고 있어 ‘편식 없이 골고루 먹이자’는 학교급식의 기본에 어긋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A영양교사은 “우선 선택식단을 운영할 만큼의 조리인력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고, 더 큰 문제는 특정 메뉴가 빨리 소진될 것이 자명한데 이때 늦게 배식하는 아이들은 먹지 못하거나 부족해 기존보다 더 큰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B영양교사는 “영양(교)사가 하루의 식단을 구성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데 선택식단을 운영한다면 학교급식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학생에게 인기없는 과목도 선택수업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자율배식에 대한 논란 뜨겁다.

실제 자율배식을 운영하고 있는 C영양교사는 “보통 석식은 어쩔 수 없이 자율배식을 하지만 중식은 문제가 많다”며 “학생 스스로가 1일 적정 섭취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없고 막상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담지만 결국 잔반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D영양사는 “만족도를 위해 자율배식과 선택식단을 추진하려면 우선 운영점검 항목에서 ‘영양량 기준 준수’부터 빼야한다”며 “두 가지 정책을 실행하면서 어떻게 영양량을 맞추라는 것인지 이해할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국그릇을 사용하라고요?”

경기도에서는 뜬금없는 ‘국그릇’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학생들의 급식만족도에 대한 모 대학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교육급식’을 시행키로 한 경기도교육청의 사업설명회가 발단이 됐다.

사업설명회에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급식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급식때 ‘국그릇’을 활용하라고 영양(교)사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서 국을 국그릇에 담아주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인격모독이라며 국그릇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다.

영양교사는 “정말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이기 때문인데, 현장과 동떨어진 연구결과만 쏟아내니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일선 학교에서 국그릇을 사용할 경우, 조리원 1명이 1시간~2시간 이상 국그릇 세척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이는 인력이 부족한 학교현장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신규 정책, 현장 알고 반영해야

또 다른 영양사도 “학생을 위한 어떤 정책도 좋다. 다만 학교급식의 기본과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현장의 영양(교)사와 소통해 문제점을 최소화해서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급식만족도 연구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부터 ‘맞춤형 교육급식’을 운영할 계획이다. 맞춤형 교육급식 지정학교는 학생 기호식품을 조사해 하루 식단의 주요 요리를 복수로 제공, 학생들이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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