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초등학교(용산구 산청동) 급식실의 아침은 분주하다. 매일 아침 도착하는 식재료를 받아 검수하는 영양 교사와 재료를 다듬는 조리사들의 바쁜 손길 때문. 하지만 특히 이곳의 아침은 3명의 학부모들이 이곳저곳을 바삐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분주하다.
이른 아침 7시50분, 학부모들은 무얼하고 있는 걸까? 학부모 미성씨는 “우리 아이들이 먹을 단체급식이 청결한 상태에서 좋은 식재료들로 조리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학부모들은 ‘학교급식 모니터링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이날 현장을 방문한 것.
이처럼 현재 적지않은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급식의 현장을 모니터링해 아이들의 먹거리를 안전하게 챙기고 있다. 하지만 원효초등학교의 급식모니터링제도는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이다.
원효초교 급식 모니터링 제도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 학부모회 산하 급식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이 된 학부모는 순서를 정해 오전 급식소를 방문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작 단계에는 모니터링하는 요일을 따로 정해두고 방문했다. 2007년 조은 주영양 교사가 부임한 뒤로는 일주일중 언제라도 사전 예고없이 방문해 전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식재료 검수서를 언제든 열람할 수 있게 했다 ‘. 급식 모니터링 기록지’를 제작해 항목별로 만족도를 표시하고 급식 현장에 반영하게 했다.
학교측의 지원과 영양 교사의 노력에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해지면서 원효초교 학생들은 안전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나쁜 식습관 까지 개선
나쁜 식습관도 개선하는 학교급식 메뉴 개발
조은주 영양교사는 단지 ‘위생에 문제없는’ 급식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맛있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급식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단다.
조영양 교사는 “급식은 단지 학생들의 한끼를 해결하는 역할뿐 아니라,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역할도 해야한다”고 하며, 각종 영양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기피하는 채소류를 보다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저학년 학생의 경우 채소류, 특히 오이나 양파, 시금치 등을 잘 먹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에 채소를 넣거나, 채소를 듬뿍 넣은 비빔밥을 먹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 아이가 학교 급식을 통해 채소를 즐겨 먹게 되었다는 학부모 마영숙씨는 “집에서도 학교급식처럼 찬을 만들어 달라는 아이의 말에 놀랐다” 며 “아이들 식습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AI 및 광우병 문제 때문에 식재료로 사용하기 꺼리는 쇠고기나 닭고기도 원효초교 식단에는 들어있다. 조영양교사는 한우와 청정육으로 인정받은 닭고기만을 쓴다고 했다. 다수의 식사를 만드는 급식이라는 이점을 십분이용, 월 단위로 계약해 한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급식단가 인상도 피해갈 수 있었다.
급식 모니터링 체크포인트 4
1. 검수과정 발주된 양만큼 식재료가 입고 되었는가를 확인한 다음, 식자재 운반시 적정온도를 유지 했는지 운반차량에서 출력한 온도를 반드시 확인한다. 유통기한 확인 역시 필수다.
2. 조리과정 조리에 임하는 조리사들의 복장과 급식실 전체의 위생 상태 점검 후 전 조리과정을 모니터링한다. 위생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사용하더라도 안전한 급식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식기 보관상태와 배식식기의 청결상태와 보관상태가 양호한지 체크한다. 배식하기 위해 담은 식단양이 잔반을 고려해 적정량이 담겨 있는지, 교실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덮개는 잘 닫았는지 확인한다.
4. 시식평가 당일 식단과 ‘동일한 구성’의 식사를 시식하고 평가한다.
글 _ 임지희 기자 addictedtou@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