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ㆍ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 결과
채소ㆍ과일로 구성된 천연주스를 21일간 마셨더니 ‘장내(腸內) 미생물 분포’가 바뀌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5년 발표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한 쥐는 장내 미생물 중 페르미쿠테스 문이 상대적으로 많고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문은 적었다.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도 페르미쿠테스 문 세균이 장에서 증가된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분당서울대병원은 올 5월 26일부터 식습관의 변화를 희망하는 가족을 모집, 만3∼5세 유아 26명과 이들의 부모 26명이 ‘21일 식습관의 법칙’의 대상자로 선발했다. 이들에게 21일간 채소ㆍ과일을 저속으로 착즙한 천연주스를 매일 한잔씩 마시게 한 뒤 마지막까지 남은 22가족(44명)의 혈액ㆍ분변검사를 실시했다. 부모에겐 케일 240g, 브로콜리 80g, 사과 240g, 레몬 5g을 넣어 만든 천연주스가 매일 400㎖씩, 유아에겐 당근 55g, 방울토마토 30g, 사과 35g으로 만든 천연주스가 매일 80㎖씩 제공됐다.
22가족에게 21일간 같은 음식을 제공한 것은 영국 런던대학 제인 워들 교수팀이 ‘우리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21일’(21일 습관의 법칙)이라고 주장한 데 근거했다. 21일 후 뚜렷한 변화가 생긴 곳은 우리 면역시스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腸)이었다.
이 교수는 “21일 후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평균 5.1% 증가하는 등 미생물의 종류가 늘었다”며 “비만의 원인 세균인 페르미쿠테스 문이 전체 장내 미생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1.3%에서 21.8%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에 속하는 비피도박테리움 속(屬)과 페칼리박테리움 속 세균의 점유율이 증가했다. 특히 유아의 경우 페칼리박테리움 속의 점유율이 천연주스를 마시기 전 6.2%에서 21일 후 10.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모에서도 2.5%에서 6.1%로 증가했다.
이와 달리 21일간 천연주스를 섭취한 뒤 장내 유해균이자 잠재적 병원균인 박테로이데스 속과 포도상구균 속의 점유율은 감소했다.
전체 장내 미생물 중 박테로이데스 속의 점유율은 유아와 성인에서 각각 17.3%→8.1%, 12.3%→9.5%로 줄었다.
이 교수는 “21일간 천연주스 섭취 후 페칼리박테리움 속의 장내 세균이 증가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페칼리박테리움 속 장내 세균은 건강에 유익한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들지만 부족한 경우 크론병 등 만성 장염이 유발된다는 보고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사슬 지방산은 수용성 식이섬유나 전분ㆍ당질의 발효로 생기는 물질인데,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사람의 장, 특히 대장엔 100조에 가까운 세균이 살고 있다. 이들은 소화 기능ㆍ배변 활동 뿐 아니라 면역력, 심지어 뇌 기능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건강한 300명 대상, 5000개 가까운 샘플을 통해 사람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검사한 휴먼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 따르면 사람 장내 미생물의 90% 이상은 박테로이데테스와 페르미쿠테스란 두개의 문(phylum)이 점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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