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기적 "가짜주스 안녕~"
7일간의 기적 "가짜주스 안녕~"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11.25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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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교육으로 우리 농산물 살린다" (2)

 

 

‘바른 밥상, 밝은 100세’ 5가지 실천과제는?

① 과일·채소먹기    ② 아침밥 먹기·매주 수요일 가족과 저녁식사하기    ③ 텃밭 가꾸기 
④ 축산물 저지방 부위 소비촉진  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현대인은 영양 불균형의 위기에 놓여있다.
100세 시대를 논하는 현재, 무엇보다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정중심의 식사가 점차 무너지고 단체급식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 만큼 급식 제공과 함께 식생활교육도 연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식생활교육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 분야별 급식소의 특징에 맞는 식생활교육이 다양하게 시도되기를 바란다.

① 도시고령자 식생활교육     ② 민간기업 주도 식생활교육      ③ 예비교사 주도 식생활교육  ④ 다문화가족 식생활교육    


과일·채소 중심 미각·식생활교육 현장 ‘국·공립 신길5동 어린이집’

“신선한 과일·채소 휴휴휴~”

“매일 하루 한번 냠냠냠~”

지난 15일 신길5동 어린이집 원생들이 과일·채소 중심의 어린이 미각·식생활교육(이하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을 받기 위해 줄지어 교실에 들어서며 부른 노랫말(일명 ‘더주세요송’)이다.

신길5동 어린이집의 과일·채소 식생활교육 시작은 지난 7일, 취재 당일은 2주차에 접어든 날이었다. 만3세반 아이들이 ‘더주세요송’을 부르며 자리에 앉자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이 시작됐다.  

“사과를 먹으면 어디에 좋아요?”

“배변이요~”

“이걸 먹으면 피를 만들어요”

“시금치요~”

어쩌면 어른도 정확한 답을 하기 힘든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대답을 했다. 지난 1주차에 진행한 ‘이걸 먹으면 좋아져요’ 이론수업 덕분이다.

“이번 주에는 ‘이걸 먹으면 나빠져요’를 할거예요”. 강사는 지난주 교육의 학습효과를 확인한 후 바로 2주차 수업목표를 향해 아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스크린은 돌아가고) 강사는 “얘들아, 나는 식품첨가물이야. 나는 과자, 사탕, 짜장면같이 너희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들어있어”

“나를 많이 먹으면 친구들을 때리게 되고 울보가 되며 뚱뚱해져”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써 식품첨가물이 무섭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아이가 나왔다.

“나는 너희들이 좋은데… 나랑 친구할래?” “아니~” “싫어~”

이제 고작 만3세, 식품첨가물이란 단어 자체가 어려운 나이지만 과일·채소 식생활교육 몇 분 만에 ‘나쁘다’ ‘안 좋다’는 인식을 하게 된 듯했다.

바로 이어진 가짜주스 만드는 시간. 또 다시 강사는 생수가 담긴 투명컵을 들어올렸다. “이제 마법의 액을 넣을 거야”… 강사는 포도향이 나는 착향료를 넣은 뒤 20여 명의 아이들에게 일일이 냄새를 맡게 했다. 그냥 물인데 포도주스 냄새가 나는 상황에 웅성거리는 아이들. 향이 강해 재채기를 하는 아이도 있다.

“자 이번엔 마법의 가루를 넣어 볼게”…

강사가 포도색이 나는 착색료를 투명 컵에 넣자 금세 포도향과 포도색을 띈 포도주스가 완성되고 강사는 질문했다. “이 주스는 진짜? 가짜?” “가짜~!”

“포도를 넣었어요?” “아니요~!”

이렇게 2주차 이론수업은 끝이 나고 바로 실습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한 명씩 나와 미리 준비된 사과와 당근을 착즙기에 넣어봤다. 일반 믹서처럼 큰소리가 나거나 잘 갈아지지 않았지만 서서히 착즙되면서 나오는 원액과 찌꺼기를 보며 아이들은 금새 신이 났다.

“이건 진짜주스야” “먹어도 돼”

수업은 어느새 절정에 이르고 아이들의 손에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과일·채소 주스가 한잔씩 쥐어져 있다. 강사는 시음 전에 또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냥 꿀꺽 하지 말고 냄새도 맡아보며 마셔요~”

이제 시음 시간, ‘더주세요송’이 나오고 아이들마다 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먹은 아이는 컵을 번쩍 들어 보이기도 하며 적지 않은 양의 주스를 아이들은 노래가 끝나기 전에 모두 마셨다. 그 사이 과일과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도 친구들이 컵을 비우기 시작하니 덩달아 마셔버린다.

“얘들아, 우리 지난주부터 매일 아침에 주스를 먹었지? 오늘 너희들이 만들어본 것처럼 매일 만들었던 거야”

신길5동 어린이집은 지난 7일부터 매일 아침, 오전 간식으로 100명(만3·4·5세)의 아이들에게 80㎖의 과일·채소 주스를 직접 착즙해서 제공했다.  

 

 

신길5동 어린이집이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주)휴롬의 업무협약(MOU) 덕분. 민간기업인 (주)휴롬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재원을 출연해 현장 미각교육을 지원하고, 생산자단체(한국과수농업협동조합연합회, 제주당근연합회)는 교육에 필요한 과일과 채소를 현물로 지원키로 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전국 140곳 ‘과일·채소 먹기 시범 어린이집’을 선정하고 신길5동 어린이집과 같이 2주간 찾아가는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7일간 (주)휴롬이 진행한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을 지켜본 영등포구 국·공립어린이집 김미정 공동 영양사는 “과일과 채소를 싫어했던 아이들이었는데 율동을 할 수 있는 노래를 매일 듣고, 매일 아침 주스를 마시더니 상당히 과일·채소와 친근해졌다”며 변화된 아이들을 설명했다.

덧붙여 “식습관이 형성되는 영유아 시기의 식생활교육이 왜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지난 7일간 진행된 과일·채소 식생활교육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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