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현장을 가다] 경기도 안양 삼성초등학교
[급식현장을 가다] 경기도 안양 삼성초등학교
  • 대한급식신문
  • 승인 2009.1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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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급식을 5년째 이어오고 있는 경기도 안양의 삼성초등학교. 오랜 기간 채소 중심의 친환경급식을 먹은 아이들에게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곳 출신 아이들은 인근 학교에서 인성이 좋고 공부도 잘 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것이다. 덕분에 주변 중학교의 전교 1,2,3등은 삼성초교 졸업생들이 도맡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교실배식을 하는 이곳은 배식담당을 아이들의 인성교육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바른 인성이 자라는 삼성초교의 급식현장에 가봤다.


바른 인성 키우는 채소 중심 친환경급식
교실배식 통해 봉사정신과 책임감 길러…인성교육에 효과적

점심때가 가까워지면서 슬슬 밥 향기가 난다. 드디어 수업종이 울리자 안양 삼성초등학교의 전 교실에서 즐거운 소리가 난다. 교실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이다. 교실 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배식차를 끌고 들어오자 맛있는 밥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오늘의 메뉴는 쌀밥, 북어두부국, 취나물볶음, 도라지강정, 배추김치다.
“여러분 빨간색 반찬이 뭔지 알아요?” “네, 도라지요”
정명옥 영양교사가 식판을 받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묻자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도라지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이 신기해 한 입 먹어봤다. 도라지의 씁쓸한 맛은 전혀 안 나고 매콤 달콤하니 맛있다. 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맛있냐고 묻자 대부분이 도라지강정을 얘기한다. 3학년 8반 전수빈 양도 도라지강정과 김치가 제일 좋다고 한다. 이어지는 대답이 걸작이다. “우리학교는 유기농만 써서 맛있어요. 유기농은 농약을 안 쓰는농산물로 백해무익합니다.”

채소요리 개발로 급식 섭취 높여

삼성초등학교는 친환경급식을 한다. 친환경농산물은 기본이고 카레분말, 토마토케첩 등 가공 식재료까지 친환경제품을 사용한다. 쌀도 유기농이다. 김치와 마요네즈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식재료가 친환경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급식비가 꽤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끼 식단가가 1,800원 밖에 안 한다. 다른 초등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그 비법을 정명옥 영양교사는 ‘채소 중심의 급식’이라고 답했다. 월간 식단표를 들여다보면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은 찾아볼 수 없다. 비싸고 영양가없는 가공식품을 줄이고 대신 친환경 채소 요리를 늘렸다. 이러한 방식으로 급식비를 올리지 않고도 친환경급식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정명옥 영양교사는 “지난주에는 양배추와 함께 근대를 데쳐 모둠쌈으로 제공했는데 인삼을 갈아 넣은 인삼쌈장과 곁들여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며 “아이들의 채소 섭취를 높이기 위해 색다른 채소 조리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아이들이 채소를 잘 먹게 돼서 학부모들에게 레시피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편, 삼성초교 출신 학생들은 ‘순하고 공부 잘하기’로 주변에 소문이 났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근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정 영양교사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채소 중심의 급식이 아이들의 성격을 부드럽고 순하게 바꾼다”며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함을 강조했다.

인성교육에 효과적인 급식당번제

삼성초교는 인성교육을 중요시하여 ‘꿈몰이 실천 장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꿈몰이 실천 장원제는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평소 생활습관을 보고 학생의 인성을 직접 인증해 주는 제도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담임교사의 평가라 상당히 영향력이 있다.특히 삼성초교는 교실배식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3학년 8반에서 급식당번직은 인기가 높다. 당번을 맡은 6명의 학생들이 협동해서 배식을 잘 하면 인성 평가에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 16일에도 급식당번을 맡은 아이들이 밥 알갱이 하나 흘리지 않고 깨끗하게 배식을 잘해 담임교사에게 칭찬을 받았다. 반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눈길이 쏟아졌다. 3학년 8반 이경은 담임교사는 “급식당번을 맡은 아이들이 화합해서 잘 하면 별 하나, 주변에 반찬을 흘리지 않고 잘 배식하면 또 별 하나. 이렇게 모인 별은 ‘꿈몰이 실천 장원제’라 해서 저희 학교만의 담임 인성인증에 기록되어 집니다”라며 급식배식이 아이들 인성교육에 효과적임을 살짝 귀띔해 줬다. “특히 배식을 잘 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 주면 아이가 자신감을 얻어 공부도 잘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반의 급식당번장을 맡은 학생은 자신감도 생기고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이렇게 삼성초교는 채소 중심의 친환경급식과 바른 인성교육으로 명문 학교로 커가고 있었다.

정명옥 영양교사

20년간 100여가지 레시피 개발

정명옥 영양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밥을 잘 먹을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 특히“육류 요리는 넘쳐난다”며 채소 요리 개발에힘쓰고 있다.
그 결과 20여년 동안 직접 개발한 레시피가 100여개쯤 된다.이달 식단표에도 표고버섯떡조림, 모둠쌈/인삼쌈장 등 새로 개발한 레시피가 서너 개 눈에 띈다. 정 영양교사의 요리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채소 요리는 설탕 대신 조청으로 단맛을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떡을 이용해서 조림을 주로 만듭니다.”이러한 비법으로 양송이떡조림, 표고버섯떡조림 등 간단하면서도 색다른 요리를 개발했다.

그 덕에 아이들이 채소 요리를 잘 먹게됐다. 취나물, 뽕잎나물 등 나물도 잘 먹는다.지난 1학기에는 점심시간마다 각 학급을직접 돌며 식습관을 잡아주고 급식에 관한 의견도 들었다. 출석을 직접 부르며 아이들을개별 지도하고 비만인 학생도 체크하느라 꼬박 50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정 영양교사는 “3월에 식습관을 잘 잡아주면 1년 동안 잘 유지된다”며 “식판을 비뚤게놓고 먹는 것만 살짝 고쳐줘도 밥을 먹는 자세가 바뀐다”고 전했다. 바른 자세로 먹어야 소화도 잘 된다며 밥을 먹는 태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제남 기자 ljn@fsnews.co.kr 사진_ 이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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