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우리 역사, 철학, 정서가 담긴 문화 그 자체"
"밥은 우리 역사, 철학, 정서가 담긴 문화 그 자체"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6.12.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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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교육으로 국민행복 희망한다” (4)

 

 

‘바른 밥상, 밝은 100세’ 5가지 실천과제는?
① 과일·채소먹기    ② 아침밥 먹기·매주 수요일 가족과 저녁식사하기    ③ 텃밭 가꾸기 
④ 축산물 저지방 부위 소비촉진  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현대인은 영양 불균형의 위기에 놓여있다.
100세 시대를 논하는 현재, 무엇보다 올바른 식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정중심의 식사가 점차 무너지고 단체급식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 만큼 급식 제공과 함께 식생활교육도 연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식생활교육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각 분야별 급식소의 특징에 맞는 식생활교육이 다양하게 시도되기를 바란다.

① 도시고령자 식생활교육      ② 민간기업 주도 식생활교육      ③ 청년층 주도 식생활교육    밥의 인문학

“경제·자원적 측면만 강조 … 젊은 세대가 외면하는 이유”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는 축복, 식생활 자부심 가져야”

인문학을 통해 본 밥의 의미

한국인의 주식인 밥을 인문학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영양학 교수가 있다. 그리고 밥을 식생활교육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밥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발간한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본지는 21일 정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인문학에서 밥의 의미와 이를 토대로 한 식생활교육의 방향을 들었다. 첫 주제는 1970년대 우리 국민들이 1인당 150kg까지 소비했으나 2015년 70kg까지 곤두박질한 쌀 섭취량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교수는 쌀을 경제·자원적 측면으로만 보는 시각을 지적했다. 그는 쌀 섭취량 감소 원인에 대해 “쌀에는 한국인의 역사, 문화, 철학, 정서 등 모든 것이 담겨있으며, 쌀로 짓는 밥은 우리 한식의 기본이자 핵심”이라며 “쌀에 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게 전달하지 못한 결과”라고 답했다. 즉 쌀을 문화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젊은 세대에게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것.

아직까지 쌀 소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쌀 섭취량이 줄면 농업과 농민이 힘들어진다’는 정도만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것이 현실이다. 우리 농산물이 좋고 많이 애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현 시대의 상황과 흐름에서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지기에는 소비자들에게 너무 식상한 메시지인 셈이다.

“우리의 의식주 중 현대까지 살아남은 게 무엇이냐”

문득 정 교수는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답은‘식(食)’. 누구나 쉽게 답하고 이견도 없을 것이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에 대해 논하지만 결국 식생활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쌀 없이는  살 수 없는 한국인의 ‘의례’를 설명했다.

우리 민족에서 의례란 생활 그 자체로 쌀이나 쌀밥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은 의례에 대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아이를 해산한 산모에게 미역국과 흰쌀밥을 차려주고, 태어나 21일째가 되는 삼칠일에도 흰쌀밥을 차리고, 백일에도 흰쌀밥이나 백설기 떡을 먹는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생일에도 미역국과 흰쌀밥은 기본이다. 제사상에도‘메’라고 불리는 흰쌀밥을 어떤 음식보다 중시하여 정성껏 올린다. 이는 수천년 이어온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 때문이다.

즉,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획을 그어주는 중요한 4대 의례인 관혼상제에서 쌀을 이용한 음식은 빠지지 않는다. ‘심청의 공양미 삼백석’으로 잘 알려진 공양미도 오늘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쌀이 화폐의 기능을 했기 때문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 쌀을 올렸지만 화폐가 발달한 현재까지 굳이 쌀을 공양으로 올리는 것만 봐도 우리 민족의 마음 깊숙이 쌀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근거로 그는 매년 쌀 섭취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에 대해 “음식만큼은 단순히 경제·자원·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고유한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쌀과 밥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의 논의를 시작해 소비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돌려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금 이 시대의 넘쳐나는 쌀 풍년은 고작해야 1970년 이후에 이룬 것이다. 긴 역사에서 본다면 불과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면과제로 내세운 구호도 ‘이 땅에서 보릿고개를 몰아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민족은 굶주림에 시달렸고 제 밥그릇 챙기기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의 연령을 불문하고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묻는다.

‘제 밥그릇은 제가 지고 다닌다’

정 교수는 쌀밥에 대한 속담을 소개했다. 먹을 복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한 민족의 특성을 속담만큼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며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 민족은 슬프게도 제 밥과 남의 밥을 구분하는 속담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는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권 다툼이나 욕망 추구를 두고 ‘밥그릇 챙기기’‘밥그릇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런 언어 속에 파고들어 있는 밥은 결국 우리의 숙명”이라고 해석했다. 

“밥이 주식인 한식은 객관적으로 우수한 식생활인가”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다소 식상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영양학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학문적 근거는 ‘서구 영양학’이지만, 서구의 영양체계는 세계인들이 광범위하게 고통 받고 있는 비만과 만성질환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며 “서양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식문화에 고개를 돌리게 된 맥락을 주목하라”고 답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현직 영양(교)사들에게 ‘밥 중심의 한국형 식생활교육의 실천’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는 “지역 환경과 조건에 의해 육식과 빵을 주식으로 선택한 서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일지 몰라도 건강면에서는 불우하다”며 “쌀로 만든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는 축복받은 민족임을 영양(교)사들이 식생활교육을 통해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건강의 핵심은 어떤 먹을거리를 먹어왔고, 앞으로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데 있다는 확신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는 ‘우리 민족은 밥을 잘 먹기 위해 세계인이 탄복하는 발효음식까지 만들어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왜 밥을 중심으로 식생활교육이 이뤄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수 농어촌 식생활 체험공간 ‘콩이랑된장학교’ 개요

경남에 위치한 이곳은 항아리 11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발효식품 생산 콩이랑농원의 부설 교육농장이다.

1회 50명의 교육, 1회 30명의 숙박이 가능하며 대상은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 가능하다.

 

 

 

올 한 해 식생활교육 … 전 국민 대상으로 “잘했다”

농식품부, 민·관 협력 워크숍 열고 ‘열린정책’ 펼쳐

 

 

올 한 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이하 농식품부)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의 식생활교육 관련 활동이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식생활교육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식생활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과일·채소 소비 촉진 및 영유아 식생활교육 강화 ▲청년층 미래 예비교사 식생활교육 역량 제고 ▲도시민 식생활 문화교실 운영 ▲고령자 등 취약계층 식생활 건강개선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

그리고 식생활교육이 각 계층에서 끊이지 않고 이뤄져야 한다는 목적아래 식생활·식습관교육 인프라 구축 및 확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주요 내용은 ▲우수 농촌 식생활 체험공간 지정 확대 및 컨설팅 지원 ▲식생활교육 교구교재 개발보급 ▲민·관 네트워크 식생활교육 활성화 ▲수요자 중심의 찾아가는 식생활교육 활성화이다.

그리고 식생활교육의 수요자로 다문화 가정, 일반 가정을 비롯한 군장병, 영유아·어린이, 소외계층과 관련된 기관과 업무협력을 추진했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방부 육군종합군수학교, 육아종합지원센터와의 업무협력은 효율적이면서도 지속력 있는 식생활교육 기반조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1박 2일간 ‘바른 식생활, 건강한 식문화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제로 생애주기별 식생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2016년 식생활교육 민·관 협력 워크숍을 개최해 내년도 식생활교육의 정책방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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