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달' 이라는 우산 속에 막강한 파워 가능
'공동조달' 이라는 우산 속에 막강한 파워 가능
  • 김기연 · 이의경 기자
  • 승인 2017.11.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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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신청업체 선정부터 낙찰업체 선정까지 거의 모든 업무 관여                      협동조합의 '갑질'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한정된 예산에서 최대한 효과를 내야 하는 단체급식 분야 중 단연 큰 분야는 학교다. 국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학교급식 분야는 지난 2016년도에만 무려 5조723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중 순수 식재료비로 쓰이는 금액이 3조3000억 원 가량이다. 이처럼 국가 예산이 집중적으로 쓰이는 분야이다 보니 예산 낭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고 반면에 예산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시도된다.


학교급식에서는 식재료비를 낮추기 위해 공동조달이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여러 학교가 급식에 쓰이는 식재료를 공동으로 구매해 구입 단가를 낮추는 방법이다. 공동조달의 추진 주체는 다양하다. 학부모단체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지방자치단체 혹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맡기도 한다. 그리고 공공성을 가진 비영리법인이 주체로 나서기도 한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이 같은 식재료 공동조달을 실시해왔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일부 학교에서 공동조달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부산교육청은 관내 초·중·고교 640개 모두를 대상으로 공동조달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공동조달 사업 주체는 ‘식재료 공동조달 사업추진단’(이하 추진단)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교육청, 영양(교)사 대표, 회계사, 학부모, 대학교수 등 총 17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부산지역내 식재료 업체들이 구성한 부산학교식자재사업협동조합(이사장 이관욱, 이하 1조합)과 부산단체급식식자재유통협동조합(이사장 황긍선, 이하 2조합) 대표들도 참여한다. 공동조달 품목은 공산품이 대상이며 6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한 번 공동조달 품목으로 선정되면 1개 학기 동안은 계속 조달되는 것이다. 공동조달은 2013년 2학기에 처음 실시할 때 28개 품목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학기에는 109개 품목까지 늘어났다.

부산교육청의 공동조달은 그동안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어 왔다. 그 이유는 식재료 가격 하락 폭이 매우 크고 공동조달을 하기 어려운 식재료인 공산품까지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영양(교)사와 학부모, 회계 전문가, 대학교수까지 추진단으로 참여해 명분마저 얻었다.

그런데 실상은 조금 다르다. 협동조합의 ‘힘’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지적이다.

식재료 납품은 식재료를 직접 생산해 중간 유통회사를 통해 학교로 납품하는 ‘간납업체’(제조사), 제조사로부터 식재료를 받아 직접 학교로 납품하는 ‘직납업체’(유통사)로 구분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모두 유통회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협동조합은 ‘조합협의체’라는 상위단체를 만들어 이 ‘조합협의체’가 추진단과 협조를 통해 사실상 공동조달 구매사업을 맡고 있다.

현재 1조합, 2조합 등 2개의 협동조합만이 참여하고 있는 ‘조합협의체’는 공동조달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신청업체 선정부터 낙찰업체 선정까지 거의 모든 업무에서 관여하고 있다.

공동조달 추진 절차를 보면 ▲공동조달 품목선정(추진단) ▲공동조달 설명회(조합) ▲입찰 참여 제품 신청 공고 및 접수(조합) ▲입찰 참가업체 실사 및 선정(추진단, 조합) ▲공동조달 입찰 공고 및 접수(조합) ▲공동조달 입찰 개찰(추진단) ▲공동조달 낙찰 선정 확인 및 최종 정리(조합)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지나치게 많이 관여하고 부조리가 개입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공동조달 설명회 이후 신청공고 및 접수와 업체를 정리해 추진단에 보고하는 역할을 협동조합이 하고 있다”며 “업체의 실상과 장단점, 지역 내의 인적 네트워크를 모두 갖고 있는 협동조합이 업체들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실제로 몇 년 전 이 같은 실상이 폭로돼 큰 파장이 일어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직접 학교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동조합 회원인 유통회사가 ‘갑’의 위치에서 제조사의 입찰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납품하는 제조사 중에서 서울 등 타 지역의 제조사도 많다”면서 “전국 단위의 제조사까지 부산지역의 유통회사가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찰가격 사전 조율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제조사라도 실제로 입찰에 참여하는 당사자는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부산지역의 대리점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들어 교육청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교육청 담당자는 “공동조달과 관련 모든 결정은 추진단에서 하는 것이며, 추진단은 하나의 결정을 할 때도 최소한 7~8차례의 회의를 열어 결정한다”며 “협동조합은 공동조달을 위한 사무적인 업무를 처리해줄 뿐,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협동조합의 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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