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꼼수' 영양사학술대회, 청탁금지법 또 위반?
'돈벌이 꼼수' 영양사학술대회, 청탁금지법 또 위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5.22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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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참석하면 영양사 보수교육 4시간 참여 인정
불법 소지 있는 행사에 정부는 ‘후원’ 정치인은 ‘격려’
영양사 전문성 내세우며 챙긴 수익만 무려 10억 이상
청탁금지법 위반한 2017년 보수교육, 경찰 수사 착수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이하 영협)가 법정교육인 영양사 보수교육을 실시하면서 특정 업체로부터 교육 장소비를 대납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국영양사학술대회(이하 학술대회)도 보수교육을 이용해 업체들로부터 협찬을 받는 등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 234·235호 참조>

특히 영협은 학술대회 참가자들에게 보수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어 이 또한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영협은 영양사의 전문성과 직무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해마다 7월경 서울에서 전국 단위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술대회, 보수교육 참여로 인정

영협은 학술대회에 참석하면 보수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지난 2017년도 학술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대략 2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영협이 복지부에 제출한 2017년도 영양사 보수교육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학술대회 등의 참여로 보수교육을 일부 면제받은 영양(교)사는 500여 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영협이 이 처럼 의무 법정교육인 보수교육을 연계해 학술대회를 치르면서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협찬금을 받는가 하면 이와 별도로 식품·기기전시회를 열어 업체들로부터는 참가비 그리고 영양(교)사들에게는 학술대회 등록비를 받으면서 수익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점이다.

권익위, 청탁금지법 위반 시사

영협이 받는 협찬금은 1개 업체당 최소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에 달하고, 전시회 참가비는 1개 부스당 최소 220만 원 이상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와 주방기기 등을 취급하는 업체들로 영양(교)사를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인 영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학술대회 참가비 또한 적지 않다. 영협의 학술대회 등록비 안내에 따르면 회원은 1일 6만 원이며, 비회원은 10만 원이다. 비록 법정교육인 보수교육에 비해 공공성을 띤 행사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학술대회에 참여하면 총 6시간을 이수해야하는 보수교육에 4시간을 인정하는 만큼 학술대회 역시 보수교육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해석도 이와 비슷하다. 권익위는 이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학술대회(보수교육의 일환) 개최가 위탁받은 공무에 해당하는 경우 영양사협회와 후원·협찬 기업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절차적 요건과 실체적 요건을 갖춘 예외사유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금품 등의 수수가 금지된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 또한 “보수교육 인정프로그램에 학술대회 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다만 영협이 복지부에 제출하는 보수교육 계획서상에는 지적되고 있는 학술대회 내용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아 사실 파악 후 소상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업체들은 부담스럽다

영협이 학술대회의 프로그램으로 열고 있는 ‘식품·기기전시회’는 급식에서 사용하는 식품과 조리실에 쓰이는 기자재 등이 전시된다.

지난해 열린 학술대회에 협찬으로 이름을 올린 단체와 업체는 모두 9개. 최소 협찬금이 15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영협은 협찬금으로만 1억 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기준으로 전시회 총 참여부스가 대략 18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전시회 부스 수입은 4억 원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참석하는 영양(교)사들의 등록비까지 합하면 10억 원은 족히 넘는 것으로, 이는 영협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익이 된다. 하지만 이런 영협의 수익사업인 학술대회 전시회를 참여한 업체들은 과도한 전시회 참가비에 문제를 제기한다.

학술대회, 일반 전시 참가비의 2배

통상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식품·기기 관련 전시회는 4일간 개최되며, 기본(표준) 1부스(가로 3m×세로 3m)에 260만 원을 참가비로 받는 반면, 영협의 학술대회 전시회는 동일한 참가비 260만 원에 2일간 개최하고, 기본(표준) 1부스(가로 3m×세로 2m)의 면적은 일반 수도권 전시회 면적에 비해 2/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전시 기간은 절반이며, 사용 면적도 적기 때문에 결국 영협은 학술대회 전시회를 통해 수도권의 일반 전시회에 비해 2배가 넘는 전시회 참가비를 챙겨온 것이다.

후원명칭 승인지침도 어겼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영협은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단체급식과 연관된 보건복지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은 행사로 대내외에 알리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후원명칭 사용승인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교육부는 ‘교육부 후원명칭 사용승인지침’을 정해 ‘공익목적의 행사로 참가자에게 참가비 등을 부담하게 하지 않는 비영리행사’로 명시해놓고 있다. 따라서 1인당 최소 참가비가 6만 원이 넘는 영협의 학술대회에는 후원명칭을 쓸 수 없는 셈이다.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교육부는 참가비를 1원이라도 받는 행사에는 공식 후원명칭을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행사의 경우 담당부서인 학생건강정책과에서 승인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한 본지의 확인 요청에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후원명칭 사용 승인에 대해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농식품부도 ‘후원명칭 사용승인 운영지침’에서 ‘참가자에게 참가비 등을 부담하게 하는 영리목적의 행사는 후원명칭을 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해놓고 있으며, 후원명칭 사용승인 요청서 양식에 아예 요청사유서와 행사계획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행사계획에는 참가자의 참가 조건과 입장료, 물품 판매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이와 같은 양식을 볼 때 영협은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요청할 때 참가 조건 및 입장료 등의 내역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관련부서가 후원명칭 사용을 이례적으로 승인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대변인실에서 후원명칭 승인을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일반 단체의 요청은 관계부서의 승인을 받도록 연결해주고 있다”며 “지난해 관련부서의 승인내역을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정부 관계자도 대거 동원

이 처럼 각종 문제들이 제기된 학술대회이지만 여야 정치인들과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행사장에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도 행사에는 박경미·오영훈·유은혜(더불어민주당)·이군현·이은재(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참석해 축사와 기조강연 등에 나섰고, 학교급식을 총괄하는 부서인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직접 세션 발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협 고위 임원은 “학술대회 참석 시 보수교육의 일정시간을 인정해주는 것은 맞다”며 “다만 영협은 지금까지 업체들에게 학술대회 전시회 참가를 강요한 적이 없으며,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 열린 2017년 영양사학술대회에서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 발표자로 나서 학교급식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br>
지난해 7월 열린 2017년 영양사학술대회에서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 발표자로 나서 학교급식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논란됐던 보수교육, 경찰조사 착수

한편 영협이 2017년도 보수교육을 진행하며 일부 지역에서 교육 장소비를 특정 기업으로부터 대납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이 확인된 것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의 모 수사기관에서 수사에 착수했고, 이미 영협 고위 임원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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