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영양(교)사, 책임만큼 직위 보장 필요
공기관 영양(교)사, 책임만큼 직위 보장 필요
  • 김기연 기자
  • 승인 2018.09.2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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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책임자 의견 묵살되기 쉬운 구조… 관리직급 영양(교)사 ‘전무’
교정급식, 식품위생직 사무관급 직렬 신설해야
학교급식, 영양전공 장학사(관) 정원 확충 필요
공공급식을 대표하는 학교와 교정 분야마저 관리자급(사무관, 장학관) 영양(교)사 직위 가 배정되어 있지 않아 책임에 걸맞는 업무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급식을 대표하는 학교와 교정 분야마저 관리자급(사무관, 장학관) 영양(교)사 직위 가 배정되어 있지 않아 책임에 걸맞는 업무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단체급식소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들의 역할에 비해 처우는 턱없이 못 미치는 가운데 ‘급식 책임자’라는 지위에 걸맞는 직위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국가 푸드플랜’에 먹을거리 종합계획의 필수 구성요소로 단체급식이 거론되면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에 대한 직위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88조 2항에는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권한에 대해 명시해놓고 있다. 2항 3호와 4호는 각각 ‘영양사를 두고 있는 경우 그 업무를 방해하지 아니할 것’과 ‘영양사가 집단급식소의 위생관리를 위하여 요청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따를 것’이라고 규정했다. 집단급식소에 책임자는 ‘영양사’임을 뚜렷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급식 분야는 영양(교)사의 책임에 비해 지위와 권한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교도소와 소년원 등의 급식을 관장하는 교정급식과 전국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교급식이 거론된다.

먼저 교정시설은 수용자와 직원 등 2곳의 집단급식소로 운영된다. 수용자와 직원은 급식 단가와 식재료, 급식소가 모두 다르다. 따라서 급식소가 2곳인 것과 다름없어 각각 별도의 영양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국 52개 교정시설 중 영양사가 2명 근무하는 곳은 19개 시설뿐이며, 나머지 33개 시설에는 1명의 영양사가 2개 급식소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교정시설은 365일 내내 3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급식소에 비해 근무강도가 높은 상황이다. 사용되는 식재료의 양 또한 다른 급식 분야에 비해 훨씬 많다. 수용인원 1500명을 기준으로 1일 사용되는 식재료의 양은 2톤에서 5톤에 달하는데 식재료 검수를 1명의 영양사가 매일 맡고 있는 형편이다. 각종 서류업무에 식단관리, 급식소 위생까지 교정급식 영양사들이 처한 환경은 극도로 열악하다.

더 큰 문제는 급식관리 책임자인 영양사의 의견이 묵살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이다. 교정급식을 관리하는 영양사는 공무원 직렬상 식품위생직이다. 하지만 교정급식을 관할하는 법무부 교정본부 산하에는 식품위생직 관리자급(사무관)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공무원 직위분류법에 따르면, 부·처·청의 일반적인 공무원 체계상 ‘사무관’은 부서 과장의 일반적인 감독 하에 바로 하위에서 관리·감독적 책임을 진다. 따라서 사무관급 직위가 되어야 급식에 대한 전문적인 기획과 관리가 실무에 반영될 수 있는데 현재 교정본부 산하의 식품위생직 중 최선임은 6급 주무관이다. 여기에 6급 주무관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싶어도 식품위생직에게 배정된 사무관 직위가 전혀 없어 몇몇 6급 주무관은 20여 년째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단체급식은 이용자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책임자이자 전문가인 영양사의 의견과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직제상 사무관급 관리자 직위가 배정되어 있지 않아 비전문가인 행정직 등 상급 공무원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정급식 관계자는 “교정시설 수용자급식은 조리에 능숙하지 못한 수용자들이 직접 조리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식품안전과 위생 및 영양관리가 더욱 중요함에도 현재 관리체계는 이에 못 미치며 허술해 식중독 사고 등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며 “현장 의견이 교정본부에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자급 직위(사무관급)에 식품위생직이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재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실 관계자는 “교정급식의 상황을 전달받고 분석한 결과 그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다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찬성의견이 먼저 모아지면 국회 차원에서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자급 전문가 없는 또 하나의 분야, ‘학교급식’

교정급식 외에도 급식현장 의견이 상위기관으로 전달되는 것이 쉽지 않는 분야는 또 있다. 바로 학교급식이다.

기존 식품위생직 영양사에서 ‘영양교사’가 급식 책임자로 된 지 10년이 지나 현재 전국 1만1000여 개 이상 학교에 5000여 명의 영양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에 영양 전공 장학사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학교급식의 이해와 함께 현장에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영양 전공 장학사를 추가로 늘려야 하는 동시에 교정급식과 마찬가지로 각 교육청에 관리자급인 장학관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국 17개 교육청에 정식 장학사로 발령받은 영양 전공 장학사는 6명으로, 서울에 2명과 강원과 경기, 충남, 전북지역에 각각 1명씩 배치되어 있다.

이처럼 영양 전공 장학사 정원이 부족하다 보니 타 교과 장학사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도 생긴다. 장학사의 경우 평균 3년가량 근무하면 교육지원청 혹은 다른 부서로 발령되는데 영양 전공 장학사들은 옮겨갈 곳이 없다. 교육지원청으로 이동하고 싶어도 장학사 정원이 없어 발령할 수 없는 것. 승진할 수도, 옮겨갈 곳은 없는 근속기한이 끝난 영양 전공 장학사들은 결국 장학사직을 내놓고 다시 영양교사도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영양교사가 도입된 지 10년, 영양 전공 장학사가 첫 배출된 2009년 이래 이런 과정으로 장학사직을 내놓은 사례가 6명 중 2명이나 된다. 앞으로도 제도 개선이 없다면 남은 장학사들 역시 이 같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장학사의 상위직인 장학관은 전국에 한 명도 없다. 장학관은 광역단위 교육청에서 실무부서의 장을 맡으며, 학교에서는 교장 혹은 교감을 맡는다.

영양 장학사(관) 증원 외면하며 책임 떠 넘기는 ‘교육청’

그동안 장학사와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이 늘어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교현장에서는 교육청의 의지 부족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전문직 정원에 대한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음에도 교육감들은 지난 몇 년간 일반 교과와 보건·체육 등의 전공에서만 장학사를 늘려왔다는 것.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육전문직 편성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선 영양교사들은 “교육전문직 인원 편성에 있어 교육청의 의견이 절대적인데 교육청이 애당초 요청 자체를 안 하면서 책임을 떠넘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영양교사는 “정원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매년 장학사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고, 승진 혹은 퇴직으로 발생한 자리에 영양 전공자를 임용할 수 있었음에도 교육청이 외면한 것”이라며 “결국 예산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A학교 영양교사 역시 “정원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영양교사가 타 교과에 비해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영양 전공 교육전문직의 증가를 위해 영양교사의 지위 안정과 위상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영양교사가 단순한 ‘학교급식 관리자’가 아닌 ‘교육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영양교육의 정규수업시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추진동력 부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청 내 비슷한 교육전문직인 보건교사는 정규수업으로 ‘보건교육 14시간’이 이미 확보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장학관은 물론 교장과 교감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또한 영양 전공 장학사들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는 5년 근속 제한도 일시적으로나마 해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몇몇 교육청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매년 교육청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요구조건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예외 없이 묵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선의 영양교사들은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조영연) 등의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활동이나 대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도 A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돌발변수에 즉시 대응하는 동시에 급식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교육전문직이 해야 함에도 현재 교육청 구조는 근본부터 잘못됐다”며 “교육전문직 1명이 교육청 내에서 수백여 개의 학교를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수습과 동시 대안 마련을 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구조”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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