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진 급식을 다녀오다
일본의 선진 급식을 다녀오다
  • 윤연실 영양교사
  • 승인 2019.03.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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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내덕초등학교 윤연실 영양교사
윤연실 영양교사
윤연실 영양교사

충청북도교육청에서는 2017년부터 우수한 학교급식을 선정해 식생활관 조리종사원 전원에 대해 글로벌 연수를 보내주고 있다. 지난해는 청주 내덕초등학교와 남평초등학교가 선정되어 일본 가고시마 지역으로 4박 5일 연수를 다녀왔다. 우수 학교로 뽑혔다는 기쁨도 컸지만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과 함께하는 연수라 더 의미가 있었다.

본격적인 첫 공식일정은 가고시마 카노야시립남부센터(남부센터)였다. 가고시마는 급식인원이 500인 이상이면 학교 자체 조리, 500인이 이하는 지역 내 4개의 센터에서 공동조리 후 운반급식을 하고 있었다. 2010년 9월 문을 연 남부센터는 공동조리 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가고시마 지역 총 식수는 9000여 식이다. 이 중 초등학교 15개교, 중학교 6개교에 6000여 식을 제공하며, 사무부분과 조리는 직영으로 교육위원회에서 담당하고, 배송업무 등은 민간 위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식재료(학부모 부담)를 제외한 모든 운영비는 카노야시에서 부담한다.

특히 남부센터가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은 높은 천장과 드라이시스템, 자동시스템(세척, 썰기, 튀김), 국솥의 표면 온도관리(솥의 겉 표면이 뜨겁지 않다는 점), 알레르기 관리를 위한 별도라인을 운영하는 점이다. 또 드라이시스템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기구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으며, 대형 국솥이나 볶음솥 하단에 배수구를 만들어 용이한 세척과 함께 물이 밖으로 튀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세척 시 호스를 이용해 솥의 안과 밖을 씻다보니 바닥이 항상 물기를 머금을 수밖에 없다.

요코하마 히에초등학교 방문도 의미가 있었다. 이 학교는 재적수 668명에 외국 학생수가 139명으로 13개국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식육지역 식품업체와 연계한 식육활동, 국제교류 급식활동, 급별 교류급식(유치원이나 중학생과의 급식) 등을 운영한 점이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다 보니 ‘국제이해급식’도 실시하고 있다. ‘급식은 교육’이라는 명제 아래 급식을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풍습, 식문화 등을 교육하는 우리와 비슷했다.

마지막 연수 프로그램은 일본요리 체험이었다. 주제는 미소된장국, 초밥만들기, 도미조림 만들기 등이었으며, 실습 후 수산시장 및 식자재 도구거리도 방문했다. 수산시장은 우리와 달리 바닥에 물기가 하나도 없었고, 비린내도 없었다. 식자재 도구거리는 급식을 하면서 흔히 사용하던 스탠레스 재질의 기구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4박 5일 동안 일본 급식을 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일본의 전통 식문화처럼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이 적다는 점이다. 수산시장마저 물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모습과 선진시설 및 급식기구 등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또 1996년 일본 전역을 덮친 O-157 식중독 사태를 거치며 국가에서 드라이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점 또한 인상 깊었다.

이번 같은 글로벌 연수를 통해 선진 급식문화를 배워간다면 우리 급식의 수준도 나날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제3국에서 우리나라의 급식을 배우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찾아올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날들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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