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려진 비극…비통한 영양(교)사들
뒤늦게 알려진 비극…비통한 영양(교)사들
  • 정지미 기자
  • 승인 2019.05.30 20:3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늦게나마 학생들의 한 끼를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급식신문=정지미 기자] 지난 2017년 7월, 전북 김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최모 영양사(당시 27세)가 과도한 학교급식 업무와 직장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일선 영양(교)사들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을 접한 영양(교)사들은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학교 영양(교)사가 처한 현실이라며 개선책이 없으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일간지는 20대 청년들의 고용시장 분석 기사를 보도하면서 1일 3식을 제공하는 D사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최모 영양사가 지난 2017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을 전했다. 2015년 대학졸업 후 D고교가 첫 직장이었던 최모 영양사는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면서 교내 650여 명의 식사를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량은 그야말로 과중했다. 최모 영양사 1명에 조리원은 6명 뿐.

최모 영양사는 식단 및 레시피 작성, 식재료 검수부터 조리·배식관리, 조리원 위생·안전교육 등 기본적인 영양사 업무에 식재료 회계 정산, 조리원의 초과근무 관리, 식재료 품의 및 입찰 진행까지 떠맡았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최모 영양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보다는 영양사를 급식 관련 민원과 부조리에서 ‘총알받이’로 사용했다는 사실이었다. 급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을 때마다 학교 측은 최모 영양사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급기야 최모 영양사는 근무를 시작한지 1년 반만에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최모 영양사는 학교 측에 여러 차례 퇴직 의사도 밝혔으나 학교가 받아주지 않고 반려하자 영양사가 없어 급식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죄없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퇴사조차 못하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알려진 이 사실을 접한 영양(교)사들은 막다른 곳까지 몰린 젊은 영양사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영양교사는 “교류가 없었고 사립학교다 보니 이런 안타까운 일을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며 “2~3식 학교 근무 영양사의 업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교육당국이 알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다른 영양사는 “그 젊은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며 “대체 얼마나 많은 영양사들이 스스로 생을 던져야만 이 악순환이 끊어질지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어제의당신의일이오늘의내일 2019-06-14 11:49:35
같은 영양사로 2년 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늦게 알았다는게 너무 미안하네요...
유족분들 상심이 얼마나 크실지.. 20대 꽃다운 처녀가 피어보지도 못하고..
당장 한두끼 더 맛있게 먹을 욕심을 채우는게 한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했나요?
예의없는 민원으로 괴롭힌 학부모님들,
또 직원을 보호해주지 않고 혼자서 감당케 만든 학교, 사립이라고 나몰라라 한 교육청,
그리고 자기멋대로 평가하는 모든 사람들...
마녀사냥이 부른 사회적살인입니다.
당신들의 자녀도 커서 영양사가 될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서비스직을 할수도 있습니다. 영양사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입니다. 당신 자식 소중하면 남의 자식 소중한 줄도 알아야합니다.

백동현 2019-05-31 08:51:1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