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했던 경기진흥원 ‘가격결정심의위’
유명무실했던 경기진흥원 ‘가격결정심의위’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0.01.28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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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현장 “가격 비싼데… 식재료 품질부터 올려야”
식재료 가격 결정, 공급대행업체가 쥐고 흔드는 구조
지난해 7월 열린 경기도 G마크 가격결정심의위원회 회의 모습.
지난해 7월 열린 경기도 G마크 가격결정심의위원회 회의 모습.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지난해 3월 숱한 논란 끝에 경기도 학교급식 업무를 (재)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원장 강위원, 이하 경기진흥원)이 1년만 맡기로 한 뒤 10개월이 지났다. 지난 12월말로 경기도내 대다수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교급식 운영은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경기진흥원의 역할도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무를 경기진흥원에게 1년간 더 맡기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경기진흥원이 학교급식 업무를 맡은 뒤 약 1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해결했을까. 경기진흥원의 ‘전문성’ 문제에 이어 가장 큰 허점으로도 지적된 ‘식재료 가격 결정 시스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식재료 가격 결정 ‘가격결정심의위원회’

학교급식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식재료. 하지만 이 식재료만큼은 영양(교)사와 조리사 등 급식 종사자들이 관여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영양(교)사는 식단을 작성하고, 식단에 적합한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식재료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학교로 배송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관여가 불가능하다.

다만 영양(교)사는 식재료의 가격과 종류를 선택하고, 식재료가 학교로 배송된 후부터 문제 있는 식재료의 반품과 재배송을 요구하는 등의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식재료는 정해진 예산에 따라 선정되기 때문에 영양(교)사가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에 하나는 ‘가격’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민간 기업이 아닌 경기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 식재료의 가격 결정구조가 그만큼 투명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진흥원은 식재료 공급가격 결정에 생산자, 학교 영양(교)사, 시민단체,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 관계자를 비롯한 외부 전문가 등 학교급식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가격결정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위원회는 품목별 제안가격과 산출근거 및 관련 자료를 토대로 시장가격과 수급 상황 등을 보며 3개월에 한 번씩 가격을 조정한다.

그러나 위원회의 구성에도 불구하고, 경기진흥원에서 학교로 공급한 식재료의 가격은 지난 2018년 11월 공급대행업체였던 ‘신선미세상’ 파문이 알려지기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었다. 식재료의 가격이 시중 식재료에 비해 매우 높은 반면 그에 비례해 품질은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식재료에 문제가 있다면 교환을 요구하고, 문제가 반복되면 식재료 공급을 중단했을 테지만, 경기진흥원의 식재료 공급은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가격 차액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필히 경기진흥원을 통해 식재료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학교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포기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 이 같은 가격 차액지원을 위해 경기도는 농산물은 학교 공급가격의 30%, 친환경 감자, 양파, 과일류는 50%까지 가격을 보전해준다. 그리고 가공식품은 15%를 보전해준다.

즉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급식예산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어 식재료의 질이 조금 낮더라도 해당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전체 급식운영에는 도움이 된다.

경기도 A학교 영양교사는 “배추가 시들거나 사과가 상한 채로 학교로 와도 그냥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며 “센터 측에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도 시정이 잘 안 됐지만, 경기진흥원 공급 식재료 사용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불투명한 가격 결정과정’ 앞으로도?

지난 2018년 11월 터진 신선미세상의 비리 파문에서 가려져 있던 논란 중 하나는 “신선미세상이 부당하게 막대한 이득을 올렸다”는 의혹이었다. 공급대행업체가 막대한 부당 이득을 올리는 동안 이를 감독하고, 처벌해야 할 경기진흥원이 철저하게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위원회가 있었다.

3개월에 한 번씩 가격을 조정하는 위원회의 가격 결정 근거는 시장가격과 수급 상황뿐만 아니라 공급대행업체 손해 여부도 있었다. 그런데 납품가격과 수익 현황 등 위원회가 상황을 판단해야 할 기본자료는 모두 공급대행업체가 작성해 제출하는 구조였다. 즉 가격 결정을 공급대행업체가 얼마든지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선미세상은 경기도 식재료 공급을 맡은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만 막대한 부당 이득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선미세상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경찰 조사와 경기진흥원 압수수색 등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3년간 신선미세상은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확보한 경기진흥원과 관련한 내부자료에 의하면, 신선미세상은 2015년 1분기부터 매 분기별로 위원회에 허위로 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의혹의 요지는 실제 식재료 공급을 하면서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이익 규모를 줄이거나 심지어 손해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허위보고에 따라 위원회는 손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식재료 단가를 인상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고스란히 신선미세상의 부당 이득이 된다. 여기에 공급대행업체 계약규정에 명시된 운영 수수료 또한 별도로 지급 받기 때문에 신선미세상의 이득은 더 커진다.

신선미세상의 막대한 수입을 주장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거래명세서와 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관외 농산물에서 특히 많은 비리가 있었다”며 “이 같은 사실은 경기도와 경기진흥원이 감사를 하면 단번에 알 수 있음에도 고의인지 규정 미비 때문인지 신선미세상은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선미세상이 당시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했더라도 국세청 계산서를 확인해보면 지극히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로 부당 이득이 있었다면 경기진흥원은 이를 환수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내부 관행과 규정이 현재 제대로 개선이 됐는지 여부다.

경기진흥원 황영묵 급식전략본부장은 이달 초 농업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농산물 구매원가 공개 및 매뉴얼에 따른 급식가격 산정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급식 공급가격을 인하했다”며 “기존 민간업체가 학교급식 업무를 대행할 때는 관외 농산물 구입 가격 공개가 없었지만, 경기진흥원이 업무를 맡으면서 농산물 구매 원가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 인터뷰가 사실이라면 경기진흥원은 앞으로 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어진다. 원가를 공개하기 때문에 ‘가격보정’이라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민간 공급대행업체를 재선정할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1년간만 한시적으로 경기진흥원이 급식업무를 맡기로 한 상황에서 황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경기진흥원이 앞으로 계속 급식업무를 맡아 원가 공개를 고수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급식 관계자는 “황 본부장의 발언은 경기진흥원 스스로를 딜레마에 빠뜨리는 발언”이라며 “경기진흥원이 급식업무를 계속 맡을 수 없는 것이 자명하고, 내부에서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와중에 나온 책임질 수 없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기진흥원 측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경기진흥원 측에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경기진흥원 측에서는 지난 17일 본지 279호(2020년 1월 9일자) ‘경기도 학교급식 연구용역, 예산낭비로 끝나나’ 보도에 대해 “연구용역 예산 집행 주체는 경기진흥원이 아닌 경기도의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지 확인 결과 해당 용역은 ‘신선미세상’ 파문으로 인해 출범한 경기도의회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부정계약 등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하고, 경기도의회가 2000만 원의 연구용역 비용을 부담한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 시스템 개선방안 연구’로 확인됐다.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1월 28일 「유명무실했던 경기진흥원 ‘가격결정심의위’」 제하의 기사에서 △ 신선미세상의 비리에 대해 경기진흥원이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 농산물 구매 원가를 공개한다는 진흥원의 인터뷰에 따르면 가격결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신선미세상을 대상으로 2017년 계약이행평가를 하는 등 감독을 하였고 △가격결정협의회의 역할은 ‘가격의 적정성 검토’이며 이를 위해 농산물 구매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향후에도 가격결정협의회를 통해 식재료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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