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이 물가지수 4%대 잡았다
무상급식이 물가지수 4%대 잡았다
  • 김정교
  • 승인 2011.04.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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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체감물가 하향에 큰 영향’ 분석… 급식지수 빼면 5% 급등

3월부터 시행된 무상급식이 물가지수를 4%대에서 잡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학교급식비 물가지수 -21.3%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해 여권이 반대하고 보수단체가 주민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무상급식이 물가지수를 4%대에서 잡았다는 통계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인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4.7% 상승했고 전월대비로는 0.5% 올랐다.

이 가운데 개인서비스에 해당하는 삼겹살(전년대비 12.8%), 해외 단체여행비(13.1%), 미용료(7.1%), 보육시설 이용료(4.2%) 등은 일제히 오른 반면 학교급식비는 -21.3%로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학교급식비의 지수 하락은 소비자 평균 물가지수에 영향을 끼쳐 전체 소비자 물가를 4%대에서 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급식비 물가지수가 이처럼 크게 떨어진 것은 초등학교 무상급식의 영향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일반 가계에서 지출되던 비용을 각 지자체에서 대신 지불하게 되는 셈이므로 ‘기술적으로’ 물가지수 하락에 도움을 주게 된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초등학교 급식비 등을 정부에서 대주면 가계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따라서 무상화가 이뤄지면 그만큼 물가지수를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 과장은 이어“일본이 지난해 4월에 고등학교 수업료를 무상으로 제공했을 때도 그만큼의 물가지수가 떨어졌다”면서“이렇듯 우리나라가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그만큼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무상급식·교육 빼면 5.1% 급등
반면,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효과를 빼면 물가상승률은 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조사품목 489개 가운데 고교 납입금과 학교 급식비 등 2개를 제외한 487개 품목으로 산출한 지수는 3월에 120.9로 전년의 115.0보다 5.1% 상승했다.

학교 급식비 지수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지자체가 3월부터 10개 시·도로 확대되면서 지난해 3월 119.2에서 올해 3월 93.8로 무려 21.3% 급락했다.

학교 급식비 지수는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는 6개 시·도에서는 3월에 4.5~9%(경북 4.5%, 울산 9.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교 납입금 지수도 지난해 3월 109.9에서 올해 3월 90.9로 1년 만에 17.3% 하락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특성화고(옛 전문계고) 납입금을 전액 보조하기로 하면서 3월부터 특성화고의 납입금은 0원이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자물가나 도매물가를 조사한다면 2개 품목의 지수가 0이 되지는 않겠지만 소비자 물가 조사이기 때문에 지수가 0이라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국제노동기구(ILO)의 소비자 물가지수 작성 안내서를 보면 보조금도 제품에 대한 음의(네거티브) 세금으로 취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행정도 따라 지역별 편차 커
무상급식 시행 여부나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개인서비스 부문의 지수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16개 광역시도별 공공 및 개인서비스 주요 등락품목’ 자료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전월대비 학교 급식비 물가지수는 -76.5%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무상급식을 가장 활발하게 시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규완 충북교육청 체육보건급식과 사무관은“충북지역의 경우 초·중학생과 특수학교 학생 등 16만 3,500명에게 7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함으로써 물가지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어 제 주 (-47.4%), 전 북 (-45.6%), 충남(-47.3%), 인천(-34.5%)지역의 학교급식비 물가지수가 크게 떨어짐에 따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의 관계자는 무상급식과 관련 “새 학기개학과 함께 인천관내 전체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단계별로 확대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무상급식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소비자물가에 영향’ 인정
한국은행(이하 한은)도“3월은 수요압력 때문에 개인서비스가 많이 인상되는 시즌”이라면서“그러나 학교들이 개학하고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면서 학교급식비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무상급식 실시에 따라 일반 가계에서의 실질적인 지출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에 개인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폭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서도 무상급식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의 한 위원이“무상급식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뭐냐”고 묻자 한은 관계자는“무상급식은 급식가격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용지출의 주체만 가계에서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이므로 실제 인플레이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를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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