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식품법, ‘신중 검토’ 빗발
의료용식품법, ‘신중 검토’ 빗발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2.11.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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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해당 법안 검토보고서 공개하고 법안심사소위 상정
현행법과 현장 고려하지 않은 법률안, 모든 영양사 직무에도 영향
식품 ‘비전문가’에게 환자가 먹는 식품 맡긴 셈… 반드시 수정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법령에 명시된 영양사 직군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법조문으로 영양사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의료용식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용식품법)’이 타 관련 단체에서도 상당수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본지 347호(2022년 11월 7일자) 참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진선희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7일 의료용식품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공개된 ‘비용추계서’에 이어 전문위원실의 사전 검토 절차는 일단 완료된 셈이다. 

복지위는 검토보고서 공개와 함께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제2소위)에 회부했다. 제2소위 위원장은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맡고 있으며, ▲강선우 ▲고영인 ▲김민석 ▲최혜영 ▲한정애(이상 더불어민주당) ▲강기윤 ▲백종헌 ▲이종성 ▲최재형(이상 국민의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미있는 법률, 단 고려점 많아

진선희 전문위원은 이번 제정안에 대해 “환자가 섭취하는 의료용식품은 보다 엄격한 관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일반식품과 같이 ‘식품위생법’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의료용식품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기에 이번 제정안은 법체계 측면에서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특수의료용도식품 전략포럼'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전망과 개선점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9월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특수의료용도식품 전략포럼'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의 전망과 개선점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제정안이 마련되면 의료용식품 제조 사전·사후관리, 판매 및 판매관리, 이상 사례 보고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제정안대로 법이 만들어지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관리제도가 신설·적용돼 관련 업계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안전과 품질관리 개선 방안 강구 등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용식품은 식품의 한 유형이므로 식품 분류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단체, ‘신중 검토’ 한 목소리

이번 제정안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입을 모아 신중 검토를 요구했다. 먼저 대한영양사협회(이하 영협)는 신중 검토와 함께 이른바 ‘독소조항’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협은 “의료용식품 판매 권한을 영양사와 약사에게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은 직역 간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갈등 요소 등을 포함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은 환자를 위한 ‘식품’인데, 의·약학적 관점에서 제정된 법령을 적용할 경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제정안 이전 이미 식품산업의 한 축이 되어가는 특수의료용도식품 발전에도 방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의료용식품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임을 명심하고 식품 분류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번 법안이 의료용식품에 대한 시장 경쟁을 위축시켜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의약품과 식품 중간에 중첩되는 위치인 의료용식품이 자칫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판매관리인 자격 및 전문의료용식품 처방 주체에 ‘한의사’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약’은 약사, ‘식품영양’은 영양사 

각계 단체들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 가운데 영양사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제정안의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무엇보다 법조문에 기재된 ‘판매관리인’ 자격을 약사에게도 부여하는 것은 자칫 임상영양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양사의 직무를 침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에 따르면, 의료용식품은 ‘질병 등으로 인해 일반인과 다른 영양 요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제조·가공된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표준형 영양조제식품 ▲맞춤형 영양조제식품 ▲식단형 식사관리식품 3종류로 구분했다. 

이 같은 의료용식품은 환자의 건강 및 영양상태를 진단하는 영양상담과 영양소 모니터링 및 평가, 알레르기 유발음식 여부 등을 먼저 진행한 후 그에 맞춰 환자에게 추천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양상담, 영양소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의 업무는 국민영양관리법 및 동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임상영양사의 업무다. 

이 때문에 약사에게 영양사와 동일한 판매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법에 명시된 ‘임상영양사 직능범위’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식품 비전문가에게 ‘일반인도 아닌 환자의 식품’을 맡기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임상영양사는 “환자의 시력 저하에 대한 처방 시 약사는 루테인 성분을 많이 섭취하라고 지도하지만, 영양사는 루테인 성분의 필요성과 함께 루테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찾아 추천하고, 그 식품을 어떻게 조리해 섭취해야 하는지도 상담을 통해 알려준다”며 “바로 이런 것이 ‘식품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라고 말했다. 

영협 김혜진 회장은 “영양사 직군이 발전시켜온 ‘식품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의료영역으로 확대시킨 결과물이 임상영양사”라며 “국회는 임상영양사의 직무를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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