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비하 발언, 상처받은 자존심
학력비하 발언, 상처받은 자존심
  • 공동취재단
  • 승인 2011.06.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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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회, 공동명의 성명서 발표 이어 국회 항의 방문도

영양사와 조리사는 급식현장에서 상호 협력적인 직역이다. 하지만 조리사 직무제정을 논의하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나온 국회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 두 단체간의 입장을 확인코자 인터뷰와 서면 질의를 시도했으나 대한영양사협회는 국회의원이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손숙미 의원실의 경우 발언 내용이 조리사를 비하하는 뜻이 아니며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리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리사들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4월 13일 열린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나온 손숙미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의 발언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의원이 회의 과정에서 150만 조리사들의 심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불필요한 자격·자질 논란을 야기, 조리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조리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법체계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법제처장의 의결까지 마친 식품접객업소의 조리사직무안(정부제출 예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게 정부의 법률발의권을 제한하고 법사위 입법권한에 대해서도 수정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법질서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리사들은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이와 관련 즉각 이사회를 소집하고 전국조리과교수협의회, 한국총주방장회 등 조리관련 10개 단체장의 공동명의로 ‘자질 없는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한나라당은 즉각 사과하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리사들이 이처럼 격분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속기록에 기록된 손 의원의 학력 관련 발언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앙회가 배포한 성명서에 담긴 속기록에 따르면 “조리사의 경우 자격제한, 학력제한이 없는 직종이고 초등학교 졸업부터 대졸까지 다 섞여 있기 때문에 이런 대상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과연 보수교육을 할 것인가”하는 내용이 있다. 이 발언에 조리사들이 발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춘화 한국조리사회 중앙회장은 이와 관련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학력과 학벌을 뛰어넘어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경험의 축적을 통해 전문가로 대접받는 능력중심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며“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격이 없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매도하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보수교육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학력을 빗대어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자행하는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항변했다.

현재 전국의 대학교 128개 조리학과에서 매년 2만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국내 산업 전체에서 조리 부분이 6.32%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학력지상주의의 퇴행적 사고로 조리사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것이 중앙회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성명서에 기록된 속기록 내용 중 “영양사하고 조리사하고 어떻게 비교를 하고 영양사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가는... 어떻게 국가시험 자격자하고 조리사하고 비교를 하는가”하는 부분도 조리사들의 공분을 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리사의 직무제정 및 보수교육시행을 논의하는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의 발언내용으로 촉발된 조리사들의 집단 반발은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가라 앉기보다 오히려 일파만파로 번지며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리 관련단체 공동명의의 성명서 발표에 이어 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국회의장실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그리고 손숙미의원실 등을 항의방문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대한 항의방문은 손 의원의 발언을 단순히 국회의원 한 사람의 경거망동으로 치부하지 않고 이러한 사태를 촉발시킨 국회의원을 공천한 소속 정당에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것이 중앙회의 설명이다.

이인자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회장은 “지금까지 조리사들은 조리사 직무제정이 이루어지면 조리사와 영양사가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상대의 직역을 존중하고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며“하지만 직무제정 과정에서 불거진 조리사 비하 및 인격모독 발언 부분은 그 같은 생각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고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문제제기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제가 된 손숙미 의원의 발언 내용 속기록

“조리사 같은 경우는 자격제한, 학력제한이 없는 직종이에요...제한이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부터 대졸까지 다 섞여 있어요... 이런 대상자한테 어떤 식으로 과연 보수교육을 할 것이며...”

“그런데 영양사하고 조리사하고 어떻게 비교를 합니까? 영양사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가는... 어떻게 국가시험 자격자하고 조리사하고 비교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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