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협회’에 교육비 상납(?)하는 ‘경기교육청’
‘영양사협회’에 교육비 상납(?)하는 ‘경기교육청’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2.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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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본예산에 ‘영양전문인직무연수’ 항목으로 8505만 원 편성
영양사협회로 직행하는 교육청 예산… 전례도, 비슷한 사례도 없다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 이하 경기교육청)이 올해 진행되는 영양사 대상 보수교육비를 일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경기교육청의 예산편성은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로부터 교육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에 대한 ‘특혜’일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예산을 편성해 정작 영양(교)사들에게 필요한 예산 집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마저 받는다.

대한급식신문이 확인한 경기교육청 ‘2023년 본예산’에 따르면, 경기교육청은 ‘영양전문인보수교육직무연수(이하 영양직무연수)’를 위해 8505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예산으로 경기도내 학교 영양(교)사들의 보수교육비를 대신 납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경기교육청은 2021년에도 영양사 보수교육(이하 보수교육)에 7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보수교육비는 2023년과 동일한 3만5000원으로, 당시 경기교육청이 7000만 원에 근거로 삼은 교육인원은 2000명이었다. 그리고 올해 2023년에는 교육인원을 2430명으로 편성해 예산 규모가 더 늘었다. 

편성할 이유 없는 의문점 투성 예산, 결국 ‘특혜’

보수교육비를 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한 사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교육청이 유일하다. 국민영양관리법에 의해 실시되는 법정교육인 보수교육은 단체급식 혹은 보건소,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의료기관 등 국민영양관리법 시행규칙에서 명시한 곳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라면 반드시 받아야 하며, 보수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다만 영양사 면허증을 획득했더라도 단체급식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는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체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 직무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교육인 보수교육비를 소속 학교 측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협 측도 매년 보수교육 시행에 앞서 학교와 보건소, 의료기관 등 근무처별로 필요한 협조공문을 영양(교)사들에게 제공한다. 이에 절대다수의 영양(교)사는 보수교육비와 함께 출장비도 학교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경기교육청이 별도 항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편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터라 일선 영양(교)사들은 적지 않은 의문을 보내고 있다. 

동시에 교육을 위탁 운영하는 영협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육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정 단체에 ‘상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타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혹 학교에서 보수교육비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교육청 급식담당부서가 협의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굳이 별도 항목으로 교육비를 편성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교육청 내 누군가가 예산을 이용해 돋보이려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내 모든 영양(교)사들의 복지를 위한 예산”이라며 “교육청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해명했다.

보건교사 직무교육과 동일? 출발부터 달랐다

이번 지적에 대해 경기교육청 담당부서 관계자는 “경기교육청이 지원하는 학교 내 보건교사 대상 ‘의료인보수교육직무연수(이하 의료직무연수)’와 동일한 목적으로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경기교육청은 1년에 8시간 의무적으로 보수교육을 받는 보건교사들을 위해 매년 예산을 편성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본예산에도 9850만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의료직무연수와 영양직무연수의 운영 형태는 엄연히 다르다. 의료직무연수의 경우 경기교육청이 매년 복지부가 선정한 교육위탁기관인 (사)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로부터 교육내용, 강사진, 커리큘럼 등을 심사받은 다음 공식 ‘직무연수기관’으로 인증받는다. 즉 경기교육청이 직접 ‘보수교육 수행기관’이 되는 것. 간협는 매년 경기교육청뿐만 아니라 약 60여 개 기관·단체를 보수교육 수행기관으로 선정하고 있다. 보건교사들이 많은 인증기관 중 커리큘럼과 강사진 구성 등을 판단해 본인이 받고 싶은 교육기관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편성된 예산 9850만 원은 경기교육청에 의해 강사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 대부분 교육비로 사용되며, 간협으로는 한 푼도 입금되지 않는다. 심지어 경기교육청은 내실 있는 의료직무연수를 위해 경기도내 대학, 협회, 기관 등을 대상으로 운영기관 입찰까지 진행한다. 

이처럼 의료직무연수는 ‘인증과 경쟁’ 구조이지만, 영협이 ‘독점’하는 영양직무연수, 즉 보수교육은 ‘콩나물시루 교육’ ‘교육내용 재탕’ 등으로 매년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영양직무연수에 책정된 예산 8505만 원이 고스란히 영협으로 입금되는 것이 불합리한 또 하나의 이유다.

근거 없는 교육인원… ‘희생양’은 영양(교)사?

의문점은 또 있다. 예산 8505만 원의 편성 근거다. 경기교육청은 1인당 교육비 3만5000원과 총 교육인원 2430명을 근거로 이번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경기도내 모든 유·초·중·고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를 합해도 2300명이 넘지 않는다. 

대한급식신문이 경기교육청 학교급식협력과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경기도내 영양교사는 총 1161명이며, 교육공무직 영양사는 958명이다. 여기에 기간제 영양교사 116명, 정원 외 영양교사 49명, 3월 1일 자로 신규 임용되는 영양교사 39명까지 포함해도 예산편성 근거인 2430명에 비해 100여 명 이상 부족한 2284명이다. 결과적으로 100여 명분의 예산이 남는 것으로, 예산편성 근거도, 기준도 모두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 담당자는 “2430명은 경기도내 전체 학교 수와 신설 예정 학교, 전년도에 불가피하게 교육을 받지 못한 영양(교)사들을 위해 추가로 편성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남는다면 불용 처리해 반납된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예산편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역시 영양(교)사들이다. 보수교육비에 8500만 원이라는 경기교육청 예산이 일괄 사용되면서 영양(교)사들이 요구하는 ‘영양교사연구회’ 운영이나 연수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기도영양교사회의 한 회원은 “교사회에서 연수를 진행하려고 교육청에 예산을 요청해도 교육청에서는 ‘(보수교육비 지원으로)몇 천만 원이나 가져가는데 뭘 또 달라고 하냐’는 식으로 거절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8505만 원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경기도 모든 영양(교)사들이 함께 고민해 결정할 문제”라며 “특정 단체의 배 불리는데 더 이상 영양(교)사들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비판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경기교육청 예산편성과 관련해 영협 고위 임원은 “2021년도에 예산이 집행된 사실은 알지만, 올해도 경기교육청에서 예산을 세웠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예산 수립 과정에 영협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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