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G2B)  통한 학교급식 입찰… ‘괜찮나’
‘나라장터’(G2B)  통한 학교급식 입찰… ‘괜찮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4.14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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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유령업체 내세워 60억 원 입찰 따낸 업체, 징역형
G2B 사실상 업체 관리 어려운 구조… ‘공공급식플랫폼’ 주목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법원이 일명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조달청 나라장터(이하 G2B)에서 수년간 60억 원 이상 학교급식 식자재 입찰을 따낸 업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G2B 구조상 불성실업체들의 행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개선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지방법원(이하 대구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정진우)은 지난 5일 G2B 입찰방해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46)씨, C(56)씨, D(49)씨에게는 모두 각각 징역 4~8개월, 집행유예 1년형이 내려졌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학교급식 관련 입찰공고들.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학교급식 관련 입찰공고들.

기소 내용에 따르면, A씨는 가족과 친인척, 지인 등의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모두 1만7000여 회에 걸쳐 G2B의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 입찰에 참여해 총 235회, 금액으로는 61억 원 상당의 계약을 낙찰받았다. A씨 외 B씨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제한적 최저가 입찰제’로 진행되는 식자재 입찰은 낙찰하한율에 근접한 가격을 제시한 응찰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응찰을 많이 할수록 낙찰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입찰은 한 업체가 중복으로 참여할 수 없어 일부 불성실업체들은 ‘응찰용 유령업체’를 설립해 낙찰률을 높여 입찰을 따낸 뒤 실제 식자재 공급은 본인의 업체가 맡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러 왔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부정행위로 인해 학교급식 식자재 단가가 왜곡돼 학생들에게 제공된 급식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의 기회도 박탈됐다”며 “피고인들이 오랜 기간 범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낙찰받은 규모도 상당해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급식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G2B는 정부 조달계약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학교급식만 최적화할 수 없는 데다, 불성실업체를 관리하는 전담 인력 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학교급식 식자재는 5000만 원 미만 소액입찰이 다수이고, 또 문제가 되는 유령업체의 등록이 지속적으로 이뤄져도 이를 관리하고 걸러낼 시스템과 담당 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입찰·응찰·낙찰 등 계약성립 행위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져 입찰공고를 올리는 학교 측에서는 낙찰된 업체가 불성실업체인지 아닌지를 전혀 알 수도 없다. 

따라서 부정행위 등 불성실업체에 대한 확인·관리를 조달청이 맡아야 하는데 매일 수천여 건의 입찰과 수백억 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이 이뤄지는 탓에 소액에 해당하는 급식 식자재 입찰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판결로 G2B 불성실업체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가 운영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eaT는 기존 학교급식 업무 중심에서 ‘공공급식통합플랫폼(이하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연간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전체 학교급식 식자재 물량에 90%가 넘는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aT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등록업체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별도 전담 인력과 조직을 구성하는 등 G2B와 달리 체계적인 업체 관리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의 한 급식 관계자는 “플랫폼이 도입된 지 14년째인데 여전히 G2B를 통해 식자재를 계약하는 비율이 3000억 원가량”이라며 “이는 G2B를 이용 학교가 여전히 많다는 뜻으로, 이번 대구지역 사례처럼 G2B 등록업체 중 불성실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 입찰을 모두 플랫폼으로 일원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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