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흄’ 위협, 영양(교)사도 위험하다
‘조리흄’ 위협, 영양(교)사도 위험하다
  • 김기연·박준재 기자
  • 승인 2023.08.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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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조사 결과, 영양사 1300여 명 중 폐 이상 ‘250명’
“조리실 개선사업에 ‘영양(교)사 근무환경’도 필히 반영해야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급식소 조리 종사자 못지않게 영양(교)사들도 ‘조리흄(Cooking fume)’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처음 간접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조리실 개선정책에 영양(교)사들은 비켜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현재 추진하는 조리실 개선계획에 영양(교)사 근무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전국 영양사 폐질환 검진(저선량 폐CT) 결과조사’ 자료에 따르면, 영양사들의 폐질환 유병률이 조리 종사자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 영양(교)사의 폐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울산교육청이 조리실 환경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급식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 영양(교)사의 폐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020년 울산교육청이 조리실 환경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이는 학비노조가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청 산하기관 및 각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사 중 55세 이상이거나 5년 이상 급식실에서 근무한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에는 전국에서 총 1321명의 영양사가 참여했으며, 응답자 중 1079명의 영양사가 교육청에서 지원한 저선량 폐CT검사를 받고, 검진 결과도 통보받았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8.9%인 250명이 ‘양성 결절(2 or 2b)’ 또는 ‘경계선 결절(5mm 이상 1cm 미만)’ 진단을 받았다고 답했다. ‘폐암 의심(4A)’ 진단을 받은 응답자는 4명이었으며, 실제 ‘폐암 확진’을 받은 응답자도 3명이나 있었다. 

검진 결과에 대해 의료진은 대부분 6개월 혹은 1년마다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고, 4명에게는 즉시 조직검사 혹은 조영제CT 등의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폐암을 진단받은 3명 중 2명은 이미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급식 종사자 폐 건강검진 결과’에서 확인된 통계와 비슷하다. 당시 발표된 통계에는 급식 종사자 2만4065명이 검진을 받았고, 이 중 29.2%인 7051명이 ‘폐 이상 소견’을 받았다. 이 중 6239명이 양성 결절이었고, 534명은 경계선 결절 판정이 내려졌다. 폐암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폐암 의심’(94명) 혹은 ‘폐암 매우 의심’(45명) 단계도 139명이나 됐다. 

영양사의 양성 결절 또는 경계선 결절 비율(250명·18.9%)과 폐암 의심(4명·0.3%)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으나 직접 조리를 하지 않는 영양사의 폐 이상소견 비율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조리흄이 영양(교)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급식 관계자들은 “영양(교)사가 조리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교육 당국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조리실 개선사업에 ‘영양(교)사 근무환경’ 개선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의 조리흄 대책이 ‘조리 종사자’를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영양(교)사들이 강하게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지역의 한 영양교사는 “영양(교)사실은 조리실과 반드시 붙어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조리실을 떠도는 조리흄은 영양(교)사실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창문이 없거나 지하에 위치한 영양(교)사실은 조리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교육부나 노동부, 시·도교육청이 경쟁적으로 조리실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환기설비 개선, 전기식 조리기구 도입이 전부”라며 “이 같은 조치도 효과가 있겠지만, 조리흄 발생을 완전히 막지 않는 이상 조리실과 연결된 공간에서 일하는 영양(교)사들도 건강상 위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현업업무 종사자 해석 논란이나 영양(교)사의 건강검진 참여 여부를 떠나 교육 당국이 영양(교)사 근무환경 개선에 나서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며 “영양(교)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안전정책과 관계자는 “교육부는 조리실 개선사업 대상에 영양(교)사를 배제한 적이 없다”며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조리실 개선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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