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악성 민원, 영양(교)사들 대책 호소 
‘도 넘는’ 악성 민원, 영양(교)사들 대책 호소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8.25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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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육공무직본부, 악성 민원 피해실태 조사 결과 발표
깍두기 사이즈부터 백김치 요구까지 민원 내용도 천태만상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학교급식을 관리하는 영양(교)사들이 겪는 악성 민원 사례들이 공개됐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이번 사례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며 영양(교)사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악성 민원, 교육공무직도 심각해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 민원 처리는 교사든 교육공무직이든 하위직인 개인이 떠맡아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항의성 민원 응대 시스템은 학교 이전에 상급 기관인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영양(교)사들도 심한 고통을 겪는 사례가 공개됐다. 하지만 일선 영양(교)사들은 이외에도 더 심한 사례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영양(교)사들도 심한 고통을 겪는 사례가 공개됐다. 하지만 일선 영양(교)사들은 이외에도 더 심한 사례가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교육공무직 46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나타난 악성 민원 피해실태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가 ‘악성 민원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학부모가 81.8%로 가장 많았고, 학생은 2.4%였다.

경기지역의 한 사서는 “자기 아이를 위해 수행평가용 도서를 미리 빼달라고 요구하고, 도서 연체를 풀어주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학부모도 있었다”며 “심지어 도서관에 있는 아이를 학원 버스 시간에 맞춰 태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급식과 관련한 과다한 민원도 있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급식소에 찾아와 반찬을 지적하거나 ‘맛있는 후식은 2개씩 배식하라’ ‘깍두기 사이즈가 너무 크니 잘게 썰어달라’고 요구한 학부모 사례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교무실무사들은 “교사에게 못할 욕설과 항의를 공무직 직원들에게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식자재는 물론 식단에도 민원 제기

이런 사례에 대해 영양(교)사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이 식자재 종류와 상태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급식 식단 전체에 간섭하거나 김치 대신 백김치만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증언한다. 

초등학교에서 병설유치원의 급식을 함께 하고 있다는 한 영양교사는 “초등학생이랑 왜 같은 식단을 유치원에게 주는가부터 자신의 아이는 집에서도 빨간 김치는 안 먹으니 백김치를 별도로 준비해달라는 학부모도 있었다”며 “유치원 아이들에게 매운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따지는 학부모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양사는 “학교급식이 고가의 외식인 것처럼 착각하는 학부모가 많고, 교직원들의 몰이해도 심각했다”며 “영양(교)사들은 학부모는 물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도 갑질을 당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의 한 영양전공 장학사는 “급식 식단 작성과 식자재 검수, 위생관리 등의 업무보다 힘든 것이 ‘민원 처리’라고 하소연하는 선생님들이 많고, 민원 때문에 힘들어서 퇴직하는 영양(교)사들도 상당수”라며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영양(교)사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하루빨리 개선되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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