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협회 차기 회장 선임, 난항 겪나
영양사협회 차기 회장 선임, 난항 겪나
  • 김기연 기자
  • 승인 2023.09.18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병원 출신 관례 깨고 첫 영양교사 출신 회장 나올 수도
영협의 ‘돈줄’되는 전국영양교사회장 선거, 치열한 경쟁 예고

[대한급식신문=김기연 기자] (사)대한영양사협회(회장 김혜진, 이하 영협)의 차기 회장 선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직 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후임을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후임자를 추천하려는 움직임도 거의 없기 때문. 일각에서는 그간 영협이 고수해온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운영이 빚어낸 ‘예정된 결말’이라며 영협 근본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영협 홈페이지에 오는 11월 18일(토)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제27대 임원 선거를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대의원총회 공지 및 개최 시점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가 결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후보군조차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열린 영협의 임시대의원 총회 모습.
지난 2019년 열린 영협의 임시대의원 총회 모습.

2022년 1월 취임한 현 김혜진 회장은 2023년 12월 31일까지가 임기다. 영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2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올해 1월부터 공식적으로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지금도 확고하다. 김 회장은 지난 5일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연임하지 않는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새로운 인재가 더 많이 협회에 참여하길 바라는 뜻에서 올해 초부터 연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 뜻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손사래’ 치는 영협 회장

김 회장이 일찌감치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탓에 영협에서는 후임 회장 인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후보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영협 회장은 대학 식품영양학과(이하 식영과) 교수가 주로 맡아오다 2010년 이후 병원 임상영양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병원과 대학 측에서 번갈아 맡는 것이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 따라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영양국장인 김 회장 이후에는 식영과 교수가 맡는 것이 관례로 볼 수 있으나 전국 식영과 교수 중 의사를 내비치거나 추천을 수락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여 년 이상 영협 임원을 맡아온 지역의 한 식영과 A교수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고민 끝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A교수가 추천을 고사하면서 또 다른 임원인 수도권의 B교수가 언급됐지만, B교수도 추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C교수는 “영협에 적극 참여하거나 협조하는 교수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영협이 일선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지난해부터 추진한 ‘영양사 교육과정 평가인증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달부터 병원 혹은 식영과 교수가 아닌 학교 영양교사를 영협 회장으로 추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한급식신문 취재에 따르면, 실제 영양교사 신분인 영협 부회장 중 1명을 후보로 추천하려는 논의가 임원들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영양교사가 회장을 맡게 되면 영양교사로는 역대 최초 영협 회장이다.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해당 영양교사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11월 18일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인데 지금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며 “언론에서 지나친 관심은 갖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폭풍전야’ 영양교사회장 선거

영협 회장 ‘기피’ 추세가 예년에 비해 뚜렷해졌다면 전국영양교사회(이하 영양교사회) 회장 선거는 첨예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영양교사회장은 영협의 한 분과장이지만 영협 내에서 위상은 부회장급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이유는 돈. 영양교사회는 전국 각 지역에 구성된 영양교사회를 통해 걷어진 회비의 절반을 영협으로 ‘상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지역당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영협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하는 자리가 영양교사회장인 셈이다.

대한급식신문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영양교사회장 선거 분위기는 ‘폭풍전야’로 관측된다. 그 배경에는 몇 년 전부터 터져 나온 영협과 영양교사회에 대한 비판이 있다. 비판의 요지는 영협이 영양(교)사 권익 대신 지나치게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는 것. 그리고 영양교사회는 그런 영협에 동조하는 단체라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은 몇 년 전까지 일부 지역에서만 나왔지만,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직 박미애 영양교사회장이 연임하려면 대의원총회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올해 초부터 영양교사회 단톡방과 전국 지역회장단에게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대한급식신문은 박 회장의 의사를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하고, 메시지도 남겼으나 답은 오지 않았다.

박 회장을 제외하면 먼저 이미정 경기영양교사회(이하 경기회) 회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3년 전 경기회장으로 당선된 이 회장은 당선 직후 불투명했던 경기회 회계를 모두 공개해 화제가 됐고, 영양교사회 집행부와 영협에도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 회장은 아직 경기회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어 불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출마하라는 주변 권유가 있으나 아직 결정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후보로는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에서 근무한 이모 영양교사가 거론된다. 영협과 전국영양교사회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해온 이 회장이 ‘반(反)영협’ 후보라면 이 영양교사는 10년 전부터 전국영양교사회 부회장과 영협 선거직 이사 및 부회장까지 맡은 ‘친(親)영협’ 인물로 분류된다. 이 영양교사는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출마에 대한 추천을 받은 적이 없어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두 사람 이외에 경기 C영양교사, 충남 K영양교사, 경북 C영양교사, 전남 K영양교사 등도 후보로 언급된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영협에 대한 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친영협’ 후보와 ‘반영협’ 후보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영협, 심각성 아직 모르나

그간 영협과 영양교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는 주요 임원직의 ‘대물림’이었다. 영협은 매번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선거를 치른다고 하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가깝다. 회장 선거에 항상 단독후보가 출마했기 때문. 그리고 그 단독후보는 기존 영협 임원 중에서 ‘선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영협은 정관에 따라 회장·부회장 7명을 제외한 선거직 이사 13명을 두고 있는데 이들 역시 사전 내정된 인물들이 학교, 병원, 대학, 공공기관 등을 대표해 출마한 뒤 찬반투표로 당선되는 구조로 알려지고 있다. 영협의 이런 행태는 결국 영협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쓰게 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 과정을 접한 한 영양교사는 “과거 영협 회장이란 자리는 거의 ‘기관장’급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힘도 없고 전임자들에게 끌려다니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지금 인물난은 어떻게 보면 예견됐던 일”이라고 일축했다.

서울지역의 한 급식 관계자는 “회원 이탈과 재정 부족, 영협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이미 영협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이미 ‘침몰하고 있는 배’라고 생각한다”며 “신임 집행부로 누가 당선되든 영협은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