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모든 교육청은 내년 교육 살림을 위한 예산편성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편성을 위해 앞으로 추진할 사업의 상황을 예측하고 사업 방향을 설정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올해는 유독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년에 편성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삭감된 데다 지자체의 예산을 구성하는 ‘교부세’도 10조 원이 넘게 깎였다니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축소하는 건 물론이고, 기존 학교 지원금도 줄여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소식은 이미 학교 현장에도 전파돼 영양 선생님들이 필자에게 메신저로 문의해오고 있는데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난감하다.
무상급식 지원체계가 이미 유치원까지 확대된 지금, 학교급식 운영 예산은 대부분 교부금으로 운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인천의 경우 급식 운영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식품비와 운영비의 43%는 교육청이 교부금으로, 나머지 57%는 각 지역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따라서 학교급식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정한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인건비 폭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상승 그리고 공공요금까지 대폭 오르면서 제한된 예산으로 급식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결국 이런 상황은 현장에서 급식을 운영하는 영양(교)사에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주어진 급식 예산은 단 한 푼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전액 급식 운영에 사용되며, 예산범위 내에서 최고의 식재료를 선택해 주어진 조리환경 속에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급식으로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영양(교)사는 같은 규격의 식재료라면 1원이라도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은 없는지 오랜 시간을 들여 샅샅이 찾아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식단을 고민하며, 조리실무사와 함께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조리법을 찾기 위해 협의한다.
이렇게 모든 급식 종사자들이 급식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교육급식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이 급식을 먹으
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또 더 멀리 본다면 학교급식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대답해야할 시점이 된 건 아닐까. 교부금이 줄어들면 혹시라도 내년 급식단가가 줄어들지 않느냐, 급식 운영이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다. 무엇보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초긴축 재정 운영에 들어가는 지자체는 최소한 무상급식비만큼은 우선 순위에 놓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유명한 나이지리아 속담이 떠오른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교육급식의 가치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