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줄어드는 '영양교사', 후퇴하는 ‘학교급식'
[기획] 줄어드는 '영양교사', 후퇴하는 ‘학교급식'
  • 김기연·박준재 기자
  • 승인 2023.10.14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도 영양교사 선발인원 2023년보다 37명 적은 276명 
예년 비해 감소한 정원… 정부의 '교사 정원 감축 기조' 재확인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1교 1영양교사 배치'… 결국 "공허한 외침"
'1세대 영양교사' 정년 등 영양교사 감소… 결국 기간제만 양산

[대한급식신문=김기연·박준재 기자] 2024년도 영양교사 최종선발인원(이하 선발인원)이 2023년(313명) 대비 40여 명이 줄어든 276명으로 확정됐다. 현 정부의 강력한 교사 정원 감축 정책으로 인해 선발인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려만큼 큰 폭의 감축은 아니었다.<대한급식신문 366호(2023년 8월 28일자) 참조>

하지만 2024년도 선발인원은 ‘기존 미선발 정원 일괄 반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든 인원이어서 정책 기조의 변화가 없는 한 2025년도 선발인원은 2024년도보다 더 큰 폭의 인원 감소가 예상된다.<대한급식신문 364호(2023년 7월 24일자) 참조>

사전예고인원과 큰 변동 없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4일 일제히 ‘2024년도 중등교사, 보건·사서·전문상담·영양·특수(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공고에 따르면, 2024년도에 선발하는 영양교사는 총 276명이다. 2023년도 선발인원인 313명보다 37명이 줄었다.

일단 이번 선발인원은 지난 8월 각 교육청이 발표한 사전예고인원과 거의 비슷하다. 서울과 부산이 각각 26명(사전예고 26명)과 10명(사전예고 10명)을 선발하는 등 17개 교육청 중 11개 교육청이 사전예고인원과 동일한 인원을 선발한다. 그리고 나머지 6개 교육청은 선발인원이 조금씩 늘어 2023년 경기지역처럼 사전예고인원보다 선발인원이 줄어든 지역은 없었다.

선발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지역으로 45명(사전예고인원 37명)을 선발한다. 사전예고인원 보다 증가 폭이 가장 큰 지역은 경북으로 11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정원’ 정부 정책 반영된 결과

이번 선발인원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정원 감축’이라는 정부 정책의 기조 재확인이다. 선발인원이 크게 늘기 시작한 시기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로, 당시 정부는 각 교육청이 발표하는 사전예고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추가 배정해 선발인원 증가를 이끌어냈다.

매년 6~7월경 발표되는 사전예고인원은 애초 정년퇴직 및 의원면직, 신설 학교 등 사실상 확정된 교원 증가분으로 발표되는 터라 사전예고인원과 선발인원의 차이는 전체 영양교사 정원을 정부가 늘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2018년의 경우 사전예고인원이 361명이었지만 선발인원은 500명이 넘었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이런 기조는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져 사전예고인원이 112명에 불과했던 2019년에도 선발인원은 412명에 달했다.

이 같은 사례로 미뤄볼 때 2024년도 선발인원은 애초 정부에서 정원을 증원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얻는다.

2024년도 영양교사 선발인원이 276명으로 확정됐다. 당초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됐던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이는 특정 이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2025년 선발시험 인원은 올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제주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한 신규 및 저경력 영양교사 직무연수 모습.
2024년도 영양교사 선발인원이 276명으로 확정됐다. 당초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됐던 것에 비하면 감소 폭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이는 특정 이슈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2025년 선발시험 인원은 올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올해 제주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한 신규 및 저경력 영양교사 직무연수 모습.

현장에서는 지난 7월부터 우려했던 ‘영양교사 선발인원 감축의 명분’이 결국 현실화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이하 행안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17개 교육청을 대상으로 정원 및 현원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정부가 영양교사 정원을 다수 배정했음에도 상당수 교육청에 미선발 정원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지적과 소명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일선 영양교사들은 교육청의 미선발 행위가 교원 정원 감축을 강력히 추진하는 행안부에 ‘정원을 배정해도 교육청에서 선발하지 않았으니 더 이상 정원을 늘려주지 않아도 되겠다’는 명분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지역교육청의 한 영양 전공 장학사는 “사전예고인원과 선발인원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실제 전체 정원의 증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며 “학교급식법에서 명시한 ‘1교 1영양교사’는 공허한 외침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양 전공 장학사는 “행안부 감사에서 미선발 인원이 가장 많다고 지적된 특정 지역은 선발인원이 20명 이상임에도 유일하게 신규정원을 한 명도 받지 못했는데 혹시 감사 결과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싶다”며 “2025년도 선발인원에도 이런 영향이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현재 행안부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5월 교육청 정원감사를 진행한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대한급식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원 정원은 관련 부처가 논의해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영양교사 정원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 정부의 기조대로라면 앞으로 전체 영양교사 정원은 더 늘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 교육부(부총리 겸 장관 이주호)가 발표한 ‘2022년 학교급식 실시현황(이하 실시현황)’에 따르면, 2023년 2월 28일 기준 전체 영양교사는 6787명으로 2022년 2월 28일 기준 6277명에 비해 500명가량 늘었다. 2022년 영양교사 임용시험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637명을 선발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영양교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급식을 하는 학교는 1만1987개이며, 이 중 영양(교)사가 반드시 필요한 단독조리교는 9458개다. 급식을 하는 모든 학교가 아닌, 단독 조리교에도 아직 영양교사 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양교사가 없는 단독 조리교는 식품위생직 혹은 교육공무직 영양사가 급식업무를 수행한다.

더 큰 변수는 향후 몇 년 내에 일어날 영양교사의 대규모 정년퇴직이다. 영양교사제 도입과 함께 2007년과 2008년 식품위생직 영양사 2400여 명이 ‘1세대 영양교사’로 전환됐다. 당시 1세대 영양교사들의 평균연령이 30대 초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만 60세가 되는 2025년부터는 매년 수백 명 이상의 영양교사 정년퇴직이 예상된다.

인천의 한 영양교사는 “정년퇴직에 맞춰 행안부나 기획재정부에서 정원 규모를 감축할 가능성도 크다”며 “이처럼 정원을 감축하면 교육공무직 영양사 채용이 불가능해진 지금은 결국 기간제 영양교사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영양교사는 “기간제 영양교사의 양산은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학교급식 시스템이 크게 후퇴하는 모양새”라며 “정부에 영양교사의 가치와 필요성을 더 강하게 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